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는 것을 본인도 알지만, 그보다는 걱정과 불안함이 먼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오늘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을 다시 해보니,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은 생각의 방법을 뒤집은 것에서 기인하는데요, 그것은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 아닌, 어쩌면 이미 대부분은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부모님 덕에 어릴 적부터 수영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수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수영을 할 줄 알고, 좋아한다는 이 사실은 미래에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지의 범위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제가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저는 필라테스나 요가를 떠올리기보다는 수영을 통해 운동을 할 생각을 가장 먼저 합니다.
여름에 휴가를 갈 때도 경치가 좋은 산에 간다는 것보다는 바다가 있는 곳이나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선택할 것입니다. 다른 사례를 들더라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즉,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 본인에게 익숙하고, 스스로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들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이미 어느 정도는 결정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부터 오늘까지 자신이 받아온 교육과 노력을 통해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할 것이니까요. 미래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미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고민의 시작
저의 주장에 공감하신다면, 미래에 대한 진정한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본인께서 지금까지 살면서 획득한 능력으로도 미래를 살아가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런 분들의 경우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욱 갈고닦는 것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는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병원을 갈 때에도 올해 개업한 젊은 의사도 좋지만, 오랜 기간 한 곳에서 진료를 봐오며 환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은 선생님들을 찾아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전문직업인으로 살아가는 제 주변의 지인들을 보더라도 이런 분들은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입니다. 사실은 저 역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기에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면,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회계업무 처리능력을 더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하게 되었고 제가 이직할 수 있었던 회사에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회계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사라진 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제가 현재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선택지는 불투명해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사실 이미 답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맞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할 줄 아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고민이 아닌 실천입니다.
비밀의 화원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날수록, 인생의 선택지는 늘어난다"는 저의 생각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비밀의 화원](1996)이라는 영화인데요, 한국에서도 [산전수전]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저의 가치관을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드리면, 주인공은 돈이 좋아서 은행원이 될 정도로 돈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가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은행 창구담당 직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이 근무하는 은행에 강도가 들이닥칩니다.
얼떨결에 주인공은 돈이 든 케리어와 함께 강도에게 납치가 되었고, 다행히도 강도가 운전하던 차량은 산속에서 이동하다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가까스로 차량을 탈출한 주인공이 마지막에 본 장면은 돈이 들어있는 케리어가 깊은 산속 강물의 가운데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잃게 됩니다.
다행히 주인공은 구조가 되었고 치료를 받은 뒤 일상생활에 복귀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돈이 들어있는 캐리어 가방의 행방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캐리어가 강물에 빠졌다는 사실은 오직 주인공만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앞에서 주인공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돈이라고 말씀드렸죠? 이제 주인공의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주인공은 캐리어를 강 속에서 꺼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지질학을 공부하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 수영과 암벽등반을 하기도 합니다. 나중엔 지질학 교수님을 찾아가 도움을 구하지만, 배우고 싶다면 대학에 입학하라는 말을 듣고 그 즉시 수험공부를 시작해 대학에 입학하는 근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혹시 여러분이 영화를 보실 수도 있으니 비밀로 남겨두겠습니다.
돈을 사랑했던 주인공을 돈을 찾기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단 한 번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물에서 캐리어를 꺼내오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모습은 비록 영화 속 장면이긴 하지만 저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가치관이 풍부하게 반영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특이한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영화마다 주제가 매번 바뀐다는 것입니다.
연출하는 영화의 주제가 매번 달라지는 것도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특징입니다.
필모그래피를 봐도 알 수 있듯, 저는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삶은 어쩌면 [비밀의 화원] 속 주인공과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느 날 영화를 보다 문득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보더라도 감독은 영화의 주제를 정하거나 할 때 깊은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저 본인이 생각하기에 '재미있겠다'는 느낌만 있으면 일단 시나리오를 적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실제 촬영이 들어갔을 때부터는 사전 조사를 비롯해 매우 꼼꼼하게 연출에 임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다양한 주제의 영화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인생을 바꾸는 힘
제가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내용을 정리하면, 인생은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의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해두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결론을 전제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하루에 1편도 완성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1장을 적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저는 매일 글을 쓰며 '글 쓰는 능력'을 개발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니, 지금은 하루에 약 1만 자 정도는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특히 5장의 글을 쓰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글을 쓰는 능력은 제 삶을 바꾸고 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진 생각을 긴 호흡의 글로 옮겨낼 수 있는 데 익숙해졌기에 현재 하고 있는 소설 쓰기도 이전보다 한결 수월해졌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또 공공기관에서 의뢰받은 원고를 작성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경험이 쌓이다 보면, 다른 일을 함에 있어서도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처음엔 생각한 만큼 잘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처음보다는 분명 조금이라도 나아져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 믿음을 가지고 더욱 반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게 되어 인생을 바꾸는 선택지가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