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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근로하는 백수:
일이 있어야 시간을 잘 쓴다

더 많은 자유를 위한 잠시 동안의 '매여있음'

by 이도

우린 헤르미온느가 아니다

자유로울수록 쉽게 게을러진다




나의 꿈은 헤르미온느


[해리 포터] 시리즈를 보신 분들은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이야기인데요, 여러분은 해리포터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인물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꽤 많은 분들과 해리포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이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로 '헤르미온느'를 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헤르미온느에 대한 대접이 영화든, 소설이든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극 중에서 헤르미온느는 마법사와 머글이라고 불리는 평범한 인간의 피가 섞인 '잡종' 취급을 당하니까요. 그런데 왜 다들 헤르미온느를 좋아할까요?


O1pXuI-Q_400x400.jpg "나를 닮고 싶다고 하셨나요? 왜죠?"


제가 생각했을 때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첫 번째는 그냥 외적으로 멋진 사람이죠. 당당하고 아는 것도 많으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분명 누구나 닮고 싶은 모습이니까요. 물론 극 중에서도 헤르미온느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영화 속 헤르미온느의 모습이 과장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이 헤르미온느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는 그 '성실함'에 있다고 저는 짐작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아즈카반의 죄수] 편을 보면 헤르미온느가 맥고나걸 교수에게 받은 시간을 이동할 수 있는 펜던트를 활용해 2개의 강좌를 동시에 수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요즘으로 치면 대학에서 현장수업을 들으며 동시에 노트북으로 다른 강의를 듣는 것일까요? 직장인으로 비유하자면 직업이 2개인 사람처럼 사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결국 헤르미온느처럼 살고 싶다는 것을 요약해 본다면,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이끌어나가면서, 주변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으면서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공부해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뭔가 인생에 붙일 수 있는 좋은 수식어는 다 붙여진 듯한데요, 이걸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사실 백수로 사는 경우가 헤르미온느처럼 살기엔 최적의 환경일 수도 있습니다. 농담입니다만 집에 혼자 사시는 분들은 그리핀도르의 교복을 입고 하루 종일 살아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저도 이렇게 길게 글을 쓸 필요도 없습니다. '헤르미온느처럼 사십시오!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이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우린 모두 알고 있습니다. 외모를 떠나서 헤르미온느처럼 사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 말입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게으름'입니다.


14246948744454.jpg 자신처럼 살겠다는 론의 말에 빵 터진 헤르미온느처럼 보입니다.



게으름은 힘이 세다


고증이 잘 되었다고 평가받는 전쟁영화나 소설을 보면 종종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건 옆에서 총알이 날아오고 포탄이 떨어지는 와중에도 '잠드는'사람을 깨우는 장면입니다. 저도 처음엔 너무 거짓말 같았는데, 전쟁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실제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도 지금 너무 위급한 상황인 것을 알고 있지만, 잠 오는 기분을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감히 백수생활을 함부로 전쟁에 비유하는 것은 건방질 수 있겠지만, 게으름이야말로 백수생활의 최대 적이라는 것에는 제가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이걸 반대로 이야기해서 백수로 살아가는 기간 중에도 매일같이 꾸준히 성실하게 살아가실 수 있는 분들은 목표했던 바를 굉장히 빨리 이루어내실 것입니다. 그만큼 게으름은 극복하기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이것만 극복하면 웬만한 문제는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게을러지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말입니다. 우리는 8시간 잠을 잤어도 5분만 더 자고 싶고, 해야 할 일은 마지막까지 미뤄 겨우 기한 내에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그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당장 해야 할 것도 있고 또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면서도, 일단 지금 편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현재의 안락함을 선택하려는 것이 사람의 본성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엔 스스로 게을러지는 것을 통제하는 것 자체를 처음부터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제가 선택한 것은 '게을러질 수 없도록' 할 일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시간과 게으름의 교환 거래


저는 게으름을 없애기 위해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는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계약한 시간에 맞춰 출석체크를 해야 하며, 또 중간 시간마다 업무보고를 하고 퇴근시간에는 퇴근 체크와 일일 업무 목록을 제출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이 늘면서, 저와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짐작하셨듯, 저는 정해진 시간에 컴퓨터로 출석과 업무보고를 해야 하므로,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선 게으르게 사는 것이 힘듭니다. 출석체크 시간이 9시까지이므로, 그 시간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일어나야 하니까요. 그리고 다시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합니다. 이 방식에는 돈을 번다는 것 이외에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생활에 '규칙성'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혼자 생활하면 지키기 어려운 것이 계획대로 사는 것입니다. 학교 다닐 적 만들었던 방학시간표대로 살지 못했던 것을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엔 비록 집 안에서 하는 일이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출근체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아무리 늦어도 8시엔 일어나야만 한다는 규칙이 생긴 것입니다.


두 번째 장점이 더 중요한데요, 그것은 '시간이 희소성이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돈을 벌고, 외로움을 줄이는 목적으로서도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일정 수준의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투입시켜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백수기간에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들의 논리도 들어보면 설득력이 있습니다. 먼저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닌 일을 한다고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시키지 못할 바에는, 그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맞다는 것입니다. 취업준비생을 예로 든다면 괜히 아르바이트한다고 신경 쓰지 말고 가고자 하는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노력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이렇게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하루 7시간 이상 한 가지 목표에만 매달리는 것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상 노력하게 되면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나고, 또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올라 저에겐 하루 종일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소득이 필요하기도 했고 소통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느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엔, 약간의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일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야만 했고, 또 일한 만큼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해진 목표량을 공부하려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일을 하면서 매일 누군가와 꾸준히 소통하게 되었고, 약간의 소득도 생기다 보니 마음에 안정감이 생겼던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시간을 지불한 대가로, 게으름을 버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게으름의 교환 거래가 일어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시간관리




따라서 우리는 충분히 주어진 이 자유, 그리고 자유롭게 사는 데 소비될 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야만 합니다. 나아가선 고민했던 시간관리 방법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계획표도 직접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이걸 만만하고 간단한 일처럼 생각하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헤르미온느가 되고 싶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인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요즘 피트니스 클럽에서 P.T를 받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처음에 저는 P.T를 받는 분들이 예전보다 줄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얼마든지 쉽게 획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나중에 P.T를 직접 받는 분께 여쭤보니 핵심은 정보가 아닌 나를 '관리해준다는 것'자체에 있었습니다. 그만큼 자신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비싼 비용을 들여서 전문가에게 관리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만큼 혼자서 자기 관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죠.


끝으로 저의 경우는 일을 통해 시간관리와 게으름을 극복했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 주어진 시간을 관리하시게 될지 궁금합니다. 아무쪼록,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관리방법을 찾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time_management_hero-1-970x679.png 자신에게 잘 맞는 시간관리방법으로, 게으름을 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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