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도 Nov 24. 2021

(12) 자동차를 구매하였습니다


 제목 그대로, 저의 첫 자동차가 생겼습니다. 검은색의 소나타 뉴 라이즈, 9만 킬로를 뛰었던 이 중고 자동차는 인터넷에서 처음 보았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인터넷에서 차를 본 다음날, 저는 자동차가 있는 중고차 매장으로 가서 별 고민 없이 구매계약을 하였습니다.


 판매자분께 들어보니 이 차는 어느 은행의 지점장님 앞으로 출고되었던 차량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듣자 자동차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어느 은행이나 할 것 없이, 은행에서 20년 이상 근무하신 지점장님이 운전한 차량이라면 험하게 다루어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웃긴 사연이 있었다면, 어머니와 함께 차를 보러 갔는데, 저도 그렇고 어머니도 막상 차를 직접 운전해서 집으로 가져오기가 망설여져 기껏 매장까지 가서 집으로 탁송을 부탁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운전을 하지 않은 것도 3년이 되었다는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잘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를 사기 전에는 이런저런 고민도 있었습니다. 기왕 사는 것인데 조금 무리해서라도 원하는 차를 구매해볼까 하는 생각도 그중 하나였는데요, 막상 차를 운전해보니 그럴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저의 차가 된 2018년식 소나타만 해도 제가 운전하는 데는 전혀 불편하거나 아쉬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조금 더 빨리 차를 사면 좋았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차가 없을 때는 몰랐는데, 역시 차를 사고 나니 인생이 약간은 더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해보면, 저는 차를 운전하면서 약간 마음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몇 주전 주말, 집에 아무도 없이 저 혼자 한가로이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잠도 오지 않고 심심하던 찰나에, 저는 문득 운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가 없었던 예전에도 저는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 정차하는 아무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을 좋아했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저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휴대폰 블루투스와 차의 스피커가 연결되었고, 차에선 어젯밤 무렵 들었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음악은 과거 초등학교 시절 즐겨보았던 투니버스에서 방영해주었던 만화영화의 주제가였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제가 차를 운전해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오고 있는 그 순간 음악을 듣자 마음에서 기쁨이 뒤섞인 약간의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왜였을까요,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엔 만화영화 속 주인공들만이 할 수 있었던 '내킬 때 드라이브를 가는 것'이라는 이 행동을 31살이 된 저도 이제는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찾아온 감정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드라이브 정도는 누구나 하고 살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사소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뭔가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내친김에, 저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주말이면 방문했던 마트를 들러 1층에 있는 푸드코너에 가서 밥을 주문해 먹었습니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함께여야만 올 수 있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제가 혼자서 올 수 있는 곳이 된 이 장소는 제게 이유모를 아늑함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트에서 마셔본 적 없는 와인 3병과 약간의 안주거리를 구매한 다음, 일부러 바닷가가 보이는 곳을 택해 둘러둘러 운전을 하다 집에 돌아와 음악을 들으며 와인을 마시다 잠에 들었습니다.


 이런 소소함도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지만, 이보다 좋았던 것은 부모님을 모시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때론 어머니와 저는 자동차를 타고 지난 한 달간 다양한 장소를 방문했습니다. 중학교 졸업식 때 가고 처음 갔던 어느 호수, 언젠가 꼭 드라이브를 해보고 싶었던 야경이 멋진 어딘가의 산복도로 등, 지금은 운전석과 조수석의 위치가 바뀐 저와 부모님 사이는 자동차를 매게로 하여 조금은 더 깊어지고 다정해졌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이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것이었다니, 저에게 아직 자율주행 자동차는 계획에서 조금 멀리 미뤄두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