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으로 먼저 다가가는 순간 다가오는 밝음을 마주하며
째깍째깍째깍...
오늘이 시작하고 작은 바늘의 시침이 둥그런 트랙을 다섯 바퀴 돈 순간
어두운 방안의 정적을 뚫고
새벽 5시라는 아우성이 저를 깨웁니다
저의 의지를 완강히 거부하는 오른쪽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려 세상을 바라보니
안도 밖도 모두 어둠으로 가득차 있네요
어둠을 벗어나고 싶어 눈꺼풀을 살짝 들어올린 순간
세상 전체가 어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눈을 감았을 때의 어둠,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을 때 제일 먼저 다가온 방안의 어둠,
투명 유리를 거쳐 제 시야에 들어오는 바깥세상의 어둠까지
정체불명의 힘에 이끌려 이 모든 어둠을 뚫고 밖을 나섭니다
어두움은 찬바람의 기세에 더욱 힘을 싣어주네요
이른 새벽 차갑게 살갗을 두드리며 지나가는 바람은 어둠의 힘까지 얹혀져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둠은 이내 물러갑니다
완강히 대항한 것도 아니건만 그냥 자연스레 그 자리를 밝음에게 물려줍니다
어둠속으로 들어가니 그 안에 밝음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둠밖에서는 결코 보이지 않았던 그 밝음이 저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제 주위를 모두 밝게 비추어줍니다
밝음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던 밝음입니다
그 순간...이런 생각이 저를 스쳐갑니다
어둠의 힘에 눌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계속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더라면...
밝아오기만을 계속 기다렸다면...
결코 밝음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밝음은 밝은 곳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어둠속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밝음을 마주하고자 먼저 다가가는 순간
밝음도 나에게 다가오기 위해 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