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씩 올라가는 마음으로 서로의 발을 맞춥니다
준 형아~! 나는 언제쯤 계단을 내 발로 오를 수 있어?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 오르는 계단이 편했는데
지금은 좀 불편하거든. 내 발로 한번 계단을 오르고 싶네.
빈 왜? 너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서 계단 오를 때 아주 편해 보이던데? 아기는 그냥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서 오
르면 돼.
준 나 더 이상 아기 아니거든. 어린이집에서도 오빠 형아거든. 사실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서 오르는
것이 편했었는데 무거운 나를 안고 오르는 엄마와 아빠도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내가 요즘 좀 먹어서 살이
약간 붙었거든. 가끔 나도 내가 힘들어 질때가 있더라구.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마냥 안겨만 있으니 그리 편
하지는 않아. 특히 더울 때는 땀도 나고 불편하더라고.
빈 하기야 나도 너처럼 어렸을 적에는 그랬었어.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에게 의지했던 것이 편하게 느껴졌었지
만 내 맘대로 아무것도 못하니 너무나 답답하더라구. 위에서 아래로 보이던 계단정도는 나도 충분히 스스
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준 내가 딱 지금 그런 상황이야! 안겨서 오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 형아처럼 나도 자
유자재로 계단만큼은 오르고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와 아빠에게 내려달라고 말해볼까?
빈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분명히 엄마와 아빠도 좋아하실꺼야! 힘도 덜 들고 할테니. 어서 말해보렴!
이렇게 준이는 첫 계단에서 안아주려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올라가겠다고 떼를 씁니다. 준이의 고집에 엄마는 준이의 손만 가볍게 잡아준 채 준이와 함께 계단을 오릅니다.
준 형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어?
빈 아니 무슨 일인데? 너 혹시 엄마의 손을 거부한 채 혼자 계단을 올랐어?
준 처음이라서 그정도까지는 아직 못하고...그래도 엄마에게 안기지는 않았어. 형아 말대로 엄마의 손을 뿌리
쳤지. 나 스스로 계단을 오르려고 했는데 불안했던지 엄마가 손을 내밀더라구. 모른척 하고 슬쩍 잡았지.
빈 오~! 잘 했네. 처음에는 나도 그랬었거든. 혼자 오르려니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 질 것만 같았어! 땅위에
내려와 계단 앞에 서니 엄마 품에서 봤던 계단과는 또 다르게 보이더라구.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아 보이
기도 하고 많아 보였어. 순간 약간 겁이 났었는데 엄마가 옆에서 살짝 손을 잡아주어서 첫 번째 계단을 오
를 수 있었지.
준 근데 형아! 이것까지는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 엄마는 나를 다시 안더라구. 바로 윗계단만을 바라보며 한발
자국씩 내딛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내 두 발은 봉 띄워져서 엄마 품에 안겨있더라구.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
난 일이라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어. 갑자기 왜 날 안은거야?
빈 아~ 그거! 나도 같은 경험했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계단을 느리게 오르고 있는 니가 답답해 보인거지. 마
냥 기다린다는 것이 힘들거든. 그래서 얼른 안고 계단을 순식간에 오른거야. 엄마가 안은 순간 기분이 어땠
어? 힘든 계단을 안 올라도 되어서 편했어?
준 아니! 난 한계단한계단씩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안은 엄마가 좀 밉더라
구. 나 스스로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계단이란 것을 표현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 같기도 하구. 그렇게 엄마품
에 안겨서 계단을 모두 오르니 뭔가 찝찝하더라구. 내가 못 오른 계단이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기도 하구.
빈 그러게. 너랑 같은 경험 나도 했었지. 물론 나도 내가 오르지 못한 계단들이 계속 생각나더라구. 너와 똑같
은 느낌이었어. 어른들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계단은 한계단한계단씩 오르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두 계단씩 한꺼번에 오르기도 하고 막 뛰어내리기도 하구. 내가 예전에 계단에서 장난치다가 아빠한테 혼나
면서 들은 얘기인데 아빠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단을 한꺼번에 내려오려고 뛰었다가 발목을 크게 다쳤었데.
준 그래? 지금은 괜찮아 보이던데 그런 경험이 있었네. 형아! 난 예전에 누워만 있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뒤집기
를 계속 반복했더니 결국 뒤집어 지던데. 제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앞으로 뒤로 기기 시작했고, 자
꾸 넘어져서 엉덩이와 무릎이 많이 아팠지만 계속 하다보니 결국은 어느 순간부터 넘어지지 않고 걷게 되더
라구.
빈 맞지? 지금의 너처럼 자꾸 걷다보면 어느 순간 뛰고 싶어진다. 뛰기 시작하면 걷는 세상과는 완전 다른 세상
이지.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 내 뒤를 따라 함께 달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순식
간에 갈 수도 있게 된다.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나를 잡으려고 해도 잡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정
말 신나.
준 누워 있을 때부터 뛸 수 있는 것처럼 배우면 되는 것인데.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면 좋겠는데. 형아가 계속 뒤
집고 넘어지는 나를 볼때는 힘들어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니 솔직히 그리 힘
들지는 않더라구. 오히려 하나씩 뭔가를 이루어가는 쾌감이 있었어. 형아는 안 그랬어?
빈 나도 그랬지. 사실 지금은 계단을 내 마음대로 오르고 내릴 수 있지만 나도 너와 같았거든. 한계단씩 천천히
오르고 있는 나를 보는 아빠는 얼른 안고 순식간에 계단을 오르더라구.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와 아빠가 나
를 기다려주는 순간이 온 거야. ‘이쯤이면 엄마가 나를 안을텐데’라고 생각했었는데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
며 천천히 나와 발자국을 맞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내 마음이 왠지 편해지더라구. 뒤에 엄마가
든든하게 받쳐주며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어도 지치지 않고 계속 오를 수 있
었어.
준 형아~ 나 태어난지는 얼마 안 되었고, 앞으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형아랑 내가 배
워온대로 배울려구. 엄마가 나를 낚아채서 계단을 오르는 그런 기분 느끼기 싫어서. 나에게 힘을 주며 항상
잘되기만을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내 앞에 주어진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나
가볼까해.
빈 그럴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해볼까? 분명히 우리
와 발맞추며 함께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이런 생각이 당장에는 많아 보이고 그렇게 높아 보이던 계단
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항상 너 뒤에는 내가 함께 있어줄테니까 한계단씩 한계단
씩 함께 발맞추며 올라가보자. 금방 모든 계단을 다 오를 수 있을테니까.
누워있을 때 뒤집기를 배웠던 것처럼, 넘어지면서 걷는 것을 배운 것처럼...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세상이지만 계단을 한걸음씩 오른다는 마음을 가지며 빈이와 준이는 서로의 발을 맞추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