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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Jan 10. 2022

(27) 꿈을 떠올리니 마음은 뭉클해지고


 1년 365일을 살아가며 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처럼, 매일에, 그리고 범사에 감사하며 행복과 기쁨을 누리고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긴 하지만요. 막상 그렇게 산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이런 순간도 있는 듯합니다. 불현듯 마음이 뭉클해지고, 나아가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 차 괜히 코끝이 시큰거릴 만큼 기쁨과 행복이 나를 감싸는 순간 말이지요. 저에겐 2021년 12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던 점심시간에 이 순간이 찾아왔었습니다.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에게 혼밥이라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합니다. 점심시간이라고 해서 영업점을 닫을 수는 없으니 창구에 있는 직원들 간에 시간을 맞춰 교대로 식사를 하다 보면,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혼자서 밥을 먹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곤 하니까요.


 그날도 저는 12시 30분쯤 지점을 나와, 이번에 새로 리모델링을 해서 공간도 넓어지고, 먹을거리도 많아진 편의점 앞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친절하신 가게 사장님은 제가 매일 같이 이 시간쯤 나타나 도시락과 음료를 사서 먹는 것을 알고 있으신 터라, 이제는 계산을 하는 짧은 순간에도 저와 사장님은 몇 마디쯤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요즘의 편의점 도시락은 정말 다양해서, 매일 먹어도 새로운 도시락이 있다는 것도 저에겐 참 편하고 좋게만 느껴졌습니다.


 도시락을 깔끔히 먹고, 함께 구입하였던 커피를 들고 편의점을 나와 소화를 겸해 주변 산책을 시작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백수였기에 산책은 마음이 내킬 때면 언제든 할 수 있었는데, 직장인이 되자 그것마저도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도 점심시간을 활용해 잠시나마 음악을 들으며 햇살 아래서 주변을 거닐다 보면, 정신없이 지나갔던 오전의 기억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기분은 점점 더 좋아집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분명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산책길이었는데, 그날은 왜인진 몰라도 저의 꿈과 목표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목표라는 거대한 계획이라기보단 원하는 일,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에 가까운 내용이라 꿈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보통 저는 꿈과 목표를 떠올리면 주로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즉 과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이날은 과정에 대한 생각은 하나도 없이 오직 '결과'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과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저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 제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한 조감도가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려졌다고나 할까요? 


 제가 이날 떠올렸던 꿈의 결과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적었던 소설이 우연한 계기로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제 소설을 읽고 좋아해 준 분들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소설에 대한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 약간 부끄럽긴 하지만 저의 글이 그림과 영상으로 바뀌어 그 첫 장면을 멍하게 보고 있을 제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꿈의 결과였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나니 저는 순간 마음속으로 무언가가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설렘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은 기분이 차오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마침 듣고 있던 음악은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음악이었기에 마음은 점점 더 기대와 설렘에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5분 남짓의 짧은 순간 동안 느낄 수 있었던 마음의 작은 변화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그래도 저는 여전히 그날의 짧았던 설렘의 순간을 오랜 여운처럼 마음에 남겨두고 있습니다. 31살, 그리고 얼마 뒤엔 32살이 되는 제게 아직까지는 꿈이 남아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를 상상하면 여전히 마음에 설렘과 희망이 깃든다는 것은 제게 있어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뭉클해졌던 순간이었기에 이 경험은 꼭 글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먼 훗날 제가 이 글을 다시 읽더라도, 저는 이 순간의 기억만큼은 마음 한 곳에 소중히 간직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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