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한걸음씩

한걸음씩 올라가는 마음으로 서로의 발을 맞춥니다

by 드림캡처 변성우

형아~! 나는 언제쯤 계단을 내 발로 오를 수 있어?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 오르는 계단이 편했는데

지금은 좀 불편하거든. 내 발로 한번 계단을 오르고 싶네.

왜? 너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서 계단 오를 때 아주 편해 보이던데? 아기는 그냥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서 오

르면 돼.


나 더 이상 아기 아니거든. 어린이집에서도 오빠 형아거든. 사실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 품에 안겨서 오르는

것이 편했었는데 무거운 나를 안고 오르는 엄마와 아빠도 힘들어 보이기도 하고...내가 요즘 좀 먹어서 살이

약간 붙었거든. 가끔 나도 내가 힘들어 질때가 있더라구.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마냥 안겨만 있으니 그리 편

하지는 않아. 특히 더울 때는 땀도 나고 불편하더라고.

하기야 나도 너처럼 어렸을 적에는 그랬었어.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에게 의지했던 것이 편하게 느껴졌었지

만 내 맘대로 아무것도 못하니 너무나 답답하더라구. 위에서 아래로 보이던 계단정도는 나도 충분히 스스

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내가 딱 지금 그런 상황이야! 안겨서 오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 형아처럼 나도 자

유자재로 계단만큼은 오르고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와 아빠에게 내려달라고 말해볼까?

그것도 좋은 생각이야! 분명히 엄마와 아빠도 좋아하실꺼야! 힘도 덜 들고 할테니. 어서 말해보렴!


이렇게 준이는 첫 계단에서 안아주려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혼자 올라가겠다고 떼를 씁니다. 준이의 고집에 엄마는 준이의 손만 가볍게 잡아준 채 준이와 함께 계단을 오릅니다.


형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어?

아니 무슨 일인데? 너 혹시 엄마의 손을 거부한 채 혼자 계단을 올랐어?

처음이라서 그정도까지는 아직 못하고...그래도 엄마에게 안기지는 않았어. 형아 말대로 엄마의 손을 뿌리

쳤지. 나 스스로 계단을 오르려고 했는데 불안했던지 엄마가 손을 내밀더라구. 모른척 하고 슬쩍 잡았지.

오~! 잘 했네. 처음에는 나도 그랬었거든. 혼자 오르려니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 질 것만 같았어! 땅위에

내려와 계단 앞에 서니 엄마 품에서 봤던 계단과는 또 다르게 보이더라구.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아 보이

기도 하고 많아 보였어. 순간 약간 겁이 났었는데 엄마가 옆에서 살짝 손을 잡아주어서 첫 번째 계단을 오

를 수 있었지.


근데 형아! 이것까지는 좋았었는데 어느 순간 엄마는 나를 다시 안더라구. 바로 윗계단만을 바라보며 한발

자국씩 내딛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내 두 발은 봉 띄워져서 엄마 품에 안겨있더라구.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

난 일이라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어. 갑자기 왜 날 안은거야?

아~ 그거! 나도 같은 경험했었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계단을 느리게 오르고 있는 니가 답답해 보인거지. 마

냥 기다린다는 것이 힘들거든. 그래서 얼른 안고 계단을 순식간에 오른거야. 엄마가 안은 순간 기분이 어땠

어? 힘든 계단을 안 올라도 되어서 편했어?


아니! 난 한계단한계단씩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안은 엄마가 좀 밉더라

구. 나 스스로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계단이란 것을 표현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 같기도 하구. 그렇게 엄마품

에 안겨서 계단을 모두 오르니 뭔가 찝찝하더라구. 내가 못 오른 계단이 머릿속에 계속 생각나기도 하구.

그러게. 너랑 같은 경험 나도 했었지. 물론 나도 내가 오르지 못한 계단들이 계속 생각나더라구. 너와 똑같

은 느낌이었어. 어른들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계단은 한계단한계단씩 오르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두 계단씩 한꺼번에 오르기도 하고 막 뛰어내리기도 하구. 내가 예전에 계단에서 장난치다가 아빠한테 혼나

면서 들은 얘기인데 아빠는 어른이 되어서도 계단을 한꺼번에 내려오려고 뛰었다가 발목을 크게 다쳤었데.


그래? 지금은 괜찮아 보이던데 그런 경험이 있었네. 형아! 난 예전에 누워만 있었는데 너무 답답해서 뒤집기

를 계속 반복했더니 결국 뒤집어 지던데. 제자리에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앞으로 뒤로 기기 시작했고, 자

꾸 넘어져서 엉덩이와 무릎이 많이 아팠지만 계속 하다보니 결국은 어느 순간부터 넘어지지 않고 걷게 되더

라구.

맞지? 지금의 너처럼 자꾸 걷다보면 어느 순간 뛰고 싶어진다. 뛰기 시작하면 걷는 세상과는 완전 다른 세상

이지.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 내 뒤를 따라 함께 달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에 순식

간에 갈 수도 있게 된다.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나를 잡으려고 해도 잡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정

말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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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 있을 때부터 뛸 수 있는 것처럼 배우면 되는 것인데.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면 좋겠는데. 형아가 계속 뒤

집고 넘어지는 나를 볼때는 힘들어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니 솔직히 그리 힘

들지는 않더라구. 오히려 하나씩 뭔가를 이루어가는 쾌감이 있었어. 형아는 안 그랬어?

나도 그랬지. 사실 지금은 계단을 내 마음대로 오르고 내릴 수 있지만 나도 너와 같았거든. 한계단씩 천천히

오르고 있는 나를 보는 아빠는 얼른 안고 순식간에 계단을 오르더라구.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와 아빠가 나

를 기다려주는 순간이 온 거야. ‘이쯤이면 엄마가 나를 안을텐데’라고 생각했었는데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

며 천천히 나와 발자국을 맞춰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내 마음이 왠지 편해지더라구. 뒤에 엄마가

든든하게 받쳐주며 함께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어도 지치지 않고 계속 오를 수 있

었어.


형아~ 나 태어난지는 얼마 안 되었고, 앞으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형아랑 내가 배

워온대로 배울려구. 엄마가 나를 낚아채서 계단을 오르는 그런 기분 느끼기 싫어서. 나에게 힘을 주며 항상

잘되기만을 응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며 내 앞에 주어진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 것처럼 그렇게 나

가볼까해.

그럴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해볼까? 분명히 우리

와 발맞추며 함께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 이런 생각이 당장에는 많아 보이고 그렇게 높아 보이던 계단

도 충분히 오를 수 있는 힘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항상 너 뒤에는 내가 함께 있어줄테니까 한계단씩 한계단

씩 함께 발맞추며 올라가보자. 금방 모든 계단을 다 오를 수 있을테니까.


누워있을 때 뒤집기를 배웠던 것처럼, 넘어지면서 걷는 것을 배운 것처럼...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세상이지만 계단을 한걸음씩 오른다는 마음을 가지며 빈이와 준이는 서로의 발을 맞추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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