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만큼 재밌다
빈이는 현관문 앞에 어지럽게 놓여 있는 신발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큰 신발부터 하나씩 신어봅니다. 아빠 신발, 엄마 신발에서 발이 들어가지 않는 준이 신발까지 골고루 신어보며 신나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빠 신발 한짝, 엄마 신발 한짝을 신고 멋스러워 보이는 포즈를 취해봅니다.
빈 준아! 나 이거 어때? 이렇게 신으니까 더 멋있는 것 같은데.
준 어... 형아 말처럼 멋있기는 한데 엄마가 보면 혼날걸. 나도 며칠 전에 그렇게 신다가 엄마한테 엄청 혼났었거든. 그러다가 넘어지면 위험하다고. 난 하나도 안 위험하고 재미있기만 하던데.
빈 그래? 이것 때문에 엄마한테 혼난 거야? 너를 왜 혼냈어? 신발가지고 장난친 것도 아닌데.
준 신발은 그렇게 짝이 다르게 신는게 아니래. 신발은 똑같이 생긴 같은 짝이랑 신는건데 내가 지금의 형아 처럼 엄마 신발 하나, 아빠 신발 하나 신으니까 혼난 거지. 근데 혼나고 나서도 왜 신발은 똑같게 생긴 짝이 랑만 신어야 하는지 얘기는 안 해 주더라구.
빈 그러게. 왜 똑같은 짝만 신어야하지? 신발 가게 지나갈 때 난 항상 궁금했었거든. 가게에서는 항상 같은 짝으로만 팔고 어른들도 같은 짝만 사오는 거야. 다른 짝을 파는 가게는 못봤어. 물론 서로 다른 짝을 사가는 어른들은 한번도 못봤고. 왜 꼭 신발은 같은 짝으로 신어야 하는거지?
준 다른 짝끼리 신으면 안 되나? 왜 안 되지? 다른 두 짝을 신으면 더 멋있어 보일 것 같은데. 난 아빠꺼랑 엄마꺼 같이 신으니까 더 멋있던데. 내가 잘못 된 건가?
빈 잘못? 그런 거는 아닌 것 같아. 그렇게 신는다고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무슨 이유는 있을거야. 어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렇게 하지는 않거든. 어쨌든 나는 다른 짝끼리 신는 것이 더 좋아. 봐봐~! 이렇게 왼발에는 작년에 아빠가 샀던 파란 신발, 오른발에는 올해 아빠가 샀던 녹색 신발 신으니까 더 멋있잖아.
준 오~! 나도 지금 형아가 양발 모두 다른 신발 신으니까 더 멋있어 보여. 도대체 이렇게 신으면 왜 안 되는 거야?
빈 이렇게 다르게 신는다고 위험한 것도 아닌데. 아마 어른들은 두개가 서로 다르면 싫은가봐. 뭐든지 똑같아야 좋다고 생각하나봐.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준 솔직히 무지개도 다른 색깔끼리 있으니까 더 아름다운 거잖아. 산에 나무들도 다른 모양과 다양한 색깔들이 섞여있으니까 정말 예쁘더라구. 어른들도 엄청 그런 것을 엄청 좋아하면서... 단풍놀이라고 그러나?
빈 오~ 너 단풍놀이도 알아? 우리 동생 대단한데. 엄마와 아빠도 내가 그림 그릴 때 한 가지 색깔로 칠하면 다양한 색연필 사용하라고 하거든.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니까 확실히 좋더라고. 그림도 더 멋있고 예쁘고.
준 형아한테만 말하는 건데. 결혼식 갈 때 한 번씩 엄마가 형아랑 똑같은 옷 입히거든. 사실 똑같은 옷 입으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아. 형아랑 나랑 몸 모양이 다른데, 같은 옷 입으니까 좀 이상하기도 하구. 왜 똑같은 옷 입히는지 모르겠어?
빈 맞아. 사실 나도 너랑 똑같은 옷 입었을 때 이상했거든. 나는 날씬하고 너는 뚱뚱한데, 같은 옷 입으니까 많이 이상해.
준 나 안 뚱뚱하거든. 통통한거야. 하여튼 형아랑 나랑 얼굴도 다르고 몸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데. 가만히 보면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한명도 없는 것 같은데 왜 같은 것들을 사용하려고 하지? 똑같이 되고 싶어서 그런가?
빈 맞아. 달라도 되는데. 다르면 오히려 더 멋있고 예쁜 것 같은데, 왜 같아지려고 노력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고 이상해. 신발도 똑같은 두 짝을 신어야 한다고 하고. 분명히 오른발과 왼발이 다르게 생겼을 텐데. 젓가락 두 짝도 같은 짝이고 장갑도 모두 같은 모양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른데 왜 같아지게 하려고 하는 걸까?
준 맞아. 형아 말이 딱 맞네. 다르다고 싫어하면 안 되는데. 친구들도 보니까 다른 아파트에 산다고 멀리하고, 같은 장난감 가지고 있는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고, 다른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들과는 안 놀고 그러더라구. 장난감도 똑같은 것 보다는 다른 것 여러개 가지고 노니까 더 재미있던데.
빈 어른들도 똑같은 것 같아. 엄마와 아빠도 모임에서 같은 동네 산다고 더 반가워하고 같은 생각하는 사람들끼리만 한곳에 모여 계속 얘기하고. 다른 생각 가지고 있는 사람들하고는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자기와 생각이 다르니까 틀렸다고 멀리하고...그냥 다를 뿐인데. 다를 수도 있지 않나? 꼭 생각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
준 다를 수도 있는 것이 아니라 달라야 정상 아닌가? 우리 모두는 다르게 생겼는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지?
빈 내가 보기에는 편해서 그런 것 같아. 다르면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고. 왜 그런 것 있잖아. 나도 어린이 집 다니다가 유치원 처음 갔을 때 불편했었거든. 어린이 집에 가면 매일 아는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있는데 새롭게 유치원을 가니까 모든게 어린이 집 다닐 때와는 다른 거야. 그래서 처음에는 가기 싫고 그렇더라구. 뭔가 불편했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준 형아 말처럼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아기 때 집에서 엄마하고만 계속 있다가 어린이집 가니까 모든 게 달랐어. 며칠 동안 어린이 집이 너무 가기 싫더라구. 이런 것 때문에 어른들도 같은 것만 찾는가봐. 다른 것은 불편하니까.
빈 아휴~ 이제야 알았네. 똑같은 것만 찾는 이유를. 자꾸 똑같은 짝을 맞추어 신발을 신고, 똑같은 작대기를 젓가락으로 사용하는 이유를. 불편해서 였구나.
준 근데 형아~! 다르다고 꼭 불편하기만 하지는 않는 것 같아. 예전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랑 다른 장난감을 받으면 기분이 좋거든. 놀이터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도 더 신나게 놀 수 있어 좋고. 매일 있는 집보다 한 번도 가지 못해본 곳에 가면 달라서 기분이 완전 행복해지거든. 이것도 다른 것 같은데 왜 불편하지 않고 기분이 좋은 거지?
빈 어...그거. 그렇네. 가만히 생각해보니 준이 너 말이 맞네. 다르다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고, 안 불편할 수도 있고...새로워서 그런가? 다르다는 것의 의미는 예전에 보고 듣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고, 이것은 새로운 것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아! 맞네. 다른 것을 새로운 것으로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거네. 다른 것 = 불편한 것? 다른 것 = 새로운 것?
준 아~ 그래서 다른 것이 오더라도 모두 불편하지는 않구나. 다른 것이 새로운 것이라면 불편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기분이 좋고 행복해지고 그러는 거구나. 이제야 이해가 되네.
빈 너하고 이렇게 얘기하니까 그동안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것들이 풀리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꼭 같을 필요가 없다는 말, 달라도 되는 것들을 굳이 똑같이 하려는 목적은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단순한 시도일 뿐이네. 다른 것이 오히려 더 행복하고 편안할 수도 있고 멋있어 보일 수도 있는 거네.
준 맞아. 달라도 되잖아. 똑같을 필요는 없잖아. 다른 모양과 색깔의 신발을 신어도 되잖아. 위의 옷과 아래 옷 색깔도 완전 달라도 되고. 젓가락 두 짝도 크기와 색깔, 모양이 달라도 반찬 먹는데는 아무런 불편함도 없을 것 같은데.
빈 우리 이제 똑같아 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달라지기 위해 노력해 볼까? 엄마가 우리 둘 같은 옷 입히면 다른 옷 입혀달라 하고, 양발에도 서로 다른 양말과 신발을 신어보는 것은 어때? 처음에는 엄마한테 혼날 수도 있겠지만 자꾸 이렇게 하다보면 엄마도 다름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준 오~! 형아 좋은 생각이네. 어린이 집에 가서도 다른 동네 사는 친구들이과도 더 친해져서 그 동네 놀이터에도 한번 가봐야겠다. 재밌겠는데.
빈이와 준이 형제는 자신들의 눈에 모두 달라 보이는 것들을 같은 것으로만 묶으려는 어른들의 시도가 야속하기만 합니다. 왜 같아야 되는지에 대한 어떠한 한마디 말도 없이 같게만 만들려는 것은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나 봅니다. 같은 것에서는 하나를 배우지만 다른 것에서는 다른 것만큼 배운다는 사실도 깨닫고 가네요. 물론 다른 것이 더 예쁘고 더 멋지다는 생각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