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마음의 이해:
조건만 갖춰지면 열심히 할까?

조건이 갖춰지면 더 곤란해질 사람들에 대하여

by 이도

조건만 갖춰지면

열심히 한다고요

정말로 그럴까요





조건 바라기


사람의 마음은 쉽게 변하지 않기에, 그냥 하면 된다는 말을 들어도 마음에선 어느샌가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이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보통 많이 떠올리는 생각들 중 하나는 '아직 제대로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생각 때문에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조건만 갖춰지면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는데...


흔히 이런 말은 '우리가 상상하는 조건은 현실에서 결코 갖춰지지 않는다'라는 주장에 반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환경이 갖춰진 상태에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들 아쉽고 부족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겐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별 효과가 없습니다. 이는 운명을 믿는 사람이 하늘이 정해준 자신의 피앙새를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겐 아무리 자신의 곁에 있는 멋진 사람이 사랑을 고백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그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자신이 바라는 모든 조건을 갖춘 상대, 그리고 환경과 조건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생각해봤습니다. 조건이 갖춰져야만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분들에게 만약 상상했던 모든 여건이 마련된다면, 과연 이분들은 열심히 살아갈 것이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제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고 하더라도 노력하지 않을 것이며, 설령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원하는 조건이 갖춰진다고 갑자기 열심히 살아지는 일은 없습니다





조건의 정체


제가 조건이 갖춰진다 할지라도 행동과 노력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조건의 정체'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유독 조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열심히 노력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조건을 탓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당면해야 할 도전과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분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해보고 싶긴 한데 직접 해보려고 하니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대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자신이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불안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때 찾은 도피처가 바로 완벽한 조건입니다.


이제 자신이 노력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무능력한 것이 아닌 온 힘을 쏟아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왜 나에겐 필요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추가되는 것은 '탓'입니다. 자신이 바라는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자신의 탓을 하는 경우는 없으며, 나에게 이 정도 지원밖에 해주지 못하는 부모, 지인, 연인, 친척, 학교, 정부, 국가 등등. 자신이 원망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을 찾아 비판하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탓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선 다시 상상에 잠겨 자신이 바라는 최선의 조건이 갖춰지기만 한다면, 나는 대한민국의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할 것임을 다짐 또 다짐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은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해 갑자기 훌륭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자신에게 조건을 갖춰주지 못하는 누군가에 대한 원망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마음의 불규칙한 뒤틀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쉴 틈 없이 반복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에겐 갑자기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나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해준다는 상황이 와도 전혀 기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자신에겐 현실에 뛰어들어 도전해야만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던 것인데,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자신이 늘 말해왔던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은 더 이상 도망갈 방법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지금보다 더 현실성 없는 조건과 환경을 상상하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앞에서 했었던 행동을 반복합니다. 나는 열심히 할 마음은 있는데 환경이 나를 받쳐주지 못해 이럴 뿐이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 아닌 지금 당장 무슨 일이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아무리 설명해도 설득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훈련 부족의 문제


기왕 생각을 시작한 김에 저는 조금 더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해봤습니다. 그 어떤 조건이라도 좋으니 모든 조건과 환경이 갖춰졌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즉, 조건을 탓하며 자신이 노력하지 않음을 합리화하는 이들이 더 이상 도망갈 수 없을 만큼 완벽하고 멋진 조건이 드디어 갖춰졌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 정도 조건이면 그들도 더 이상 남 탓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정말 상상한 대로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가정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본인들이 말했듯 노력과 행동뿐입니다. 과연 이 멋진 조건 아래에서 그들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1주일이나 지속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아무리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고 가정해도 이들이 장기간 노력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훈련 부족에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부족한 축구실력에 대해 스스로의 연습부족을 탓하는 것이 아닌, 잔디가 좋지 않거나 코치가 무능력해서, 혹은 축구화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 대던 사람을 갑자기 국가대표들이 훈련하는 공간에 데려다 놓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실력이 급상승하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무슨 일이 되었든 목표라는 수식어가 붙는 일이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과 반복적인 연습입니다. 따라서 좋은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은 없을 때에 비해 과정의 효율이 올라간다는 것뿐 목표 달성의 근본은 언제나 오랜 기간 꾸준히 반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조건은 부수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겐 좋은 조건과 환경이 갖춰진다고 한들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차적인 것에만 관심이 쏠려 정작 중요한 시간 투입과 목표 달성에 필요한 어떤 행동도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진다고 한들 그들이 열심히 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마음의 피로감


이번 이야기를 통해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것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길 기대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것은 마음의 건강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순간은 앞으로도 결코 현실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설령 자신의 상상대로 조건과 환경이 갖춰졌다고 한들 평소에 꾸준히 행동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을 훈련하지 않았다면 좋은 조건과 환경은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음을 쓰는 것에도 육체활동 못지않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신체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만 피로감이 온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반대로 마음을 쓰는 것이 훨씬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체적으로 피곤한 것은 휴식을 취하면 금세 회복 가능하지만, 마음에 쌓인 피로는 회복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저는 현실에서 이뤄지지도 않을 완벽한 조건을 상상하며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보태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비난 자신 혼자 뿐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제 삶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조건과 환경에 대해 불만도 많고 아쉬움도 적지 않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자신을 탓하기보단 남 탓도 하고 싶고 환경 탓도 하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오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오래 하지는 않습니다. 오래 생각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머릿속에 자신이 아닌 다른 대상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럴 때일수록 더욱더 열심히 노력하려고 마음을 씁니다. 이조차도 안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산책이나 운동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기분도 환기하고 마음도 다시 가다듬곤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저만의 마음속 피로감을 관리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효율과 조건을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됩니다. 더 효율적인 방법과 지금보다 나은 여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차차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러니 안 그래도 복잡한 마음을 일부러 더 힘들게 만드는 생각은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러니 이제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일단은 뭐든 좋으니 시작부터 합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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