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안 F&B 조인호 대표를 만나다 ①
손대는 일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장사의 신 중의 신’이라 불리는 남자가 있다. 언론에 단 한 번도 노출 안된 그는 현재, 경기도 성남에서 <청담추어정>, <곤드레밥집> 등의 2개 브랜드 6개 매장을 운영 중. 디안 F&B 조인호 대표의 얘기다.
어린 시절, 그의 집 뒤뜰에는 우물을 중심으로 상추밭과 고추밭 등이 있었다. 부모님이 하루 종일 밭에서 일하시니 밥을 차려먹는 건 자연스레 자신의 몫이었는데 뒤뜰에서 따온 상추 몇 장과 고추 몇 개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 한 끼가 세상 무엇보다 맛있었다고 한다. 회사 이름인 ‘디안’은 뒤뜰을 의미한다. 소박하지만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풍경, 그리고 그토록 맛있고 행복했던 밥상을 고객들에게도 똑같이 선물해주고 싶어 지은 이름이라고.
“가구공장에서부터 일식집 주방장, 포장마차, 과일장사, 생선장사 등등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먹고 살 돈도 없으니 대학은 꿈도 못 꿨지요. 처음엔 가구 만드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전역 후에는 친구와 함께 소품용 가구 제조공장을 운영했어요. 근데 공장 운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완제품 가구들이 수입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공장문을 닫게 됐지요.
하지만 그의 운명은 외식업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을까. 한참을 방황하던 어느 날 사돈의 권유로 일식집 주방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고, 6년 여의 시간을 거치며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된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외식업의 기본을 다졌던 셈이죠. 6년이 지나니 문득 내 장사가 해보고 싶단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당시엔 ‘50세까지만 일하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모든 걸 쏟아 부으며 살았던 것 같아요.” 처음엔 1톤 화물 트럭을 끌고 생선장사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새벽 4시에 일어나 가락시장, 노량진, 청량리 등등 3~4곳의 시장을 모두 돌아다녔습니다. 졸음까지 참아가며, 하루 2~3만 원을 더 벌려고 참 열심히 했지요.”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건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 좋은 쪽에서든 나쁜 쪽에서든.
그는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
“2년 만에 포장마차 사장이 됐어요. 운 좋게도.”
전자다.
폐점한 가게가 많은 상가라도 반드시 잘 되는 가게는 있지. 그 어떤 쇠락한 거리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가게를 빛나게 할 수 있다는 말씀. 만약 입지 조건이 좋은데도 가게가 잘 안 된다면 그건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해. 손님 많기로 유명한 시내의 인기 초밥 집에서는 새 요리사가 올 때마다 “지금까지의 원가 공식은 버려달라”라고 교육한다더군. 원가가 머릿속에 들어있으면 ‘어떻게 하면 손님에게 이득을 줄까, 즐거움을 줄까’하는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 - 우노 다카시(2012).『장사의 신 기본 편』. 샘 앤 파커스, 69. -
그는, 고객에게 더 많이 돌려주고자 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식재료를 1000원 싸게 들여온다면 그 이득을 모두 고객들을 위해 쓰겠다는 생각, 이러한 경영철학이 고객을 더 많이 불러들이는 선순환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사 안 되는 식당 사장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무엇이든 줄이려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세를 아낀다는 이유로 매장 내 조명을 모두 꺼놓는가 하면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을 끈 채 매장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그뿐인가? 재료비 아끼려고 메뉴 양을 줄인다거나 맛의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일도 허다하니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조인호 대표는 달랐다. 그는,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마음을 얻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인터뷰 도중, 또 하나의 궁금증이 일었다. ‘정말 이것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걸까. 시작하는 일마다 잘 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그리고 의문.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시작했던 게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포장마차에 수족관을 설치한다거나 랍스터를 메뉴로 내는 등 아무도 하지 않는 걸 발 빠르게 시도했지요. 물론 지금이야 그런 것들이 흔하지만 당시엔 쉽게 볼 수 없었거든요.”
남들보다 반 발자국 빠른 시도는 분명 상대적 우위를 가져온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성공 비결.
불경기엔 메뉴 가격을 1~2백엔 낮추려고 하지 말고, 손님이 횡재했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 그러면 굳이 가격으로 승부하지 않더라고 손님은 반드시 찾아와 줄테니까 - 우노 다카시(2012).『장사의 신 기본 편』. 샘 앤 파커스, 165.-
90년대 중반, 랍스터 한 마리 원가가 9000원이었는데, 조인호 대표는 이를 활용한 스페셜 메뉴를 출시했다. 단품으로 5만 원인 광어를 7만 원 세트와 9만 원 세트로 구성, 손님들이 9만 원짜리 세트 메뉴를 주문하면 랍스터 한 마리를 더 주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고객들은 대부분 9만 원짜리 세트메뉴를 선택했다. 148m²(45평) 제곱미터 규모의 횟집은 며칠 새에 일 매출 700~800만 원을 기록했다. 이 방법은 현재 <청담추어정>과 <곤드레밥집>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청담추어정>의 메뉴 보드를 살펴보면 추어탕과 추어 정식, 그리고 그 밖의 단품으로 메뉴 구성이 되어있다. 추어탕이 1만 원, 추어 정식은 1만 6000원인데, 추어 정식에는 제주황게장과 미꾸리연근튀김의 단품은 물론 오리불고기까지 제공된다. 6000원만 더 내면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셈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다양한 메뉴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6000원을 추가로 더 내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매장 입장에서도 객단가가 오르는 것은 물론, 식재료 회전율까지 올라가니 운영 효율성을 확보할 수가 있다. 실제로 매장 내 고객들은 대부분 추어정식을 선택하고 있었다.
조 대표가 1057m²(320평) 규모의 대형 횟집을 오픈할 때였다. 첫날부터 고객들이 몰려와 매장 내 모든 좌석이 꽉 들어찼고, 더 이상 음식을 제공할 수가 없어서 저녁 8시에 문을 닫았다. 매장 내 시스템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 그래서 그는 3일 동안 매장 문을 닫고 시스템을 재정비한 후 다시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당시 제빙기로 만든 얼음 위에 직접회를 썰어주는 서비스를 했었죠. 고객들이 보기엔 좋았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어요. 매장 내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 시스템 등을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방법을 달리했어요. 문제는 쉽게 해결됐죠.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장 운영의 효율성도 충분히 생각해야만 해요"
완벽한 준비 없이 오픈했다가는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영업을 중단하고서라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의 작은 균열을 무시하고 지나친다면, 시간이 지나 시스템이 무너지고결국 식당 문도 닫게 될 것이다.
<청담추어정>에 가면 고소한 빵 냄새가 진동한다. 국내산 팥을 직접 삶아 천연발효종과 배합해 매장에서 직접구워낸 빵. 근데 추어탕 집에서 빵 냄새가 나는 이유는 뭘까?
“우연한 기회로 <이성당>, <성심당>과 같은 빵집이 하고 싶어 빵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추어탕과 잘 어울리는 단팥빵을 발견하게 됐고, 매장 내에서 팔게 된 거죠. 그런데 단팥빵 냄새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 거예요. 손님들이 빵을 그렇게 많이 사가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이런 걸 향기 마케팅이라고 하더군요."
그를 인터뷰하다 보면 ‘그렇게 잘 될지 몰랐다’. ‘그렇게 많이 팔릴지 몰랐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하지만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면 장사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있고, 매우 전략적이라는 사실까지 알 수 있다. 빵 매출만 월 4000~6000만 원. 추어탕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평균 40분의 웨이팅 시간 또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순간, 고소한 빵 냄새는 그렇게 발목을 또 한 번 잡는다. 이처럼 샵인 샵을 활용하면 한정된 공간, 영업시간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한 명의 고객에게 1인분만을 파는 것은 이제 옛날 방식이다. <청담추어정>은 추어탕 집, 그리고 빵집이기도 하다.
좋은 곳에 가거나 좋은 것을 먹을 때 가족이 떠오르는 게 사실인데, 그래서인지 <청담추어정>과 <곤드레밥집>을방문하는 고객들은 단팥빵 외에도 추어탕이나 반찬류를 많이 구매해가는 편이다. 인터뷰를 마친후 나 또한 추어탕을 포장해 왔는데, 포장비를 아낀다는 이유로 반찬을 주지 않는 일부 식당들과 달리 이곳은 반찬은 물론이고 부추, 마늘, 고추, 심지어 후추까지 포장되어 있었다. 그 세심함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매장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 전하고 싶어 하는 조 대표의 마음 또한 진하게 느껴졌다. 식당 비즈니스도 마찬가지. 언제나 그렇듯 진심은 마음을 움직인다.
장사가 안 되더라도 손님으로 북적되는 가게를 상상하면서 “자 여기 나왔습니다!”라고 빨리 내놓을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해. 손님이 80% 정도만 차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는, 잘 나가는 가게가 될 수 없어. - 우노 다카시(2012).『장사의 신 실천 편』. 샘 앤 파커스, 127.-
출처 : 나도사장님 현성운 칼럼
- 다음 편에는‘디안 F&B’ 조인호 대표의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