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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백수의 경제 이야기:
환율로 만들어진 미술관

환율에 얽힌 국가와 기업의 이해관계에 대한 이야기

by 이도

환율 자체엔 정답이 없다

환율을 통해 정답을 찾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미술관 이야기


앞에서 물가, 금리 같은 너무 딱딱한 이야기를 많이 해서 이번에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혹시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특히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참 좋아했는데요, 단풍이 절정에 다다른 지금 과천 현대미술관을 가면 경치가 참 좋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저는 이제 서울 직장생활에 대한 큰 미련은 없지만, 그래도 서울에 있을 때는 미술관을 원 없이 다닐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조금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미술관을 좋아하다 보니 몇 년 전에는 일본의 미술관에 가기 위해 혼자 일본에 다녀온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일본 미술관에서 다수 소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도쿄의 우에노 공원에 위치한 국립 서양 미술관이 대표적입니다.

EkptKP8U0AAkz77.jpg 이 미술관은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현재는 2022년까지 내부 점검으로 휴관한 상태입니다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미술관에서 소장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미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럼 이 미술관이 소장한 대표적인 작품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구경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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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우) 클로드 모네의 수련


로댕과 모네의 미술작품의 경우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이처럼 서양 미술관을 방문하시게 되면 저희가 학생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미술품들이 실제로 전시되어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마네, 피카소, 고흐, 고갱, 세잔 등등 저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미술가들의 작품도 굉장히 많으니까요. 이러한 미술관들이 일본에는 이곳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쯤에서 한 번 의문을 가져볼 수 부분이 발생합니다. 도대체 왜 일본에는 이렇게 서양 미술가들의 예술작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게 하는 것도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부자 나라니까, 일본의 부자들이 예술품에 관심이 많았다고 답을 내리기엔 머리가 개운해지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오늘의 경제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과거 일본의 부자들은 어떤 이유에서 해외 미술품에 관심의 눈길을 돌렸는지, 그리고 일본은 엄청난 빚을 지고 있어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왜 망하지 않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는 단서는 바로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 '환율'에 있습니다.




돈의 교환비율


환율을 복잡하게 공부하려면 끝이 없지만,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환율은 말 그대로 (교) 환(비) 율인데요, 바로 국가 간의 화폐에 대한 교환비율이 곧 환율의 정의가 됩니다.


환율=(서로 다른 국가의 화폐에 대한) 교환비율


역사적으로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은 여러 번 변동이 있었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환율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도록 하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한 국가의 화폐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화폐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환율이 변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istockphoto-540998238-170667a.jpg 환율은 비교대상에 따라 다르게 계산됩니다.


환율은 매 순간마다 변동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과 관련된 업무를 하시는 분들은 항상 환율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실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출, 수입과 같은 무역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율의 변화에 따라서 지난달에는 같은 값에 수익이 났다가도, 이번 달에는 손실이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과적인 사례 말고, 요즘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는 해외주식 투자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신문기사를 보니 해외주식에 투자된 돈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경제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던 후배가 어느 날 자율주행차량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뭔가 이상하단 기분이 들었는데 아마 후배의 월급 일부도 해외주식 투자에 사용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02078481.1.jpg 해외주식을 사고 판 결제액이 무려 150조가 넘었습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의 돈이 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쁘게 볼 이유는 없습니다만, 제가 걱정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해외주식을 투자할 때 환율에 대한 생각을 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환율을 생각하지 않고 해외주식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저의 걱정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제가 1달러에 1,000원의 환율로 1,000원을 1달러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제가 원하던 주식 종목의 가격이 1달러였습니다.(수수료 등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1달러인 주식을 1주 매수하였습니다.

현재 환율 : 1,000원/1달러
현재 주가 : 1달러


역시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매수한 종목은 얼마 지나지 않아 5%나 올랐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 보유한 주식을 판다면 저에겐 1.05달러가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환율에 변동 없이 1.05달러를 그대로 원화로 바꾼다면, 이제 제 손에 들어오는 돈은 1.05달러 x 1,000원 = 1050원이 될 것입니다.


저는 5%로도 은행 예금이자에 비하면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기에, 이제 이 주식을 매도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저의 외화계좌엔 1.05달러가 들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1.05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야 할 것입니다. 편의점에선 달러를 받아주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현재 원/달러 환율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현재 환율 : 900원/1달러 (-10% 환율 하락)
현재 주가 : 1.05달러(매도 후 1.05달러 보유, +5% 수익)


확인한 결과 환율이 100원이나 하락해 현재 1달러를 원화로 바꾸면 900원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1.05달러를 전부 원화로 교환하면 저에겐 얼마만큼의 원화가 생길까요? 이를 계산하는 방법은 저희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비례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1달러 : 900원 = 1.05달러 : 00원]이라는 식을 세운 뒤, 다시 식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식을 통해 00원을 구할 수 있습니다. 계산 시 단위는 무시하겠습니다.


900원 x 1.05달러 = 00원 x 1달러
00원 = 1.05달러 x 900원
00원 = 945원


이러한 계산을 통해 저희가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투자한 해외주식에서 수익을 기록하였다고 하더라도, 환율 변동에 의해 원화 환전 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례에서는 무시하였지만,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경우엔 세금과 거래 중개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도 항상 유념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환율은 어떻게 변동이 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unnamed.jpg 3개월 만에 환율이 6% 가까이 하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환율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듯, 환율은 2020년 7월 1달러당 1,210원을 기점으로 3개월 후인 2020년 10월에는 1달러당 1,140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계산해보더라도 3개월 만에 약 6% 가까운 환율 하락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율 하락의 문제는 해외주식을 투자한 분들에겐 부정적인 소식입니다.


많은 분들이 종종 간과하시는 것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은 달러와 같은 '외화'로 구매한 자산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해당 주식을 매도하고 난 뒤 생길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이때 원화 환율이 예전에 달러로 환전했을 당시보다 낮다면, 우리가 지니고 있는 외화의 가치가 원화의 가치보다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환전 시 자신의 투자수익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환율이 오르내림에 따라 원화가치가 올랐거나 내렸다는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이를 조금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환율 = 외국 돈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즉,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원화에 비해) 외국 돈의 가치가 올랐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환율이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 돈의 가치가 내렸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원화의 가치가 올랐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환율의 개념에 대해 이해가 되셨을까요? 그렇다면 저희는 다시 앞에서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 질문이란 왜 일본에는 서양의 미술품들이 그렇게 많을까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금리와 환율에 대해 공부를 한 저희는 이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일본의 저금리 + 엔화 강세]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플라자 합의와 거품경제


플라자 호텔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호텔인데요,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하기도 했던 이 호텔에서 1985년에 상당히 중요한 국가 간 합의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를 두고 [플라자 합의]라고 부르는데요, 이 플라자 합의에서 결정된 핵심 사항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미국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2.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인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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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저희에겐 나홀로집에2의 배경으로 유명한 플라자 호텔에선 유명한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이 합의가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우선 1980년대는 일본에서 만든 전자제품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1980년~90년대 미국 영화를 보면 일본에 관한 이야기가 굉장히 자주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당시 일본 제품의 품질이 좋아 일본에 출장을 다녀온 분들이 일제 카세트테이프, 라디오, 다리미 등을 사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미국입니다. 미국인들도 일본 제품이 '가격대에 비해'(이게 중요합니다) 일본산 제품의 품질이 좋다 보니 미국 회사에서 만든 물건을 소비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일본 사람들은 당연히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제품을 사는 것보다 자기 나라(일본)의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구입해 이용하는 것이 훨씬 만족스러우니까요. 즉, 일본은 끊임없이 미국에 수출을 하는 반면, 미국은 일본에서 수입만 하고 수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미국 정부가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일본과 무역거래를 하면 할수록 미국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사실상 반 강제적으로 1985년 일본과 독일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를 플라자호텔에 불러 일본과 독일의 화폐가치를 높이고, 상대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합의를 만들어냅니다.


이 과정에 대해 너무 불합리한 것 아니냐! 일본과 독일이 무슨 죄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와 같이 불합리하고 불이익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합의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국력입니다. 일본과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고 미국은 승전국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독일은 이 합의가 불발되었을 때 미국이 환율 조치 이외에도 다른 경제보복 수단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을 것입니다.


즉 일본과 독일도 이러한 합의가 자국에 불이익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한 것이라고 우리는 이해하여야 합니다. 더 큰 보복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했다고 봐야 하겠죠. 어찌 되었든 일본의 입장에선 엔화의 가치가 올라가게 되고 달러의 가치가 내려가게 되면 수출이 줄어드는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에서도 이러한 수출 감소에 따라 경제가 위축되는 것에 대응을 해야 합니다.


당시 일본 정부에서 선택한 방법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일본 정부의 생각은 플라자 합의로 인해 엔화의 가치가 높아졌으니, 금리를 낮춤으로써 사람들이 돈을 많이 빌리더라도 이자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면, 시장에 엔화가 많이 풀려 경제가 잘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시장에 엔화가 많이 돌아다니게 된다면 이는 곧 엔화가 흔해진다는 것이니 엔화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플라자 합의로 엔화 가치가 올라간 것에 대하여 엔화 가치를 어느 정도 끌어내려 플라자 합의 이전과 같이 수출이 잘될 수 있도록(외국인들이 일본 제품을 저렴하게 느끼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상황이 저희가 자주 들어본 일본 거품경제의 발생 배경이기도 합니다.




해외자산 축적의 시대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은, 경제 정책은 실행이 되더라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책 실행을 통해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요, 이를 두고 '시차가 있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즉, 아무리 일본 정부와 은행에서 금리를 낮춰 대출을 통한 엔화가 많이 풀렸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엔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1980년대 중반 현재 일본인들이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은행에서 거의 공짜에 가깝게 돈을 빌려준다 (저금리)
2. 엔화 가치가 여전히 외국 화폐에 비해 높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앞서 배웠던 환율의 개념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엔화는 충분하게 많이 빌려 쓸 수 있는데, 엔화 가치가 높아 엔화를 통해 외화 환전을 하면 굉장히 많은 돈을 환전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안 그래도 저금리로 엔화를 풍부하게 보유할 수 있는데, 외국 돈으로 환전을 하면 돈이 더 많아지는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 가지입니다. 그것은 바로 [해외 자산을 구매하자]입니다.


바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일본에서는 해외여행 붐이 일어나고 회사 직원들의 연수가 하와이에서 이루어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던 서양의 미술품 경매에 일본인 자산가들의 대거 참여해 대부분의 작품을 낙찰받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 위치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일본 회사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은 바로 '높은 엔화 가치'와 '저금리'에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워낙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해외에 있는 자산들을 저렴하게 사는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거기에 금리 수준이 낮다 보니 은행에서 큰돈을 빌리더라도 이자부담이 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일본인들은 거품이 꺼지는 199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해외의 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일본의 미술관에 있는 많은 서양 예술가들의 작품은 바로 이러한 거품경제 시절에 일본에 들어온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화가인 반 고흐의 작품은 일본에서 거의 매년 특별전이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특별전을 보면 네덜란드에서 대여해오는 작품도 있지만 일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반 고흐 작품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 망하기 힘든 이유


여기까지 배우고 나면 저희는 일본에 대한 고정관념 하나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일본은 빛이 너무 많다'는 부분입니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 중에선 일본은 채무가 너무 많아 언젠가 파산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국가채무는 매우 높은 수준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여기에 대해 어떤 분들은 반론으로 일본의 채무는 대부분 일본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니,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합니다. 이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본 정부에서 발행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의 경우, 일본 국민들이 많이 샀으니까요.


하지만 이 외에도 일본이 망하기 어려운 더 큰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일본이 전 세계에서 해외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는 점입니다. 바로 앞서 언급드렸던 저금리+엔화 강세의 시절 구매했던 수많은 해외 부동산과, 외국의 장기채권 등등을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이와 같이 일본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규모는 1'경'이 넘습니다. 1 경이 얼마나 큰돈이 나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회사의 시가총액을 다 합치면 약 2천조가 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계산했을 때 일본이 해외자산을 전부 다 팔고 나면 한국의 주식시장에 있는 모든 회사를 5번이나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은 엄청난 부채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여전히 엔화가 달러 다음가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일본은 망할 것 같으면 일단 해외에 보유한 무수히 많은 자산을 팔 수 있으니까요. 일본의 흥망성쇠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으시다면 이 부분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환율을 확인하는 습관


여기까지 환율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나면 느끼실 수 있는 점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환율 자체가 한 나라의 힘을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즉, 많은 힘을 가진 국가일수록 그 나라의 화폐가치 또한 높아집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화폐가치가 높은 것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일 것입니다. 일본은 과거 엔화의 가치가 낮을 때 수출을 통해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과거엔 미국과 더불어 G2라고 불리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환율은 상대국가와 관련이 있기에, 결국 플라자 합의로 인해 일본은 높은 환율의 장점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정부와 은행은 저금리 정책을 시행했고, 일본인들은 여전히 높은 엔화 가치와 풍부해진 일본 엔화를 통해 해외의 다양한 자산을 사들였습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미술관에 전시된 미술품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제가 말하고 싶은 환율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인들 역시 두 부류로 나누어졌다는 것입니다. 즉, 풍부해진 엔화는 당연히 일본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거품경제 당시 일본의 국내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격은 끝도 없이 치솟았고, 돈이 넘치는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 참여하기만 해도 30만 원을 지급하는 경우가 흔했다고 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호황기로 느껴지는 이 시기에 국내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저 시절에도 해외투자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거품이 꺼지며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하게 되었을 때, 일본 국내 자산에만 투자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큰 손실을 보거나 사업실패를 경험했지만, 국내와 해외 양 쪽을 두고 균형 있는 자산 투자를 했던 사람의 경우 큰 실패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부분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입니다.


이와 같은 해외자산 투자를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평소 환율을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원/달러 환율의 추이를 꾸준히 보면서 환율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투자활동에 환율이라는 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연습하시면 좋습니다.


제가 사례로 들었던 해외주식 투자 시 환율 영향을 반영해 수익률 계산을 하는 것도 좋은 연습방법입니다. 지금부터 환율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두시면, 이 훈련이 향후 여러분이 백수를 졸업하고 직업인으로 살아가면서 맞이할 다양한 투자기회에 대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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