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hanist Nov 27. 2016

캐나다스타그램 #8

#취했지만_취하지는_않았다


 밴프국립공원을 나와서 캘거리를 지나 북서쪽으로 달리는 중이었다.


윈도우내림 버튼을 눌렀다.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고있는 차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와 머리에 쓰고있던 모자사이로 파고 들었다. 몽롱했던 머리가 맑아지면서 듣고있던 음악의 노랫말이 또렷이 들어왔다. 머릿속은 흥으로 가득찼다.


Christina Aguilera가 비밀을 말해줄테니 혼자만 알고있으라 한다. 흥이나지 않을 수가 없다. 수십번을 돌고돌아 몇번째 반복되고 있는지 셀수도 없지만 들을때마다 신이났다.


우리 쫌 내리까??


내려서 시동을 껏지만 귓가에는 노래가 맴돌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춤추기 시작했다. 그저 폴짝폴짝 뛰는게 다였지만, 카메라를 세워두고 땀이날 때까지 흔들어댔다. 햇빛은 빠르게 흘러가는 늦가을의 낮은 구름들 사이로 미러볼처럼 반짝였고 끈적한 땀내섞인 담배냄새 대신, 이제막 잘려나간 들판의 짙은 풀냄새가 났다.


취했지만 취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않았다라고 인터뷰한 김상혁이 이런기분이었을까?


주위엔 지나가는 차는 물론이고 트랙터를 모는 농부도 보이지 않았다. 여긴 우리밖엔 없다. 배가고파 길가에 헬리녹스 의자를 피고 스타벅스에서 사온 머핀과 까페라떼를 꺼냈다. 아직 도착하려면 1시간은 더 달려야 한다.

 



해가 질 때까지 여기 있기로 했다.


#캐나다스타그램8 #다음화가_마지막화

#여행 #여행스타그램 #여행사진

#Banff #Canadna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스타그램 #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