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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생각의 오해:
직장을 고르는 것만 생각했다.

직장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직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by 이도


내가 자유롭게 살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을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밖에 못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


오늘은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싶네요. 저는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야만 한다는 어떤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습니다. 번듯한 직장을 다녀야만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집도 구매해서 안정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습니다. 이 믿음이 오랜 기간 저의 마음에 확신으로 들어서 있었던 것은 '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제가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입니다.


istockphoto-623350932-170667a.jpg 직장생활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 그것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아마 제가 소제목을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라고 적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은 글의 내용이 직장생활을 하면 매일같이 야근에 시달리고, 상사와 선배, 동료들로부터 온갖 갑질과 험담, 암투와 경쟁으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는 이야기를 예상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있습니다만, 이건 너무 직장생활을 나쁜 쪽으로만 설명하는 듯합니다. 직장생활에는 분명 좋은 점도 많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직장생활을 하면서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많은 경험을 했었습니다. 하루에 2번 비행기를 타고 이곳저곳 출장을 다녀보고, 제 인생에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었던 선배, 상사분들을 모실 수 있었습니다. 업무를 경험하면서 배우게 된 다양한 지식은 퇴사한 지금까지도 군데군데에서 크고 작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매일 느낍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받았던 급여 덕분에, 저는 꽤 오랜 기간 금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직장이 꼭 지옥 같은 곳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직장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급여를 받아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물론 그분들의 삶이 매일 행복하고 즐겁다는 의미로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들 현재의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과 불안, 걱정과 아쉬움이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직장을 다니고 있으면 '현재와 미래의 삶'이 어느 정도는 꾸려나갈 수 있다는 것. 부정적인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견딜만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좀 이상하죠? 도대체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헷갈리실 것 같습니다. 직장을 다니라는 것인지, 그만두라는 것인지, 지금까지만 읽어보면 직장은 좀 별로인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다닐만하다는 것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네요. 제가 적었지만 저는 그렇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사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라고 표현한 그 이유는, 우리 대부분이 직장생활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직장이 아닌, '직업'도 생각해야 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직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가령 은행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 저는 그 생각이 직업을 정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은행원은 저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은행원으로서 일을 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직장에 소속되고 싶다. 그것이 제가 직업을 정했다고 착각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직장과 직업조차 구분하지 못하다 보니, 저의 삶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선택지는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TV에서 보이는 다재다능한 사람들을 보거나 유튜버, 작가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제가 절대로 따라 할 수조차 없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저는 꽤 최근까지도 이런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금 본인이 다니고 있는 직장이 만족스럽거나, 대우가 괜찮을수록 자신의 능력을 길러내 직업인으로서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만큼, 그에 따른 업무와 책임 역시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직장 내의 선배들이나 상급자분들을 보더라도, 직장만 다니고 있으면 어떻게든 노후까지 큰 문제없이 살아진다는 안도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생각이 도달했을 때, 나름대로 직업과 직장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된 것이 없었습니다. 크게 보면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직장이 나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과, 한 번도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을 직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잃지 않는 도전이 가능해진 시대


제가 앞선 글에서 저의 상급자분들은 직장생활 만으로도 노후가 보장된다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그걸 보고 저도 안심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적었는데요, 사실 저의 안도감은 보증된 것은 아닙니다. 시대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멀쩡한 이 회사가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나 많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비근한 예로서, 저는 올해 초 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우리의 삶 대부분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하물며 저의 직장 정도야 몇 번의 위기만 겪더라도 인력 구조조정 정도는 아주 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엔 이처럼 직장생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기존의 직장생활과 병행해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물리적인 시간 배분 측면에서도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 바이러스가 불러온 비대면 사회의 시작을 경험하게 된 이후로,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꼭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시면 한 두 명쯤은 유튜버, 블로그 운영, 웹툰, 웹소설 작가 등 퇴근 후의 시간을 활용하여 뭔가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물론 그중에는 결과가 기대했던 만큼 나타나지 않아 금방 흥미를 잃고 다시 본업에 집중하게 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사례도 있을 것입니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새로운 시도를 하더라도 '크게 잃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바로 기술 발달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 저희가 사는 오늘날의 현실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결국 이야기를 정리하면, 앞으로는 직장에 소속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은 갈수록 줄어들게 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직장보다는 어떤 '직업인'인지가 자신에게 소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직장과 직업인의 기준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그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비대면 재택근무가 일상화된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할 줄 아는 것이 분명한'사람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시간의 부자인 우리들이 해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을 큰 투자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에는 당연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엄청나게 많이 겪어야 할 것이고, 기대한 만큼 성과도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 '어쩔 수 없이' 시간을 투입해야만 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시간의 부자들이 우리들에겐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직업'으로 인정받을 만큼 잘하고 싶은 나만의 일을 찾기

'잘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투입하고 노력해보기


이것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망할 것 같다던지, 해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야 하는데요, 첫 번째는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열심히 노력했을 때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자신이 느낄 실망감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다른 글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두 번째는 소위 '내 능력이 먹히냐'의 문제일 것입니다. 남들보다 잘할 자신은 있는데, 과연 이 능력이 세상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인정의 대가를 소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 부분도 아주 중요합니다.


아무리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세상이 그걸 알아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직접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그보다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꼭 한 가지만 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령 어떤 분이 메이크업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구슬치기도 상당히 잘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자신을 홍보할 때 어떤 능력을 더 많이 어필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메이크업일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이 개발하는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과 창구를 연구하는 것 또한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체력과 인내력도 필요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퇴근 후에 이러한 일들을 다 해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시간은 정말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또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체력도 쓸만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가지네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노력하는 것. 필요한 것은 그것뿐입니다.


제가 만약 이런 생각을 직장에 다니기 전에 할 수 있었다면, 저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그 수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직장생활도 좋았지만, '직업인'으로 살아간다는 그 선택지를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는 것. 그것이 제가 요즘도 가끔 후회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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