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대통령이 되고 싶었을까?

by 아침햇살

어릴 때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저는 늘 고민했습니다. 사실 진짜 되고 싶은 건 ‘만화책 주인공’이었지만, 그걸 말하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서 “대통령이요!”라고 외쳤죠. 우리나라 남자아이들은 다 그랬습니다. 대통령 아니면 판사, 검사, 뭐든 남을 지배할 수 있는 직업이면 다 좋았죠. 여자아이들은? 글쎄요, 솔직히 누가 물어보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너는 그냥 착하게 잘 자라라”가 정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양 아이들은 다릅니다. “커서 뭐 될래?” 하면 “바이올린니스트!” “트럭 운전사!” “경찰!”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답변이 쏟아집니다. 심지어 “슈퍼마켓 계산원!”도 있습니다. 돈 잘 벌면 그만이라는 실리주의가 뼛속까지 박혀 있나 봅니다. 우리는 왜 대통령 타령만 했을까요? 아마 왕이 사라지고 대통령이 등장한 뒤에도, 여전히 ‘남을 지배하는 게 최고’라는 DNA가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세월이 흘러, 저는 대통령은커녕 집 한 칸 마련하고, 아이 둘 데리고, 조그마한 교회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루는 거울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뭐가 된 거지?” 어릴 때 꿈꾸던 대통령은커녕, 집안에서 고양이 밥 주는 집사 신세입니다. 고양이도 원래는 들판을 뛰어다녀야 하는데, 저랑 같이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으니, 이게 다 길들여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저도 세상에 길들여진 건 아닐까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사회라는 ‘사람장’에 갇혀 사는 새 같습니다. 새장에 갇힌 새가 노래를 불러도, 그건 진짜 새의 노래가 아니라, ‘새장용 BGM’일 뿐이죠. 우리도 회사, 집, 사회라는 새장에 갇혀, ‘직원용 미소’, ‘아빠용 농담’, ‘남편용 한숨’을 연습하며 삽니다. 그러다 보니, 진짜 내가 누군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혹시 나, 탈을 너무 많이 써서 내 얼굴을 까먹은 건 아닐까요?


게다가, 일이 안 풀리면 남 탓하기 바쁩니다. “이게 다 상사 때문이야!” “아내가 잔소리만 안 했어도!” “내 운이 왜 이래!” 이렇게 남 탓, 환경 탓, 운명 탓만 하다 보면, 결국 내 인생은 내가 아닌 남의 인생이 되어버립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회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 ‘기성품 인간’이 바로 저더군요. ‘대체 가능한 부품’처럼, 내 기능이 다하면 바로 교체되는 세상. 이거 참 눈물겹습니다.


그럼 ‘자기가 되는 모험’은 뭘까요? 우선, 내가 지금까지 ‘내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진짜 나를 찾아 나서는 겁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하늘이 어항처럼 보이고, 구름이 금붕어처럼 헤엄치고 있더라고요. 그 순간, “아, 나는 참 미미한 존재구나!”라는 깨달음이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미함이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이야!


이제는 “I AM WHAT I AM”, 나는 나다!라고 외쳐봅니다. 물론, 이 말이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나는 그냥 나야… 뭐 어쩌라고?”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남 탓, 환경 탓, 운명 탓을 멈추고, 내 인생의 책임을 내가 지기로 했습니다. 실패해도 좋고, 성공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그 용기 아닐까요?


가끔은 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는 빈 배를 저어 집에 돌아오는 어부처럼, 인생이 허탕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달빛이나 실컷 싣고 오면 됩니다. 고기 대신 달빛이라니, 이 얼마나 시적이고 낭만적인가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달빛 실은 빈 배’로 인생을 항해하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닦듯이 내 본래의 얼굴을 찾아가는 게 인생의 진짜 모험 아닐까요? 오늘도 저는 고양이 밥을 주며, “나는 누구인가?”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답은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의 인생을 사는 건 이제 그만하려고요. 대통령은 못 됐지만, 오늘만큼은 ‘나’로 살아보렵니다. 여러분도 한 번쯤, 진짜 자기 자신이 되는 모험을 떠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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