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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생각의 오해:
자유로운 삶의 소중함을 모른다.

자유의 전제조건, 시간의 부자로서의 삶

by 이도


자유를 얻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마저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에게 자유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무슨 이유 때문에 살아가는 것인가요?'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은 모두 다르겠지요.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을 것 같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 속에 주어진 시간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에 있어 가장 일반적인 대답은 보통 '자유'가 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우리는 왜 살아가는지를 묻게 되었을 때, '자유'를 위해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대답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자유라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작 그 좋은 것을 내가 제대로 누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라고 했을 뿐, 현실은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있네요'가 맞다는 생각 때문에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시간'에 있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든, 소속된 직장 때문이든,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주어진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용해야만 합니다. 마치 내기 싫어도 낼 수밖에 없는 세금과도 비슷하네요. 자유롭다는 의미가 '주어진 시간 동안 하고 싶다고 생각한 다양한 일들을 해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결국 자유로운 삶의 전제가 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맑은 손을 가진 우리들은 자신이 지닌 장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시간의 부자'라는 것입니다.





스스로 족쇄를 채우다


계약서에 의해 수행해야만 하는 업무가 주어진 직장인과 직업인과 비교하였을 때, 우리에겐 아직 소중한 자산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간'입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면 겉으로 보기엔 일을 해주고 돈을 받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지만, 사실 핵심은 '나의 시간'을 지불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계약서에 적힌 의무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용해야 하는 것은 지식과 능력뿐만 아니라 '시간'이니까요.


하지만 계약서를 쓰지 않은 우리들은 시간을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 위해서 마음껏 사용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제가 아무리 '여러분! 여러분은 시간의 부자입니다! 그러니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시간을 쓰세요!'라고 말씀드려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합니다. 그 이유는 아직 본인이 채워둔 마음의 족쇄를 끊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제가 언급한 '마음의 족쇄'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로 부를 수 있는데 '눈치', '타인이 바라보는 자신', '번듯함', '남들처럼 사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저는 대한민국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의 족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받아온 의무교육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나 '남들과 같이' 살면서도 동시에 '남들보다 뛰어난'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같은 수능시험을 치더라도 남들보다 더 높은 성적을 받아야 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족쇄를 끊어내려고 했을 때 느끼게 되는 압박감이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학생 시절, 혹은 성인이 되어서 번듯한 직장에 입사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께 '저는 가수가 되려고 해요'라고 말씀드리거나 '예술'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상상해봅시다. 반응이 벌써부터 예상되시죠? 여러분은 단지 자신의 희망사항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부모님들은 그 희망사항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것조차 거부하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 족쇄는 더 단단해집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과거에 그런 시도를 했었다가 거부당하거나 비판받았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역사책을 보면 어떤 이들은 이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기 위해 희생조차 감내했다고 하는데, 막상 우리들은 자유롭게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삶을 사는 것이 혹여 잘못된 것은 아닌지 주저하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채워진 족쇄의 본질입니다.




조르바의 삶, 걱정하지 말라


그렇다면 이런 마음의 족쇄를 한 번에 끊어낼 방법은 없을까요? 그게 가능하다면 참 좋을 텐데 제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그런 방법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억지로 자신의 마음을 바꾸려고 하면 부작용만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무엇보다 우리의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선 먼저 우리가 가진 '생각과 오해'를 뭉쳐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느낌으로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글은 바로 이러한 오해를 풀어내는 첫 번째 글로서, 왜 주어진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지를 고민해보았습니다. 결국 핵심은 오랜 세월 만들어진 마음의 족쇄부터 끊어내야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human-hand-chain-is-absent-get-free_35691-2.jpg 하루아침에 되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을 묶어둔 마음의 족쇄를 끊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드려도 사례가 없다면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정말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그리스의 한 작가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 수도 있는 니코스 카찬차키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작가님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소설 [그리스 인 조르바]를 비롯하여 생전 많은 글을 쓰셨고, 작가 본인의 삶 속에서도 자유를 추구했던 흔적이 곳곳에 보이는데요, 특히 작가님의 묘비에 적힌 3 문장이야말로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자유로움을 추구했는지를 보여주는 정수라고 생각합니다.


묘비명.jpg 실제 니코스 카찬카키스의 묘비에 적혀있는 문장입니다.


문장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두 번째 문장입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정체도 불확실한 불안감과 걱정 때문에 정작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그 기회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게 만드는 그 두려움을 극복해내는 것이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과제입니다. 동시에 이 과제를 극복해낸다면, 우리는 마음의 족쇄도 끊어낼 수 있습니다. 두려움의 정체가 사실 알고 보니 뚜렷한 근거조차 없었던 막연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이제는 자유롭게 사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분들은 아직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느껴지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마음의 선입견을 없애고,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아서 자유롭게 시간을 원하는 것을 하는 데 사용하라. 이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작 이를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으니까요.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마음에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은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특효약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천천히, 조금씩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오늘은 여기까지 생각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만약 아쉬움이 남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영화를 한 편 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1964년에 개봉된 앤서니 퀸 주연의 영화 [그리스 인 조르바]인데요, 자유로운 삶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영화이기에 한 번쯤 보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그리스 인 조르바.jpg 앤서니 퀸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그리스 인 조르바] 속 조르바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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