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눈덩이

굴리고 굴리면 더 크게 돌아온다

by 드림캡처 변성우
세 살 터울 빈이 형아와 준이는 장난감의 선호 스타일이 거의 같습니다. 세 살 터울이면 취향이 서로 다를 법도 한데, 아마도 준이가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형아의 재미난 장난감 놀이를 봐왔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덕분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서로 다투기 일쑤입니다. 빈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준이도 좋아하고, 준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빈이가 가지고 싶어 합니다. 저희 집에서 숨쉬며 살고 있는 수많은 장난감들 중에 둘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행운의 장난감은 이런 다툼 속에 흠집이 나기 시작합니다.


왜 뺏어가? 내가 먼저 가지고 놀았잖아. 형아는 다른 것 가지고 있었잖아. 엄마, 앙~!

아니야, 내가 원래 그거 가지고 놀고 싶었는데 니가 가져 가길래 잠심 빌려줬을 뿐이야. 이제 내가 가지고 놀 차례니까 내가 가져 가는거야. 원래 내 장난감이거든.

아니라고. 내가 먼저 가지고 놀았잖아.


행운의 주인공을 앞에 두고 다투는 두 형제는 엄마의 한마디에 웃으며 상황을 종료합니다.
과연 무슨 말일까요?


내가 양보할게. 니가 가지고 놀아.

아니,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놀았으니까 내가 양보할 테니까. 형아가 가지고 놀아.


너 갑자기 왜 그래? 조금 전에는 니가 가지고 논다고 해 놓구선. 지금에 와서는 왜 나한테 양보한다는 거야?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없어. 형아는 왜 그러는데? 형아가 가지고 가야한다며? 근데 왜 지금은 나한테 가지고 가라는 거야?


나? 사실대로 말하면 양보가 하고 싶어졌어. 엄마가 양보를 하면 강해진다고 했거든. 양보를 하면 기분도 좋아지고 빨리 어른이 된다고 해서 양보를 많이 하려구.

형아~ 나랑 똑같은 생각이네. 나는 평소에 어떻게 하면 어른이 빨리 되는지 궁금했었거든. 나도 빨리 아빠처럼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근데 양보를 많이 하면 어른이 빨리 된다고 하는 거야. 그래서 양보는 무조건 하려고.


근데 너 양보가 뭔지는 알고 하는거야? 양보를 하면 어떤 느낌인지 아냐구?

양보를 하면? 좋은 느낌 아닌가? 양보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하게 해주는 것 아닌가? 형아한테 장난감을 먼저 가지고 놀게 해주는 것처럼.


굴리고 굴리면 더 크게 된다



그렇지. 좀 알긴 아네. 양보가 뭔지를. 양보는 내가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게 먼저하게 해 주는거야.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면서 그것을 보는 나도 자연스럽게 기분이 엄청 더 좋아지지. 그 사람이 나중에 나한테 양보해주기도 하고.

양보라는 것 정말 좋은거네. 그렇다면 모두 다 양보하면 되겠네?


모두 다 양보는 못해. 양보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양보를 안하려고 해. 왜 그런 줄 알아?

아니 몰라. 좋으면 다 하면 되는데 왜 그러지?


사람들은 양보를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못할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생각해. 왠지 자기가 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 이상하네. 난 양보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던데. 내가 먼저 양보해서 이긴 것 같기도 하고. 어른도 더 빨리 되는 것 같아 더 좋구. 형아는 안 그래?


나도 그렇긴 해. 양보하기 싫다가도 양보를 하게 되면 이상하게 기분도 좋아지고 어른도 된 것 같고. 양보가 이런 것인데 왜 서로 안하려고 하지? 서로 하려고 해야 맞는 것 아닌가.

양보는 내가 하기를 원하지만 그 사람에게 먼저 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잖아. 그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나도 아기 때에는 양보가 뭔지 몰랐거든. 뭐든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지금 바로 하고 싶었거든. 다른 사람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내가 먼저하고 싶었거든. 실제로 대부분이 그렇게 했었고.


그 때 기분이 어땠어? 좋았어? 어른이 되는 것 같았어? 이긴 것 같았어?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은 못 받았던 것 같아. 지금 이렇게 아직도 아이인 것 보면 어른이 된다고 느끼지도 못했고 기분도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 더 정확히 말하면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는데 조금만 있으니까 재미 없더라구.


니가 양보를 안 해서 그런 거야. 니한테 양보받지 못한 친구는 당장에 원하는 것을 너한테 빼앗겼다 생각하면서 기분이 나빴을지도 몰라. 그래서 다시는 너랑 안 놀고 다른 친구들이랑 놀지. 결국 혼자 노는 너는 재미가 없었을 테고.

그랬었구나. 그 때는 왜 그런지 몰랐었는데. 왜 기분이 좋지 않고 왜 재미가 없었는지 몰랐었거든. 내가 하고 싶은 것 분명히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야.


니가 양보를 했다고 생각해봐. 양보를 하면 상대방이 기분이 좋을 거야. 왜냐구? 당장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까. 당연히 그 친구는 자신에게 양보해준 너를 좋아하겠지. 앞으로도 계속 같이 놀자고 할테구. 그렇다면 너의 기분은 어땠을까? 양보한 순간에는 당장에 하고 싶은 것을 미뤄야하기 때문에 기분이 약간 안 좋을 수도 있는데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까 기분이 오히려 더 좋아 진다는 거야. 왠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서.

그건 형아 말이 맞아. 처음에는 양보한 것이 웬지 뭔가를 빼앗긴 것 같고 억울하던데 친구가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좋아하니까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는거야. ‘이거 뭐지?’라고 생각했었는데 형아가 말해주니까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것 같아.


더 신기한 것 알려줄까? 양보는 상대방에게 너의 것을 내어준 것이 아니야.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너가 해 준 작은 양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그 친구는 너에게 더 큰 양보를 할 꺼야. 눈을 굴리면 더 큰 눈덩이가 되듯이 양보도 먼저 주면 구르고 굴러 엄청난 크기의 양보라는 눈덩이가 다시 너에게 돌아온다는 거지.

작은 양보가 큰 눈덩이 양보가 되어 돌아온다는거네.

그럼. 그렇고말고. 이건 내 경험상 확실해. 나는 기억 못해도 양보받은 그 친구는 기억을 하고 있더라구. 그러다가 양보해야 할 상황이 되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에게 먼저 더 큰 양보를 해주더라구.


정말 그렇다면 먼저 양보하는 것이 완전 이득이네. 완전 이기는거구. 시간이 좀 더 걸리지만 더 크게 돌아오니까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양보 눈덩이를 한번 굴려볼까? 한번보다는 두 번, 두 번보다는 세 번...이렇게 굴리다보면 양보는 붙고 붙어서 엄청난 양보 눈덩이가 되어 다시 돌아오겠지.


형아 같이 굴리자. 이제부터 내가 형아한테 모두 양보할게. 양보 눈덩이를 키우고 싶어졌어. 엄마한테, 아빠한테도, 그리고 어제 친구가 가지고 놀고 싶다는 장난감을 내가 먼저 가지고 놀았었는데 내일은 바로 양보해야겠어. 양보 눈덩이 만들어야 하니까.

그래. 너의 그 양보 눈덩이 한번 같이 굴려볼까? 얼마나 커질지 기대가 엄청 되네.


내가 먼저하고 싶어도 참고 누군가에게 먼저내어준다는 의미의 양보를 굴리고 또 굴리면 어마어마하게 큰 눈덩이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양보의 힘에 대해 깨닫는 빈이와 준이. 이제 두 형제가 다툴 일은 확연히 줄어들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듭니다. 양보는 양보를 낳고 또 다른 양보를 낳고...양보로 가득 채워진 그들의 양보 눈덩이의 크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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