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수다. 그래도 근로활동을 멈추진 않는다.
일과 소득은 백수에게도 필요하다.
근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의 한 부분이다
난 모아둔 돈이 있으니까
이제 새로운 장이 시작되었네요. 제가 이번 장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내용밖에 없습니다. 그건 '백수라 할지라도, 일은 하셔야 합니다.'입니다. 앞으로 드리는 다양한 설명과 사례는 이 주장에 대한 부차적인 내용일 뿐이니, 혹시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는 분들께는 실망시켜드리진 않았나 조금 긴장도 됩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주장 하나에도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백수로 산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과 선입견이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저도 제 생각이 다 맞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런 것도 생각해볼 필요는 있구나 하는 참고사항 정도론 생각해 주신다면 저는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대개의 경우 '갑자기' 백수가 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가령 회사를 다니거나 일을 하시는 경우엔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나고 나서야 퇴사를 결정하게 됩니다. 만약 해고를 당한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아르바이트가 아닌 이상에야, 보통 한 달 정도의 정리기간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백수의 삶을 사는 분들 중에는 생활은 그대로인데 신분만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생이었다가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그 사례인데요, 이런 분들의 경우는 오히려 제가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생활을 잘 꾸려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리신 분들의 경우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부지런한 분들은 취업준비기간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서 대학생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두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정말로 돈이 부족하면 알바나 인턴활동을 하면서 취업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상당히 위험한 분들이 바로 직장에서 퇴직금을 상당한 수준으로 받고 나오시는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경우 당장 백수로 지내야 하지만 별로 걱정이 없습니다. 지금 받아온 퇴직금과 실업급여를 생각해보면 한 1년 정도는 그냥 편하게 지내도 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또 그동안 회사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했습니까? 그러니 이제는 나도 남들처럼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아도 보고, 또 사고 싶었던 것들도 좀 사서 이용해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합니다.
이런 생각은 그저 순진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쉬면서 이직이라던지 창업 준비를 할 것이고 내가 평소에 열심히 일하던 습관이 있는데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서 설마 그렇게까지 나태해지겠냐는 믿음도 있습니다. 또 이제야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퇴사하고 나서 곧바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나는 쉬어야 한다! 는 생각입니다.
정리하면, 난 모아둔 돈도 있고,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더해서 지금 많이 지쳤으니 이제는 좀 쉬어야 한다. 나의 인생에서 일을 잊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우리의 생각은 결코 틀리거나 불합리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자신의 머리로 주장에 대한 근거를 합당하게 세워두었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자기 생각만 반복해서 떠올리게 되면 우리는 그 생각이 맞다는 것만 머리에 되새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의 입장은 이제 충분히 이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일하셔야 한다는 제 주장은 바뀌지 않습니다.
백수가 일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백수로 살게 되었지만, 그래도 일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퇴직금으로 얼마를 받았던, 지금 저금해둔 돈이 얼마나 많은지는 관계없다는 것입니다. 정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일의 수준이나 그 일을 통해 받는 급여의 액수인데요, 요약하면 내가 과거에 어떤 직장을 다녔든, 얼마의 돈을 받았고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에 관계없이, 매일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구해 정기적인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정비 지출입니다. 우리는 삶을 유지한다는 이유 만으로도 매달 꾸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월세, 관리비, 공과금, 세금, 식료품, 소모품 구입 등 다른 일 없이 살기 위해서라도 지불해야만 하는 비용이 있는 것이죠. 거기에 직장생활을 하며 만들어진 소비습관을 바꾸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지인을 만나거나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가 있는 등, 사람을 만나고 교류를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지출이 필요합니다. 또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상태라면 부모님들께 크고 작은 용돈과 생활비를 드리는 경우도 있을 텐데, 당연히 이런 것들도 돈이 나가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목돈이 일하게 만들 기회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언젠가 다른 장에서 설명드릴 내용이지만, 제가 백수의 삶을 선택했고, 또 지금까지도 목표하는 것은 바로 저의 노동이 아닌 제가 만들어낸 창작물과, 또 제가 가진 돈이 저를 대신해서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전자의 예가 저작권이 될 것이고, 후자는 투자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여러 곳에 적절히 투자되어 내가 자고 있는 동안에도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미 많은 공부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서점에 가면 주식투자나 재테크에 관련된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투자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여유자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장기간 동안 인출하지 않고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퇴직금 등의 목돈을 일정 수준 투자에 사용하더라도 생계가 유지되도록 일을 통해 소득을 벌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코로나 사태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많은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폭락은 그 기업의 가치와 사업과 무관한 일시적인 공포에서 기인한 것이었고, 결국 폭락했던 주가는 몇 개월이 지나자 대부분 회복하였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퇴사를 하였더라도 목돈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면, 이런 폭락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돈을 번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감의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금을 두둑이 받고 자발적으로 퇴사하면 당장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 기쁨이 오래 지속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이직과 창업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불안과 걱정만 늘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퇴직금조차 없는 취업준비생의 경우엔 그 압박감이 더 큰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감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게 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해왔던 직무경력을 더욱 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소득 창출 활동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백수 기간이 '공백 기간'이 되지 않도록 뭔가 증명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수령하는 소득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린 것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가 되었든 생활에 필수적인 고정비 지출에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되고, 또 일을 함으로써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약간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크게 도움되기 때문입니다.
퇴사하기 전부터 일을 구해둔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저는 백수기간에는 무슨 일이든 할 것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선 안되니,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겠죠.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일을 고를 당시 두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1.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2. 하루에 5시간 이상은 쓰지 않는다
저는 이 기준에 맞는 일을 퇴사를 마음먹고 나서부터 찾기 시작했고, 처음엔 찾을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기준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능력을 개발하며 마침내 저의 기준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추경예산이 편성되면서, 공공기관에서도 매우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것들도 잘 알아보시면 자신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 이러한 소득활동은 자신의 목표와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보조제'의 역할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내가 왜 퇴사했는지, 어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의 삶을 선택했는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면서 그 목표를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보조 용도에 불과했던 이 소소한 소득활동이, 때로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거나 꿈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가 백수기간에도 근로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는 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