세상을 담아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준 형아~! 그런데 저거 뭐야? 뭔데 형아는 저것을 자꾸 눈에 갖다되는거야? 저 안에 뭐라도 들어 있는거야?
빈 아~ 저거! 저 안에 수많은 것들이 들어있어. 뭐가 들어있다고 특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볼 때마다 다른 것 들을 볼 수 있어. 너도 한번 해볼래?
준 응 나도 보여줘!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형아는 맨날 눈으로 저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는지 너무 궁금했거 든. 조그만 상자 같은데 그렇게 많이 들어 있을리가 없잖아.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빈 거짓말 아니거든. 그렇게 궁금하면 자 한번 들여다 봐.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단 조심히 봐야해.
이거 땅에 떨어지면 아빠가 화 많이 낼테니까.
이렇게 카메라 안을 들여다 본 준이는 렌즈로 보는 세상을 신기해합니다. 하지만 잠시 뿐 금방 흥미를 잃고 형아에게 카메라를 넘겨줍니다. 카메라를 준이에게 받아 렌즈를 통해 받아 뭔가를 열심히 보기 시작합니다. 아무 흥미를 느끼기 못하는 준이에게 형아인 빈이는 느낌이 궁금해서 다시 물어봅니다.
빈 어때? 뭐가 보여?
준 그냥 뭔가 조그만 세상이 보이는데. 별로 재미는 없는 것 같아. 뭐가 재미있다고 형아는 그렇게 자세히 보는
거야?
빈 나도 처음에는 너처럼 그랬어? 카메라에 눈을 갖다대고 보는 세상보다는 그냥 보는 세상이 더 좋아보였거
든. 근데 엄마와 아빠는 자꾸만 여기 작은 유리에 눈을 갖다대는 거야. 그리고 뭔가를 누르더라구. 나중에
는 뭐하냐 봤더니 이 카메라로 본 세상이 내 앞에 그림으로 나타난 거야. 정말 신기했어.
준 그래? 정말 신기하긴 신기하네. 어떻게 내가 바라본 지금을 종이에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릴 수가 있지. 단
지 작은 구멍에 눈을 갖다대고 뭔가 한번 눌렀을뿐인데. 근데 확실이 이것만 한 것 맞아? 다른 뭔가가 있는
것 아닌가?
빈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 단지 눈으로 카메라안을 들여다보고 버튼하나만 누
르더라구. 확실해.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봤거든. 정말 신기하게 똑같이 되더라구. 그 때 그 순간을 그대로 담
아 버리더라구. 내가 엄마에게 물어봤어. 이것 이름 뭐냐구? 이것이 카메라이고 똑같은 그림이 사진이라고 하더라구.
준 그래? 근데 형아 그거 재밌어? 형아는 블록 장난감으로 건물을 짓거나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때면 항상
카메라라는 것으로 사진을 찍잖아~
빈 나도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가 우리를 자꾸 찍길래 궁금해서 장난감을 하나둘씩 찍었는데 찍는 순간에 재미
있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찍고 나서 어제 내가 블록으로 만들었던 것을 오늘 보게 되니까 재미있더라구. 사
실 블록 장난감으로 건물하나 짓고 다른 건물 만들려면 부숴야 하잖아. 나는 그게 싫었거든.
준 맞아. 나도 그게 너무 싫더라구. 안 부수고 다른 것 만들고 싶은데, 그게 안되더라구.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어?
빈 응. 하나를 만들고 이 카메라에 눈을 갖다대고 버튼을 누르니 카메라 안으로 그 블록이 쏙 들어오는 것 있
지. 어제 만든 것을 오늘 볼 수도 있고 저번에 만든 블록 건물을 내일 볼 수도 있는 마법이 펼쳐진 거야.
정말 신기하지?
준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정말 신기하다 형아! 가끔 엄마가 나한테 어떤 사진을 가져오며, “이 모습이
너 태어났을 때 모습이야”라고 말할 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었거든. 나 아니라고 막 말했는데. 지금 생
각해보니 그게 형아가 말한 이거였어. 그때 그 순간의 모습을 담았던 거야.
빈 이렇게 카메라에 세상을 담아놓으면 기억이 나지 않아 후회하지도 않을텐데.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들을
맘껏 볼 수도 있고 지나간 추억들을 잊어버리지도 않을텐데. 주위에 둘러보면 이렇게 하는 어른들은 별로 없
는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이 그리 기억하고 싶은 않은건지? 아무렇지 않게 그냥 흘러보내는 것 같더라구.
준 형아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는 하루하루 놀때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계속 놀고 싶은데. 지금 이렇게 재미있는
순간들을 어디에 담아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데. 형아처럼 카메라를 이용한다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
어. 방금 내가 직접해봐서 더 해보고 싶은데.
빈 세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담는 방법은 정말 다양한 것 같아. 니가 지금 재미있는 순간들을 담고자 마음먹었다
고 하니까 내가 본 대로 알려줄게. 사실 나는 모두는 몰라. 그냥 내가 아는대로만 알려줄께.
준 그게 뭔데? 나도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들을 어디에 담아놓고 계속 볼 수 있는거야? 내가 어른이 되면 다른
어른들처럼 생각나지 않아 후회하기는 싫거든. 어서 알려주라.
빈 그래 우선 나처럼, 그리고 엄마와 아빠처럼 카메라에 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내가 장난감들을
담아보았는데 장난감이 없어도 이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더라구. 내가 알기로는 엄마와 아빠가 너와 나
의 어렸을적 사진들을 차곡차곡 담아오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너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기고 있으니 까.
준 우와 진짜? 나중에 엄마에게 내가 아기였을 때 사진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너무 보고 싶었는데 잘 생각이 나
지 않더라구. 과거의 내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벌써 궁금해지네. 또 무슨 방법이 있어?
빈 이번 방법은 우리가 좀 더 자라서 글씨도 배워야 가능한 방법인 것 같아. 나도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엄마
랑 아빠는 연필이나 볼펜을 가지고 막 뭔가를 적더라구. 요즘은 스마트폰에도 적던데. 이렇게 지금을 남기
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나중에 글씨를 배우게 되면 한번 해보려구. 연필하고 종이만 있으면 될 것 같아 꽤 간
단해 보기까지 해.
준 근데 형아 그것까지는 좋은데 왜 꼭 지금을 남겨야 할까? 앞으로 일어날 일도 많은 것 같은데?
빈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의 자신을 남기지 않아. 자신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습들을 담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지. 자신의 모습, 생각,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추억 등을 담지 않지. 이 모든 것들을 담아놓으면
처음을 돌아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더 행복한 시간들을 느낄 수 있는대도 그렇게 하지 않
는 것 같아. 결국은 지금과 과거의 행복한 추억들을 기억속에서 잊어버리지. 이렇게 하다보면 초심을 잃어
버리는 사람들도 많고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잊는 경우도 많아.
준 정말 형아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도 아기 때의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그래도 엄마랑 아빠가 내
모습을 담아놓았다니 정말 다행이네. 지금부터라도 나도 형아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미있는 지금
을 담아 놓을까봐. 나중에 커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함께 놀았던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또 혹시 알어? 그 때 가서 다시 만나게 될지. 그러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아.
빈이와 준이는 앞으로 담아낼 지금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담아왔던 세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는 엄마가 담아냈던 세상도 있었고 아빠가 담아냈던 세상도 있었네요. 빈이와 준이가 담아낸 세상이 아니기에 더 신비로움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