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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Jan 07. 2022

(26) 2번의 장례식과 1번의 결혼식


 한 달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어느덧 2022년이 되었지만, 제겐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2021년의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해는 바뀌었을지라도, 저는 2021년의 이야기를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 합니다.


 작년 12월, 저는 1주일 동안 2번의 장례식을 다녀온 일이 있었습니다. 아직은 사회 초년생에 가까운 상황이라 제겐 장례식을 간다는 것이 그리 익숙한 일은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의 장례식에는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다녀왔던 장례식은 그 소식을 직장 동기로부터 오후가 되어서야 듣게 되었지만, 퇴근 후 장례식장에 방문했을 때 저를 포함해 같은 지역에서 근무하는 모든 동기들이 장례식장에 왔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어른들 말씀으로만 들었던 '장례식은 가급적이면 꼭 가는 것이 좋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느낌을 받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동기들 중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저는 동기들과 함께 빈소에 가 가장 앞에서 향을 피우고, 절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험이 없어 서툴렀던 나머지 향에 불을 붙이는 것조차 잘 되진 않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론 장례절차에 능숙해진다는 것은 슬픈 경험이 쌓여온 결과라는 생각도 들어 장례 절차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서툴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주 분과 인사를 나누고 빈소를 나왔을 때, 많은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상주이자 저의 지인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 혹시나 제가 꺼낸 말이 의도와는 달리 위로는커녕 상처가 되진 않을까 싶은 생각에 제가 더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저의 기우일 뿐,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생각해보니 장례식장에 가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것은 상주분들과 함께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 하나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장례식을 다녀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장례식을 다녀오게 되었고, 이번에도 역시 장례식은 급한 일이 있더라도 잠시나마 시간을 내서 다녀오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역시 사람은 기쁨보단 슬픔에 약해지기 쉽고, 혼자선 이겨내기 어려운 슬픔도 여러 사람과 함께 슬픔을 나눠가진다면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반면 저는 올해 제가 초대받았던 결혼식에 대해선 축하의 마음을 표현만 했을 뿐, 결혼식장에 직접 가지는 않았었습니다. 그 이유론 제가 사는 지역에서 결혼식이 열리는 곳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다른 이유로 저는 결혼식이라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축하가 반드시 필요한 예식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저의 생각에 대해 결혼식은 사회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이 혼인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예식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결혼식을 필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시기도 했지만, 저는 그 수단이 지금과 같이 예식장에 많은 지인을 초대해서 결혼을 공표하는 것 이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결혼식에 대한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만, 저의 경우엔 어떤 상상을 하더라도 그 상상 속에서 그려지는 풍경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한적하고 아늑한 공간, 맑은 날씨,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제가 생각하는 결혼식의 장면들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결혼을 하신 분들께 이런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면, 결혼은 제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배우자가 될 사람, 그리고 저와 배우자의 부모님의 행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결혼은 현실'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직까지 저는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이 부분에 대해선 조금 고집을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장례식과 결혼식은 언젠가는 결국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저의 일이 되는 순간이 올 텐데, 그 순간 저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기에, 당분간은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마음 속에 접어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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