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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우 Sep 01. 2017

3D프린팅은 어디에 써먹는걸까?

카본과 아디다스가 만든 3D 프린트 신발

https://www.technologyreview.com/s/607964/carbon-prints-amazing-materials/


현재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3D 프린팅 기술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눠진다고 본다. 


첫 번째 부류는 3D 프린팅의 보급화에 집중한 전략인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Makerbot과 Kickstarter에서 자주 보이던 DIY 프린터 프로젝트들이 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학교나 가정에서 3D 프린터를 가지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지만 아직 집에서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가정용 3D 프린터가 약속한 미래에서는 실생활에서 필요한 물품을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것이었는데, 막상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재질의 결과물들은 실용품이라기보다는 프로토타입에 가깝다. 아직 공장에서 몰드로 찍어내는 플라스틱 용품에 비하면 질도 낮고 만들어지는 속도도 느리다. 아직까지는 저가형 3D 프린터의 최대 수혜자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야 하는 연구실이나 학교라고 본다.   


이 반대편에는 3D 프린팅의 가능성의 무한함을 증명하려고 하는 부류가 있다. 예를 들어 콘크리트로 집을 프린트하는 프로젝트나, 의족/의수나 옷을 짜내는 웨어러블 프로젝트들이 있다. 이런 실험들 역시 중요하고, 광범위하게 쓰일 가능성 또한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 문제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이 프로젝트들이 보이는 방식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하나의 Buzzword로 다뤄서 마치 3D 프린팅 기술 자체가 모든 Fabrication의 정점이나 해법이라고 보여주는 건 올바르지 않다. 많은 프로젝트들이 아직 초기 실험단계이고, 아직 광범위하게 적용되려면 갈 길이 먼데, 마치 3D 프린팅이 해답인 것처럼 영상을 보여주는 건 대중에게 '그냥 3D 프린트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물론 미디어에서 3D 프린팅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건 대중에게 이 기술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부류처럼 저가형 프린터에 대한 내용은 3D 프린팅이 집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걸 보여준다. 두 번째 부류는 어설프지만 3D 프린팅이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스케일과 분야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3D 프린팅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아쉬운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익숙한 3D 프린팅은 레이어를 층층마다 쌓아 올리는 Additive Manufacturing(AM) 기술인데 이건 이제 거의 30년이 넘은 기술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디선가 이 기술에 대한 가정이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Carbon이라는 회사가 아디다스와 협력해서 밑창을 3D 프린팅 한 신발을 올 겨울 출시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창업자들이 화학자 출신인데, AM 기술을 이용한 게 아니라 빛을 이용해서 분자끼리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형태를 만든다고 한다. 창업자들이 이 프로세스를 깊이 이해하고 있고 다양한 자재, 그리고 3D 프린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하니 매우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재밌는 점은 이 회사가 아디다스와 협력해서 신발을 만드는 건데, 시장에 내놓을 상품을 만들어낼 정도의 기술이라면 지금까지 3D 프린팅으로 만들어낸 물품 중 가장 큰 활용도와 완성도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나이키 창업자 Phil Knight의 자서전에서 Shoe Dog에서 Knight의 공동 창업자이자 코치였던 Bill Bowerman은 자신의 창고에서 새로운 신발과 밑창을 개발하고 실험했다고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임상실험을 통해 새로운 자재와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스탠더드가 되는 기술은 현실이라는 시험을 견뎌내야 한다. 나이키는 이 정신을 유지해왔고 지금도 나이키의 R&D는 신소재 연구로 유명하다. 아디다스와 Carbon의 협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재밌는 실험이라고 본다. 일반 신발보다 훨씬 높은 내구성과 기능성을 요구하는 운동화는 Carbon이 만들어내는 신소재와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다. 이 피드백 과정 속에서 공개될 결과물이 매우 궁금하다. 사람들은 3D 프린팅이 가져올 Mass customization을 기대하고 있지만, 나는 3D 프린팅이 일단 쓸만한 퀄리티의 물건을 빨리,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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