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 Sep 15. 2021

(1)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는 이유


버릇 하나


 이걸 버릇이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린 시절부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애써 외면하거나 그리 대단치 않은 업적이라고 낮잡아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또래의 사람들이 제가 이루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했던, 혹은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던 일을 현실에서 멋지게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일부러라도 피했던 것이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전 이런 경향이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성공한 상대방과 자신을 놓고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자책감 싫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자책감을 극복하고자 '나도 한 번 멋지게 성공해보겠어'와 같은 목표를 정해 열심히 노력했던 것도 아닙니다. 제가 했던 일이라고는 그저 '저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버리거나 혹은 지금의 제가 처한 상황, 재능, 환경적 요인 등등 온갖 핑계를 떠올려 '해야 할 이유'보다는 '할 필요가 없는'이유를 찾은 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를 보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마치 나무 위 포도는 맛없을 것이 분명하니 포도를 따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 여우처럼 말이죠.


 버릇은 행동뿐 아니라 생각의 과정에서도 깃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31살이 된 지금까지도 성공한 또래들의 경험담을 귀담아듣기는커녕 억지로라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제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저는 스스로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처럼 다른 사람이 성공했다는 이야기에 대해 '나는 왜 이모양일까'하는 식의 자책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억지로 외면할 필요는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저의 나쁜 버릇을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착각 하나


 저는 이 문제('왜 나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애써 외면하는가')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본 결과, 제가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사람은 '따라 하기'를 통해서야만 '자신만의 것'을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곧 제가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가치가 없는 일로 여기고 있었다는 의미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저는 '이미'성공한 사람들이 해왔었거나 알려주는 것들을 대단치 않은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이미 다 알려진 마당에 나까지 따라 해 보는 게 무슨 소용이냐'라는 생각이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제가 착각했던 것은 바로 '모방'의 가치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이 알려주는 것을 100% 완벽하게 모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같은 선생님에게 같은 교과서를 보고 배워 시험을 보더라도 각자의 시험 성적은 천차만별인 것과도 비슷하듯, 사람은 어떤 것을 배운다 하더라도 결국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그리고 시간과 노력의 투입 정도에 따라 처음에 배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는 사람이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모방할 필요가 있었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과 행동을 모방해보는 과정에서 느낄지도 모르는 자책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해봤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은 그리 중요한 감정이 아니었음에도, 저는 이러한 감정들에 대해 필요 이상의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고 그 결과 성공한 또래들의 이야기를 외면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다짐 하나


 생각해보면,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것들을 모방해왔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만의 생각을 조금씩 더해보는 과정을 통해 저의 가치관이 담긴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왔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이러한 모방의 과정을 통해 습득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이 단순한 사실을 저는 몰랐습니다.


 생각의 과정이 여기까지 이르고 나니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이 선명하게 보이는 기분입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누군가의 성공담을 외면하거나 그들의 성공을 낮잡아보거나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기보단, '자신만이 해낼 수 있는 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모방해보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분명 '이건 이렇게 해보면 더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저를 찾아올 때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그날이 올 때까지 앞으로는 더 많이 따라 해 보고, 다른 사람들을 모방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만의 것'을 찾아내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들어가며]31살, 다시 찾아온 사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