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인생은 바뀔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적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이 주제는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것이라 그런지 생각이 많아지다보니 적을 내용도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의 글에선 '인생은 바뀔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에서 바뀔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자신의 머리에 떠오르는 하고 싶거나 이루고자 하는 일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생각이 나는 것인 만큼, 잘 될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필요한 요소를 쌓아가다 보면 목표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인생은 바뀐다는 것이 전 글의 내용이었죠.
이번에도 질문은 동일합니다. 그리고 대답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목에 '부정 편'이라고 적은 만큼, 인생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지만, 나쁜 방향으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이번 글에서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인생이 나쁜 방향으로 바뀔 때는 보통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였습니다.
안 한다는 것의 범위
먼저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이 문장 그대로 가만히 누워 숨만 쉬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앞서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인생은 나쁜 방향으로 바뀐다는 말을 했었는데, 깊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이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령 학생 시절을 생각해보면, 이때 '아무것'에 해당하는 것은 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이 될 것입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공부인데요, 저도 학생이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학생으로 살아가는 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기보단 나쁜 방향으로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좋고 나쁘다는 것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거나 학생 시절의 사람을 두고 단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대학 입학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만이 인생을 결정짓는 시대가 아니기에, 공부 이외에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해보는 것은 인생을 바꾸는 데 있어서 공부보다도 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학생 시절을 지나 직업 혹은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발생합니다. 이제는 매일 일정 시간 이상을 근로활동을 하는 데 사용해야만 합니다. 물론 시간만 투입한다고 해서 근로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체력과 감정,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장 혹은 사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우리에겐 비로소 '아무것'이나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일터에서 돌아와 피곤한 몸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일 출근을 위해 푹 쉬어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변한 것은 없습니다. 즉, 사람이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은 '뭔가를 한다'라기 보단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결국 직업을 가지게 되고 나서부터는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추가로 더 해야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 논점을 벗어나는 이야기지만, 직업을 고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직업의 중요성
앞서 저는 직업으로서 해야 하는 일과, 인생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아무것'에 해당하는 일을 구분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자신의 직업에 따라 주어진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겐 직업으로서 해야 할 일과 인생을 바꾸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구분 지어 각각 수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 즉 '내가 직업으로 하고 있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직업에 속해 있던, 우리는 자신이 가진 직업인으로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저는 자신의 직업활동을 통해 바뀌어갈 미래의 인생이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대로 직업활동은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이며, 이 직업을 통해 펼쳐질 나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긍정보단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면, 우리는 직업활동이 아닌 '무언가'를 추가적으로 해야지만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요.
이도 저도 아닌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면,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직업활동 만으로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추가로 뭔가를 하는 분들은 언제나 '이도 저도 아닌'사람이 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며, 직업인으로서 근로의 대가로 받는 월급은 일정 수준 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생을 바꿔보겠다며 직업활동이 아닌 다른 일을 하다가 본업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본업은 본업대로 제대로 못하고, 분명 좋은 뜻에서 시작하였을 직업 이외의 활동 역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고 중단해야만 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순간에 처한 인생이 좋은 의미로 해석될 여지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닐 텐데,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가다 보면 뭔가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니 두 가지 일을 같이 하는 것은 각각의 일에 영향을 줘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인생이 될 것 같은 기분에 빠지는 것. 이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풀지 못한 숙제
혹시 이 글을 읽으시면서 정리되지 않은 느낌을 받으셨다면, 그 이유는 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전히 저는 이 문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에선 직업활동을 하는 것만으론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 정도입니다. 과연 여기서 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아마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3가지 정도일 것입니다. 직업활동을 더 열심히 함으로써 직업활동을 통해 인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거나, 직업활동 자체를 바꾸거나, 혹은 직업활동 이외에 뭔가를 추가로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31살의 저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럴 때일수록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뭐든지, 조금 더 해봐야겠죠. 아직도 저는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