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 Oct 16. 2021

(9) 불안감은 왜 생기는 걸까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이러한 감정들 중에서 '불안감'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뭔가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이게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 때를 돌이켜보면, 어떤 설명보다도 '나는 지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라는 말이 가장 설득력 있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지금껏 살아왔던 순간이 어쩌면 불안감을 느끼고,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과정은 반복될 것입니다. 이런 일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진 않겠지만요.


 다행인 것은, 그래도 이 방면에선 경험치가 조금 쌓인 덕분인지 이제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하다는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그리고 만약 불안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불안감을 줄어들 수 있는지는 알 것도 같습니다. 우선 오늘은 불안감이라는 것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불안감의 원인


 저는 불안하다는 생각이 드는 원인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 않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때의 해야 할 일이란 남이 시켜서, 혹은 외부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의 예를 들어보면, 저는 2021년이 끝나기 전까지 브런치에 100편의 글을 쓰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 일은 그 누구도 저에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으며 제 스스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기에 시작한 일입니다. 물론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9편을 쓰고 있는 지금, 저는 올해가 이제 세 달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생각해봐도 하루에 1~2편은 글을 완성시켜야만 저의 목표는 달성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제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선 어떤 글을 쓸지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충분한 시간과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이 과정에서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게으름과 여러 가지 사건들은 제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과정에 집중하는 것을 꾸준히 방해할 것입니다.


 이럴 때 저는 강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단순히 목표가 달성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저라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제가 바라는 것을 생각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며 인생을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로 채워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제가 하는 100편의 글쓰기는 적어도 제겐, 단순한 글쓰기가 아닌 자신의 삶에 오랫동안 기억될 가치 있는 경험을 쌓아가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저는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를 통해 멀지 않은 미래의 제 삶이 변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는 제게 있어하고 싶은 일임과 동시에 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스스로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이걸 매 순간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뭔가를 해야 만한다고 믿고 있으면서도 그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다른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불안감은 어김없이 저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과정을 반복하곤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불안감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왜 안 하는가


 이쯤에서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냥'하는 것, 그렇다면 불안감도 느끼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으니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생각한 것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도 정해져 있고, 그걸 하는 것은 충분히 보람 있지만 그걸 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것들, 특히 해야 할 일에 비해 현저히 적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도 곧바로 즐거워질 수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는 게 저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하고 싶은 재미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살면 분명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할 텐데, 정작 돌아오는 것은 만족이 아닌 불안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한다고 한들, 제가 해야 한다고 믿는 일들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아무리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을 잔뜩 해보며 살아간다고 한들, 자신이 진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쩌면 저는 해야 할 일을 눈앞에 두고 이리저리 다른 관심거리를 찾아다니며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니 저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8) 인생은 바뀔 수 있을까 -부정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