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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성운 Feb 15. 2018

화장실 서비스 디자인

대박집은 화장실부터 남다르다


대박집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 정리된 바는 없지만 보통  ‘고객이 길게 줄 설 정도로 장사가 잘 되는 집, 늘 손님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맛집'을 말한다. 영업시간 내내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기에 대박집들은 다른 집보다 몇 배 이상의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매장 안의 화장실도 소흘하게 다룰 수없다. 손님이 자주 들락날락하기 때문에 빈번한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대박집 화장실을 관찰하던 중 일관된 법칙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대박집의 화장실이 어떻게 다른지 낱낱이 파헤쳐 보자.      


공통법칙 01ㅣ대박집 화장실에는 항상 여유분의 휴지가 있다

외식업소의 화장실은 30분에 한 번씩 점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하지만 매장이 너무 바쁘다 보면  정해진 시간마다 점검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고 화장실 점검 횟수를 줄이면 고객의 불편을 초래한다. 여러 가지 제약으로 화장실 점검할 여유가 없다면 방법을 달리해보자.


∨화장실 칸마다 휴지는 1~2개 더 여유 있게

화장실에 칸마다 휴지를 1~2개 더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더라도 중간에 휴지 떨어져서 곤란한 일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자연스레 직원의 일도 줄어든다.

상 : 마피아디저트, 하 : 하남돼지집


공통법칙 02ㅣ대박집 화장실에는 큰 사이즈의 휴지통이 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보면 휴지통도 금세 가득 찬다. 그런데 직원이 바쁜 탓에 휴지통 비우는 타이밍을 놓친다면 어떨까? 화장실 휴지통은 쓰레기로 넘쳐나고 고객들은 불편을 겪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박집들은 약속이나 한 듯 큰 사이즈의 휴지통을 사용하고 있었다. 휴지통이 크면 비우는 횟수도 줄어든다. 여기에 뚜껑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위생적인 것은 기본이요, 뚜껑까지 자연스레 쓰레기를 눌러주니 쓰레기로 넘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공통법칙 03ㅣ대박집 화장실에는 휴지통 받침대가 있다

화장실에 가보면 휴지통 바닥에 뭔가가 깔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게 부채나 단단한 받침을 깔아두는데 이는 화장실 청소 고수들의 비법이다. 휴지통에 봉투를 씌운 경우 사람이 발로 밟아주지 않는 이상 봉투가 뜨고 휴지통이 금방 차게 된다. 하지만 단단한 받침대를 깔아주면 봉투가 들뜨지 않아 더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봉투의 유무와 관계없이 받침대를 까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쓰레기가 바닥에 들어붙는 일이 없어 휴지통을 비우는데 훨씬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필요하다면 화장실에서의 촬영도 마다 않는다

공통법칙 04ㅣ대박집 화장실에는 프로모션도 이뤄진다

사람이 가장 집중하는 시간은 언제일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시간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박집은 이 집중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홍보물을 부착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별다방미스리>는 고객이 친구, 연인등과 함께 별다방 미스리에서 찍은 인증샷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올리면 1,000원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민쿡 다시마>는 인스타그램과 음식사진에 초점을 맞춰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고객에게 해시태그를 지정해 매장 노출이 더욱 용이하게 하고 있으며 심지어 고객이 찍은 사진을 민쿡에게 보내달라고 말하고 있다. 고객의 정보 또한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방법의 차이가 있어도 대박집들은 화장실에서 조차 고객이 자신의 매장을 알리게끔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만일 우리집을 널리 알리고 싶다면 위와같은 방법을 적절히 활용해 보자.      

좌 : 별다방 미스리 , 우 : 민쿡 다시마

공통법칙 05ㅣ직접 고객이 되어 고객 경험을 디자인 한다

모 음식점에 갔을 때였다. 그 곳은 화장실 좌변기 옆에 세면대가 있고, 출입문은 멀리 떨어져 있는 구조였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밖에서 누군가 똑똑 두들겼다.  순간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손을 씻고 있기에 망정이지 볼일 보는 상황이었다면 중간에 일어날 수도 없고 난감했겠구나' 라고.

그런데 대박집은 화장실의 구도도 남달랐다. 화장실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 곤란한 상황이 나올 확률을 줄인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일이다. 만일 사정상 화장실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작은 배려를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이곳은 홍대에 있는< imi>인데 화장실 문 앞에 ‘혹시 문이 잠겨있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 문을 잠그면 문 밖에 '사용 중'이라고 표시 되는 손잡이를 설치하거나 위의 방법처럼 간단한 문구를 부착해도 좋다. 만일 고객에게 재미를 주고 싶다면 좌변기에 앉아서도 똑똑 두들길 수 있는 긴 막대 모형의 손잡이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이때 사용법을 함께 부착해 둔다면 ‘아니 나를 위해 이렇게나 세심한 배려를 하다니’라며 고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것이다.      

홍대 imi 화장실 문앞에 부착된 문구이다

지금까지 대박집의 남다른 화장실을 살펴봤다. 대박집은 주어진 상황에서 고객을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고 있으며, 실제 고객이 되어 그들의 경험을 관찰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서비스 디자인을 설계한다. 우리 매장이 대박집이 아니어도 좋다. 인력 문제로 화장실 점검할 시간조차 부족하다면 위 방법 중 단 한 가지라도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박집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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