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되잖아

다른만큼 재밌다

by 드림캡처 변성우
빈이는 현관문 앞에 어지럽게 놓여 있는 신발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큰 신발부터 하나씩 신어봅니다. 아빠 신발, 엄마 신발에서 발이 들어가지 않는 준이 신발까지 골고루 신어보며 신나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빠 신발 한짝, 엄마 신발 한짝을 신고 멋스러워 보이는 포즈를 취해봅니다.


준아! 나 이거 어때? 이렇게 신으니까 더 멋있는 것 같은데.

어... 형아 말처럼 멋있기는 한데 엄마가 보면 혼날걸. 나도 며칠 전에 그렇게 신다가 엄마한테 엄청 혼났었거든. 그러다가 넘어지면 위험하다고. 난 하나도 안 위험하고 재미있기만 하던데.


그래? 이것 때문에 엄마한테 혼난 거야? 너를 왜 혼냈어? 신발가지고 장난친 것도 아닌데.

신발은 그렇게 짝이 다르게 신는게 아니래. 신발은 똑같이 생긴 같은 짝이랑 신는건데 내가 지금의 형아 처럼 엄마 신발 하나, 아빠 신발 하나 신으니까 혼난 거지. 근데 혼나고 나서도 왜 신발은 똑같게 생긴 짝이 랑만 신어야 하는지 얘기는 안 해 주더라구.


그러게. 왜 똑같은 짝만 신어야하지? 신발 가게 지나갈 때 난 항상 궁금했었거든. 가게에서는 항상 같은 짝으로만 팔고 어른들도 같은 짝만 사오는 거야. 다른 짝을 파는 가게는 못봤어. 물론 서로 다른 짝을 사가는 어른들은 한번도 못봤고. 왜 꼭 신발은 같은 짝으로 신어야 하는거지?

다른 짝끼리 신으면 안 되나? 왜 안 되지? 다른 두 짝을 신으면 더 멋있어 보일 것 같은데. 난 아빠꺼랑 엄마꺼 같이 신으니까 더 멋있던데. 내가 잘못 된 건가?


잘못? 그런 거는 아닌 것 같아. 그렇게 신는다고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무슨 이유는 있을거야. 어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하지는 않거든. 어쨌든 나는 다른 짝끼리 신는 것이 더 좋아. 봐봐~! 이렇게 왼발에는 작년에 아빠가 샀던 파란 신발, 오른발에는 올해 아빠가 샀던 녹색 신발 신으니까 더 멋있잖아.

오~! 나도 지금 형아가 양발 모두 다른 신발 신으니까 더 멋있어 보여. 도대체 이렇게 신으면 왜 안 되는 거야?


이렇게 다르게 신는다고 위험한 것도 아닌데. 아마 어른들은 두개가 서로 다르면 싫은가봐. 뭐든지 똑같아야 좋다고 생각하나봐.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무지개도 다른 색깔끼리 있으니까 더 아름다운 거잖아. 산에 나무들도 다른 모양과 다양한 색깔들이 섞여있으니까 정말 예쁘더라구. 어른들도 엄청 그런 것을 엄청 좋아하면서... 단풍놀이라고 그러나?

오~ 너 단풍놀이도 알아? 우리 동생 대단한데. 엄마와 아빠도 내가 그림 그릴 때 한 가지 색깔로 칠하면 다양한 색연필 사용하라고 하거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니까 확실히 좋더라고. 그림도 더 멋있고 예쁘고.


형아한테만 말하는 건데. 결혼식 갈 때 한 번씩 엄마가 형아랑 똑같은 옷 입히거든. 사실 똑같은 옷 입으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아. 형아랑 나랑 몸 모양이 다른데, 같은 옷 입으니까 좀 이상하기도 하구. 왜 똑같은 옷 입히는지 모르겠어?

맞아. 사실 나도 너랑 똑같은 옷 입었을 때 이상했거든. 나는 날씬하고 너는 뚱뚱한데, 같은 옷 입으니까 많이 이상해.


나 안 뚱뚱하거든. 통통한거야. 하여튼 형아랑 나랑 얼굴도 다르고 몸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데. 가만히 보면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명도 없는 것 같은데 왜 같은 것들을 사용하려고 하지? 똑같이 되고 싶어서 그런가?

맞아. 달라도 되는데. 다르면 오히려 더 멋있고 예쁜 것 같은데, 왜 같아지려고 노력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고 이상해. 신발도 똑같은 두 짝을 신어야 한다고 하고. 분명히 오른발과 왼발이 다르게 생겼을 텐데. 젓가락 두 짝도 같은 짝이고 장갑도 모두 같은 모양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른데 왜 같아지게 하려고 하는 걸까?


맞아. 형아 말이 딱 맞네. 다르다고 싫어하면 안 되는데. 친구들도 보니까 다른 아파트에 산다고 멀리하고, 같은 장난감 가지고 있는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고, 다른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들과는 안 놀고 그러더라구. 장난감도 똑같은 것 보다는 다른 것 여러개 가지고 노니까 더 재미있던데.

어른들도 똑같은 것 같아. 엄마와 아빠도 모임에서 같은 동네 산다고 더 반가워하고 같은 생각하는 사람들끼리만 한곳에 모여 계속 얘기하고. 다른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들하고는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자기와 생각이 다르니까 틀렸다고 멀리하고...그냥 다를 뿐인데. 다를 수도 있지 않나? 꼭 생각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달라야 정상이다



다를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달라야 정상 아닌가? 우리 모두는 다르게 생겼는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지?

내가 보기에는 편해서 그런 것 같아. 다르면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고. 왜 그런 것 있잖아. 나도 어린이 집 다니다가 유치원 처음 갔을 때 불편했었거든. 어린이 집에 가면 매일 아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있는데 새롭게 유치원을 가니까 모든게 어린이 집 다닐 때와는 다른 거야. 그래서 처음에는 가기 싫고 그렇더라구. 뭔가 불편했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형아 말처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기 때 집에서 엄마하고만 계속 있다가 어린이집 가니까 모든 게 달랐어. 며칠 동안 어린이 집이 너무 가기 싫더라구. 이런 것 때문에 어른들도 같은 것만 찾는가봐. 다른 것은 불편하니까.

아휴~ 이제야 알았네. 똑같은 것만 찾는 이유를. 자꾸 똑같은 짝을 맞추어 신발을 신고, 똑같은 작대기를 젓가락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불편해서 였구나.


근데 형아~! 다르다고 꼭 불편하기만 하지는 않는 것 같아. 예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랑 다른 장난감을 받으면 기분이 좋거든.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더 신나게 놀 수 있어 좋고. 매일 있는 집보다 한 번도 가지 못해본 곳에 가면 달라서 기분이 완전 행복해지거든. 이것도 다른 것 같은데 왜 불편하지 않고 기분이 좋은 거지?

어...그거. 그렇네. 가만히 생각해보니 준이 너 말이 맞네. 다르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안 불편할 수도 있고...새로워서 그런가? 다르다는 것의 의미는 예전에 보고 듣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고, 이것은 새로운 것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아! 맞네. 다른 것을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네. 다른 것 = 불편한 것? 다른 것 = 새로운 것?


아~ 그래서 다른 것이 오더라도 모두 불편하지는 않구나. 다른 것이 새로운 것이라면 불편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고 그러는 거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네.

너하고 이렇게 얘기하니까 그동안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것들이 풀리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꼭 같을 필요가 없다는 말, 달라도 되는 것들을 굳이 똑같이 하려는 목적은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단순한 시도일 뿐이네. 다른 것이 오히려 더 행복하고 편안할 수도 있고 멋있어 보일 수도 있는 거네.


맞아. 달라도 되잖아. 똑같을 필요는 없잖아. 다른 모양과 색깔의 신발을 신어도 되잖아. 위의 옷과 아래 옷 색깔도 완전 달라도 되고. 젓가락 두 짝도 크기와 색깔, 모양이 달라도 반찬 먹는데는 아무런 불편함도 없을 것 같은데.

우리 이제 똑같아 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 볼까? 엄마가 우리 둘 같은 옷 입히면 다른 옷 입혀달라 하고, 양발에도 서로 다른 양말과 신발을 신어보는 것은 어때? 처음에는 엄마한테 혼날 수도 있겠지만 자꾸 이렇게 하다보면 엄마도 다름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오~! 형아 좋은 생각이네. 어린이 집에 가서도 다른 동네 사는 친구들이과도 더 친해져서 그 동네 놀이터에도 한번 가봐야겠다. 재밌겠는데.


빈이와 준이 형제는 자신들의 눈에 모두 달라 보이는 것들을 같은 것으로만 묶으려는 어른들의 시도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왜 같아야 되는지에 대한 어떠한 한마디 말도 없이 같게만 만들려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나 봅니다. 같은 것에서는 하나를 배우지만 다른 것에서는 다른 것만큼 배운다는 사실도 깨닫고 가네요. 물론 다른 것이 더 예쁘고 더 멋지다는 생각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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