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이 높아질까 출산율이 높아질까.

코로나로 더 붙어있게 된 우리는 더 사랑하게 될까, 덜 사랑하게 될까

by 맨모삼천지교

"네에...??? 몇 년이요?"

청첩장 돌리며, 얼마나 사귀었어요, 어디서 만났어요와 같은 주요 질문 레퍼토리에 답할 때마다 수 없이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그 놀라는 표현이 재미있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된 연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남과 여에서 확연이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여초 회사를 다니던 나와, 남초 회사를 다니던 그를 통해 이 극명한 변화를 알 수 있었는데 요약해보자면 이랬다.


많은 여성분들이 나에게는 이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와... 첫사랑이에요? 너무 로맨틱하다. 축하해요. 잘 살겠다." "그렇게 오래 연애하고도 결혼하면, 진짜 여러모로 잘 맞으시나 봐요! 축하드려요~."

남성이 많던 그는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왔었다.

"와.. 12년 만나고도 결혼해? 그 정도면 이미 가족 아닌가? 결혼하고 싶어?"

내가 받는 여성들의 피드백과 사뭇 다른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이 이야기 속의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고개를 갸웃했더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엄마 아빠형 동생 누나'같은 원가족처럼 느껴질 만한 관계(즉... 오래 사귄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이 가능하냐? )가 되지 않았느냐?라는 의미라는 것을 깨닫고 그 말을 하던 남편의 얼굴이 씁쓸하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날, 우리는 궁금해졌다.

부부가 되어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막 사랑했던 마음이 식고... 그냥 서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존재가 되어 서로 마주 보고 사는 것일까?
오래 연애하고도, 결혼을 생각하는 우리가 요즘 기준으로 이상한 것일까?
12년 반을 만나며 공기처럼 편안해졌다 생각하는 마음과, 설렘이 교차하는 이 마음은 정상이 아닌 걸까?
결혼하고 나면... 더 아끼고 사랑해주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었나...?
무언가. 사랑으로 불타오르던 관계도 그렇게 만드는 미지의 무언가가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이 지나야 만 알 수 있는 것들이라, 궁금증을 쌓아두고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의 답을 발견하는 시점에 부디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 아니라 '연인'이길 바랬다.


결혼 후,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연인으로 남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첫째는, 익히 알고 있던 관문이었다. 서로의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성인으로의 우리의 자리를 찾는 것이었는데 다른 말로 쓰면, '이제 우리 삶 속에서 최우선 순위로 고려해야 할 가정은, 이제 내가 만든 이 가정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 집에 데려온 애완동물에게도 새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며 건드리지 않고 지켜봐야 한다는데, 아무리 오랜 시간 연애했어도 부부로의 삶은 또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적어도 결혼생활의 초기 몇 년은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집중하자 했고, 이를 위해서 연애시절보다 더 많은 대화와 시간이 두는데 집중했었다.


오랜 연인은 결혼을 기점으로 더욱 단단해져... 결혼 얼마 후 임신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남편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 아직 태어나려면 먼 이 아이는, 나는 뱃속에 품고 있지만... 만나본 적도 없는데. 정말 10년을 넘게 본 당신보다 더 이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확실할까? 다른 엄마들은 다 그런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되긴 할까? 내가 아이보다 당신을 더 사랑하는 것은 그래도 되는 것일까?"(지금 생각하면 잠이나 더 퍼 잘 것을 별 쓸데없는 걱정을....) 내 이런 질문에, 마찬가지로 처음이었기에 조언을 해 줄 수 없던 남편은 그냥 웃기만 했었다. 그 후 아이가 태어나고 조리원에서 막 돌아왔을 때까지만 해도, 내 몸을 통해서 나온 아이가 신기하기는 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마구 뿜어져 나오는 모성애]가 바로 생긴 느낌은 아니었으나 오롯이 나에게만 삶을 의지하고 있는 작은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서 먹이고, 재우고, 울기도 하며 지나간 시간 속에 어느새 나 자신보다 아이를 더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니 그 소중한 아이와 애정의 비중을 논했던 남편은 순식간에 순위 밖으로 나가야 했던 것은 당연지사. 갓 태어난 생명을 돌보는 일은 아주 자연스럽게 부부 사이의 애정을 돌볼 시간은 허하지 않지만, 아이를 향한 부부 공통의 노력과 애정은 따로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커나갔다. 곧 나는 내 몸통만 한 아이를 눈물 구멍에 쑤셔 넣는다고 해도 진짜 안 아프다고 말하는 엄마가, 그는 큰 어깨를 있는 대로 접어야 아이를 잘 껴안을 수 있어 등이 쑤시다면서도 하루 종일 아이를 안고 거실을 거닐면서도 어화둥둥 내 사랑을 외치는 딸바보 아빠가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두 번째 관문이 열렸다.

바로, 태어난 아이에게 부모이지만 서로의 연인임을 잊지 않는 것.

아이가 잠든 시간에도, 아이가 잠시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 시간에도 우리는 부모로만 머물렀다. 모든 선택의 우선순위는 아이였고, 모든 결정의 기준은 아이였고 아이가 없는 공간에서의 둘의 대화는 어색하거나 함께 있지 않는 아이 이야기로 점철되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거대한 모성과 부성의 자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인생의 최우선 순위였던 시간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조금씩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때 즈음. 아주 막연하게나마...'가족'으로 존재하는 아내, 남편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졌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몇 년을 살았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하다 믿었고, 주변의 많은 부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그렇게 나이가 들어 '엄마'이자 '아빠'인 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아 지는 상황이 도래했다.


우리가 갑자기 미국에 와버린 것. 그리고 여기서 친해진 다른 가족들의 생활 속에서 우리에게는 없는, 그러나 그들에게는 있는, 한 가지 공통적인 이벤트를 발견했다.

DATE NIGHT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더라도, 그리고 아이가 성장할수록 더 자주 빈번하게 '데이트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부부간의 시간을 의례적으로 갖는 커플들이 대다수였다. 아니, 없는 사람들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그 날은 다른 어떤 행사가 있더라도 엄마와 아빠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로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갖기 위해 다들 갖은 노력 중이었다. 우는 아이를 베이비시터에 맡기거나, 3~4시간 거리에 사시는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상황일지라도... 마치 오늘 안 나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그 약속은 부부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 중 한 가지로 보였으니까. 아무리 바빠서 아이 학교 등하교를 도와주지 못하고 아이 친구의 생일잔치에도 얼굴 보기 힘들어서 한 학기가 다 가도록 '저 애 아빠가 누구였더라......?'라고 하는 의문이 들 지라도, 와이프와의 저녁 데이트를 마다하거나 잡아놓은 약속에 불참하는 간 큰 아빠를 보기는 쉽지 않았다. 심지어 미셀 오바마의 책 '비커밍'에도, 대통령이 된 이후 뉴욕으로 둘만의 데이트를 오는 과정에서 생긴 일련의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곤 한다. 바빠 죽겠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아내와의 데이트를 일정 중 하나로 빼놓는다니. 그 사실 자체로도 생소한 느낌. (생각해보시라.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내분과 데이트한다고 제주도에 가서 소란이 좀 났다고 하면....????)


처음에는 '아니 다들 아직 아이가 어린데 데이트가 뭐가 그리 중하다고...'또는, 우리 집과 비슷한 맞벌이 가정을 바라볼 때는 '애랑 보낼 시간도 부족한데 데이트라니. 부럽긴 한데.. 난 저렇게 못하겠다.ㅠㅠ 나라면 아이랑 더 있을 것 같은데.....'던 부분이 시간이 좀 더 지나자 '우리의 부부 관계는 건강한 것 맞나...??'라는 질문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딱 그때 즈음, 한국의 우리 책장에서 이사 와중의 어마 무지한 서가 정리에도 살아남아 굳건히 미국 우리 집에도 꽂혀있던 보라색 책이 눈에 다시 들어왔다.

프랑스 아이처럼

미국인 부부가 프랑스에 가서 아이를 키우면서 마주하게 된 문화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책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다시 펼쳐 든 부분이 바로 내가 부러움의 마음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한 그 데이트 나이트에 대한 저자의 시각이었다. 저자는 데이트 나이트 자체가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라도 부부간의 시간과, 부부만의 공유할 부분을 계속 가꾸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의 문화라 이야기하며, 이것만으로 부족하고 궁극적으로는 [ 근본적으로 가정의 중심을 "부부"로 놓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상적인 방향으로 프랑스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빌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부부가 제일 중요해요. 살면서 자기가 선택한 유일한 것이니까요. 자식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남편은 내가 선택한 사람이고, 그와 함께 삶을 가꾸어 가야 해요. 그런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관심을 쏟는 거고요. 특히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남편과 더욱 돈독히 지내야 해요. 내게는 가장 우선이에요” (프랑스의 세 아이의 엄마이자 전업주부 비르지니의 인터뷰 중)

[ Chapt,11 죽지 못해 산다?] / 프랑스 아이처럼- 공저 파멜라 드러커맨, 북하이브 출판


그 날 가만히 그 책을 다시 읽은 이후.

나는 남편에게 데이트를 청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우리의 데이트는 처음에는 (어이없게도)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있었지만, 곧, 다음번 데이트를 기다리게 되었다. 영화도 보고, 뮤지컬도 보고...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마음은 어설픈 첫 데이트의 시절로 한 걸음씩 돌아가는 걸음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기억을, 추억을 쌓으며 마무리한 2019년이 지나고. 2020년의 우리는, 겨울이 지나면 데이트하며 도전해 볼 몇 가지 미션을 만들어두었었다. 다양한 데낄라 술들을 테이스팅을 하는 재미있는 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대상포진에서 다 회복되면 꼭 가보자 약속했었다. 그리고, 이제 또 조금 자란 아이가 친구들과의 슬립오버(Sleep over-친구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오는 것)를 해달라 조르는 것을 보며, 아이가 친구 집에 가서 자고 오는 날은... 밤새 나가서 뉴욕의 클럽도 한번 기웃거려 보자고.


물론... 그 모든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멈추어버렸고, 우리는 데이트 대신 24시간 합숙을 시작했다. 필수적인 비즈니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무실이 3월 중순 이후 문을 닫고 재택근무 중이며... 꽤 많은 회사들이 연말까지 재택근무 연장을 공지했다. 남편의 회사 역시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 아무래도 우리는 연애기간을 통틀어도 안될 만큼, 엄청난 시간을 고밀도로 오래 보내게 될 듯하다.

덕분에 얼마나 이 사람이 나와 다른 지도 매일 새로운 발견 중이다. 이 정도 수준으로 내가 고대 유물을 발굴했다면, 세계적으로 꽤 알아주는 고고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알던 사람의 새로운 모습이, 또는 알고 있던 면을 오~래 보는 것이 못 견디겠는 사람이 적지는 않았는지... 코로나 때문에 지금 이혼율은 급증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2019년 기준 인구 1 천명당 이혼율을 비교하자면, 한국이 2.1 그리고 미국이 2.5였다는데... 과연 2020년이 지난 후 이 수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worldpopulationreview.com 자료 기준)

그리고 그 수치는, 이미 쏟아져 나오고 있는 기사만 보아도 코로나 때문에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단다. (기사 참조 https://nypost.com/2020/05/23/why-the-coronavirus-is-leading-so-many-couples-to-divorce/)


반면에, 코로나의 와중에 더 돈독해진 동지애와 사랑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뉴스도 동시에 많이 보인다. 실제 주변을 돌아보아도... 연말에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는 물론, 코로나와 중에 출산을 한 뒤에 밖의 난리 상황과는 또 다르게 온 가족이 더 똘똘 뭉쳐 세상에 없을 사랑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넘친다. 함께 가정에 머물며, 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서로의 보금자리가 어디인지, 서로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부부가 사랑의 기치를 돈독히 올린 결과리라. 나 역시, 그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기댈 어깨를 내어주는 이 사람 곁에서, 무섭지만 행복했고, 불안했지만 따뜻한 계절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매우 궁금해진다.

이 유례없는 상황 속, 연인이었던... 부부였던 우리 모두는 바이러스가 지나고 난 뒤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

더 사랑하게 될까.

더 미워하게 될까.


영화 '결혼 이야기'의 끝에 찰리는 한때는 자신의 아내였던 니콜이 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온다. 한때는 익숙해져서 당연히 자신이 기획한 삶의 구성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떠나가 타인이 된 뒤, 그를 남편이자 아이의 아빠이기 이전에 사랑했던 이유를 담아 써 내려간 그 글귀들은 가슴이 아플 만큼 진심이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를 사랑했던 그녀의 감정은 진심이었으리라. 단지 그것을 둘러싼 환경들이 변했을 뿐.


그래서, 바라본다.

이 바이러스의 끝에 우리 모두가 보게 될 그 어떤 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었다고 말하게 되길.처음의 그 떨림을 잊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연인이었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이 위기를 버텨냈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기를.

영화 결혼이야기





참고 기사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population-health-chronicles/202007/coronavirus-baby-boom-or-baby-bust


http://worldpopulationreview.com/countries/divorce-rates-by-country/

https://nypost.com/2020/05/23/why-the-coronavirus-is-leading-so-many-couples-to-div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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