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다

세상을 담아놓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by 드림캡처 변성우

형아~! 그런데 저거 뭐야? 뭔데 형아는 저것을 자꾸 눈에 갖다되는거야? 저 안에 뭐라도 들어 있는거야?

아~ 저거! 저 안에 수많은 것들이 들어있어. 뭐가 들어있다고 특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볼 때마다 다른 것 들을 볼 수 있어. 너도 한번 해볼래?


응 나도 보여줘! 도대체 뭐가 들어 있길래 형아는 맨날 눈으로 저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는지 너무 궁금했거 든. 조그만 상자 같은데 그렇게 많이 들어 있을리가 없잖아. 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거짓말 아니거든. 그렇게 궁금하면 자 한번 들여다 봐. 내 말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단 조심히 봐야해.

이거 땅에 떨어지면 아빠가 화 많이 낼테니까.


이렇게 카메라 안을 들여다 본 준이는 렌즈로 보는 세상을 신기해합니다. 하지만 잠시 뿐 금방 흥미를 잃고 형아에게 카메라를 넘겨줍니다. 카메라를 준이에게 받아 렌즈를 통해 받아 뭔가를 열심히 보기 시작합니다. 아무 흥미를 느끼기 못하는 준이에게 형아인 빈이는 느낌이 궁금해서 다시 물어봅니다.


어때? 뭐가 보여?

그냥 뭔가 조그만 세상이 보이는데. 별로 재미는 없는 것 같아. 뭐가 재미있다고 형아는 그렇게 자세히 보는

거야?


나도 처음에는 너처럼 그랬어? 카메라에 눈을 갖다대고 보는 세상보다는 그냥 보는 세상이 더 좋아보였거

든. 근데 엄마와 아빠는 자꾸만 여기 작은 유리에 눈을 갖다대는 거야. 그리고 뭔가를 누르더라구. 나중에

는 뭐하냐 봤더니 이 카메라로 본 세상이 내 앞에 그림으로 나타난 거야. 정말 신기했어.

그래? 정말 신기하긴 신기하네. 어떻게 내가 바라본 지금을 종이에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그릴 수가 있지. 단

지 작은 구멍에 눈을 갖다대고 뭔가 한번 눌렀을뿐인데. 근데 확실이 이것만 한 것 맞아? 다른 뭔가가 있는

것 아닌가?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었거든. 단지 눈으로 카메라안을 들여다보고 버튼하나만 누

르더라구. 확실해. 그래서 나도 한번 해봤거든. 정말 신기하게 똑같이 되더라구. 그 때 그 순간을 그대로 담

아 버리더라구. 내가 엄마에게 물어봤어. 이것 이름 뭐냐구? 이것이 카메라이고 똑같은 그림이 사진이라고 하더라구.

그래? 근데 형아 그거 재밌어? 형아는 블록 장난감으로 건물을 짓거나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때면 항상

카메라라는 것으로 사진을 찍잖아~


나도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가 우리를 자꾸 찍길래 궁금해서 장난감을 하나둘씩 찍었는데 찍는 순간에 재미

있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찍고 나서 어제 내가 블록으로 만들었던 것을 오늘 보게 되니까 재미있더라구. 사

실 블록 장난감으로 건물하나 짓고 다른 건물 만들려면 부숴야 하잖아. 나는 그게 싫었거든.

맞아. 나도 그게 너무 싫더라구. 안 부수고 다른 것 만들고 싶은데, 그게 안되더라구. 그래서 형아는 어떻게

했어?


응. 하나를 만들고 이 카메라에 눈을 갖다대고 버튼을 누르니 카메라 안으로 그 블록이 쏙 들어오는 것 있

지. 어제 만든 것을 오늘 볼 수도 있고 저번에 만든 블록 건물을 내일 볼 수도 있는 마법이 펼쳐진 거야.

정말 신기하지?

정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정말 신기하다 형아! 가끔 엄마가 나한테 어떤 사진을 가져오며, “이 모습이

너 태어났을 때 모습이야”라고 말할 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었거든. 나 아니라고 막 말했는데. 지금 생

각해보니 그게 형아가 말한 이거였어. 그때 그 순간의 모습을 담았던 거야.


이렇게 카메라에 세상을 담아놓으면 기억이 나지 않아 후회하지도 않을텐데.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들을

맘껏 볼 수도 있고 지나간 추억들을 잊어버리지도 않을텐데. 주위에 둘러보면 이렇게 하는 어른들은 별로 없

는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이 그리 기억하고 싶은 않은건지? 아무렇지 않게 그냥 흘러보내는 것 같더라구.

형아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는 하루하루 놀때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계속 놀고 싶은데. 지금 이렇게 재미있는

순간들을 어디에 담아놓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데. 형아처럼 카메라를 이용한다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

어. 방금 내가 직접해봐서 더 해보고 싶은데.


세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담는 방법은 정말 다양한 것 같아. 니가 지금 재미있는 순간들을 담고자 마음먹었다

고 하니까 내가 본 대로 알려줄게. 사실 나는 모두는 몰라. 그냥 내가 아는대로만 알려줄께.

그게 뭔데? 나도 내가 살아가는 이 순간들을 어디에 담아놓고 계속 볼 수 있는거야? 내가 어른이 되면 다른

어른들처럼 생각나지 않아 후회하기는 싫거든. 어서 알려주라.


세상을 담다1.png
세상을 담다2.png



그래 우선 나처럼, 그리고 엄마와 아빠처럼 카메라에 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아. 내가 장난감들을

담아보았는데 장난감이 없어도 이 사진들을 보면 기분이 좋더라구. 내가 알기로는 엄마와 아빠가 너와 나

의 어렸을적 사진들을 차곡차곡 담아오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너의 과거가 고스란히 담기고 있으니 까.

우와 진짜? 나중에 엄마에게 내가 아기였을 때 사진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너무 보고 싶었는데 잘 생각이 나

지 않더라구. 과거의 내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벌써 궁금해지네. 또 무슨 방법이 있어?


이번 방법은 우리가 좀 더 자라서 글씨도 배워야 가능한 방법인 것 같아. 나도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엄마

랑 아빠는 연필이나 볼펜을 가지고 막 뭔가를 적더라구. 요즘은 스마트폰에도 적던데. 이렇게 지금을 남기

고 있는 것 같아. 나도 나중에 글씨를 배우게 되면 한번 해보려구. 연필하고 종이만 있으면 될 것 같아 꽤 간

단해 보기까지 해.

근데 형아 그것까지는 좋은데 왜 꼭 지금을 남겨야 할까? 앞으로 일어날 일도 많은 것 같은데?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의 자신을 남기지 않아. 자신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습들을 담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지. 자신의 모습, 생각,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추억 등을 담지 않지. 이 모든 것들을 담아놓으면

처음을 돌아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더 행복한 시간들을 느낄 수 있는대도 그렇게 하지 않

는 것 같아. 결국은 지금과 과거의 행복한 추억들을 기억속에서 잊어버리지. 이렇게 하다보면 초심을 잃어

버리는 사람들도 많고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잊는 경우도 많아.


정말 형아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도 아기 때의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니...그래도 엄마랑 아빠가 내

모습을 담아놓았다니 정말 다행이네. 지금부터라도 나도 형아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미있는 지금

을 담아 놓을까봐. 나중에 커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함께 놀았던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또 혹시 알어? 그 때 가서 다시 만나게 될지. 그러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아.


빈이와 준이는 앞으로 담아낼 지금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담아왔던 세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그 중에는 엄마가 담아냈던 세상도 있었고 아빠가 담아냈던 세상도 있었네요. 빈이와 준이가 담아낸 세상이 아니기에 더 신비로움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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