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백수, 할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가산점이 된다.
자신의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 혼자 눈치 보며 살았다
제가 글로 적지 않으면 모르실 일이지만, 저는 지금 이번 편의 글을 3번째 다시 쓰고 있습니다. 일단 쓰면 쓸수록 너무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도대체 왜 그리 남 눈치를 보며 살았는지 글로 적을수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선택하여 백수의 길을 선택하기 전까지는 거의 모든 결정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해왔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회사는 들어가야 부모님 면이 선다고 생각해서 고생 끝에 번듯해 보이는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다들 그렇게 선호한다는 공무원 생활도 4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결국 스스로 남들의 눈치 보며 뭔가를 선택했고, 그 선택이 내게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반복하며 선택과 포기를 여러 번 했던 것입니다.
인생을 이렇게 둔 데는 물론 직업에 대한 선입견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저도 입으론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말을 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림에 있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직업이,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때문에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좋게 봐주니까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업선택에 있어 제가 남들 눈치만 보고, 스스로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덕분에, 저는 퇴사하고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미리 어릴 때부터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제가 머리가 그 정도까지 좋지는 않았나 봅니다. 여하간 저는 혼자서 눈치만 보며 우물쭈물하다 마지막에 가서야 백수가 되었습니다.
일만 해도 가산점
저는 이 글을 쓰는 목적 자체에 자신의 백수 생활을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조금이나마 그분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적고 있습니다. 물론 글쓰기를 통해 저의 20대를 되돌아보며 정리한다는 것도 중요한 목적입니다.
하지만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 백수로 산다는 것에 반드시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우선 주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이 결코 따뜻하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아마 백수로 지내는 많은 분들 중에는 이번 추석이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추석이 된 것에 상당히 안도감을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엔 친척끼리 서로 조심하는 추세라곤 해도, 일단 제 친척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사촌 형제의 아들의 자식이면 제 기준에선 6촌입니다. 한 15년 전에 우연히 명절 제사에서 본 것이 전부인데 저와 동갑이라는 이 분의 소식은 매 명절마다 듣게 됩니다.
얼마나 능력이 좋으신지 상당히 훌륭한 게임회사에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올해 이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이직에 성공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제게 전해주시는 친척 어른은 이미 5년 전 잔뜩 술에 취한 채 직장을 잡지 못한 아랫사람에게 일장연설을 하다가 연이 끊어졌던 전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올해도 그 장면이 저에게 재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물러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럴 때를 대비해서 필살기를 준비했으니까요.
제가 지금 준비하는 일이 있긴 한데,
그거와 별개로 요즘 돈도 벌고 있습니다 하하.
처음엔 이런 말을 들으셔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시지만, 제가 집에서 노트북 하나만 가지고도 먹고살 만큼의 돈은 벌고 있다는 것을 듣고 나시면 이젠 좀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추후 말씀드리겠지만,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일이라도 일단 하고 있는 덕분에 저는 올 추석도 푸근하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백수에게 일은 그 자체로 가산점이니까요
어떤 일이냐가 아닌
백수에겐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산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를 통해 그동안 눈치만 보며 하지 못했던 다양한 일들을 이 백수기간에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선택하는 일이 자신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과 맞닿아있는 일이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이렇게 고르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저의 경우 가지고 있는 목표 중 하나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래의 게스트하우스 운영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카우치 서핑을 얼마간 진행해보기도 했었습니다. 카우치 서핑이라는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으실 듯해서 설명드리면, 자신의 집을 여행자에게 숙소로 제공하고,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안내 등의 가이드를 해주는 활동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을 영리 목적으로 하면 사업이 되어 구청의 숙박시설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저는 미래의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는 데 도움을 받고자 해 본 것이라 별도로 돈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카우치서핑을 통해 만났던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정보가, 결국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원천이 되기도 했었기에, 이게 꼭 손해 보는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간단합니다. 이번 백수기간을 기회로 삼아 그동안 생각만으로 해보고 싶었던 일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인생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경험을 근거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선택을 현명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을 막아섰던 것이 직업에 대한 귀천이 있다는 우리의 선입견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직업의식이나 타인의 눈치를 안 보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니까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남들이 보기에 이상해 보인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괜찮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경험을 쌓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백수로 살면서 마음이 많이 괴로울 텐데 그래도 뭐라도 해보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멋지다고 응원해주는 분들도 생길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일단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우선은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일을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