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현대미술관의 아동 대상 프로그램
맨해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것은 복잡한 거리, 수많은 사람들이 넘실거리는 타임스퀘어, 길을 가득 메우는 노란 택시.. 같은 관광 책자 속 가득한 풍경들일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맨해튼이 어떤 도시인지 묻는다면,
나는 "아이들이 체험하고 경험할 것이 너무 많은 도시"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특히, 어린이들이 다양한 종류의 체험을 무료로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은데, 오늘은 그중 The Museum of Modern Art (뉴욕 현대 미술관 - 통칭 모마 : MOMA)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맨해튼 미드타운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맨해튼 내 어디서든 접근이 용이한 곳에 있는 MOMA는, 위치적인 접근성 못지않게 다양한 free admission(무료입장) 지원을 통해서 예술을 접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높은 문턱을 넘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이와 함께 가는 부모들의 경우 이런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관 또는 아트 전시라 하면... 아이들의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 한 시간도 안되어 돌아 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비싼 입장료를 내는 것이 효율적인가를 고민하게 되는데... 적어도 이 미술관에서는 그런 고민은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 기본적으로, 16세 이하 아동은 입장료 무료.
■ 금요일 오후 4시-8시는 UNIQULO(유니클로)에서 후원하는 free admission타임이 있어 비용에 부담 없이 관람이 가능하며,
■ 아이들을 위한 무료 아트플레이 공간인 MOMA art lab과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Cullman Education Center는 일반 유료 관람객과는 다른 입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아이들은 운영시간 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다. ( 아트랩 운영시간 : 토요일-목요일: 10시 30분- 4시 30분 / 금요일만 6시 30분까지 운영, 전시물이 있는 미술관 입장 시에는 별도 티켓 구매 필요)
Cullman Education center안에 위치하고 있는 Art Lab은, 아이들의 미술관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미술 전시실로 바로 통하는 (즉, 관람을 위한 목적으로 오는 성인 입장객이 많은) 곳 과는 별도로 된 입구를 운영하고 있어 아트랩만 방문을 원할 경우 긴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물론, 사전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다.
아트랩의 입구를 지키고 계신 두 분의 가이드가 늘 묻는 질문은 두 가지다.
이 곳에 와 본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아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오늘 처음 본 아이에게도,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주며 아이들이 낯설지 않게 공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들. 특히 처음 방문인 가족들에게는,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알려주고 간단히 몇 가지 놀이의 경우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간단한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즐거운 체험의 시간을 시작하도록 이끌어준다.
Art Lab(아트 랩) 은 아이들이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만들지 , 어떤 식으로 체험할지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하는 아이들을 위한 예술 놀이 공간이다. 각 공간에 아이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을만한 툴 들을 비치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상자 속에 넣어둔다. 아이들은 각각의 상자를 열어보며 어떤 것을 먼저 할지 고민하고, 각자가 가져온 툴을 열어보면서 스스로 만들어 낼 무언가를 정한다. 특정한 목표나 가이드라인이 없이, 비치되어 있는 놀잇거리와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완성해 둔 크래프트들을 보면서 즐기는 공간.
그래서 1분마다 “엄마”를 찾아대던 아이가 이 곳에만 가면 엄마가 어디 있는지 신경 쓸 새도 없이 너무나 바삐 오가며 여러 가지를 만들고 그리느라 너무 신이 난다.
여러 가지 종류의 종이와 빨대, 색연필 등으로 공원을 만든 작품들을 보며. 스스로의 작품도 만들어 보는 아이. 공원에 있는 엄마를 만들 거라며 내 얼굴을 제일 먼저 그려줬다
준비되어 있는 재료들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흔한 종이, 색지, 테이프 등이다. 비싼 장난감이 아닌데도, 아이들은 이런 재료만으로도 한 시간을 훌쩍 논다. 그리고 그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노는 방법도, 순서도, 아이들 마음대로.
벽에는 원래 있던 디스플레이와 어우러져, 먼저 다녀간 아이들이 만든 갖가지 작품들이 이름과 함께 진열 중. 원래 벽에 있는 장식품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예술품이 되어가는 중인 것처럼 보인다
아트랩의 어드바이저로 아이들을 환영하고, 체험을 도와주는 분들은 박물관의 직원인 경우도 있지만 '자원봉사활동'으로 참여하고 계신 분들도 많다. 이 모든 분들의 공통점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아이들이 아트랩 내에서 하는 활동에 관심을 갖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 아이의 이름을 묻고, 아이들의 관심사를 통해서 대화를 이끌어 내고 친밀감을 가지고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분들의 큰 역할이다.
이렇게, 미술관 티켓을 끊지 않아도 얼마든지 언제든지 찾아가 즐길 수 있는 열려있는 미술 놀이터 MOMA Artlab. 떠나는 순간까지도 아이들 손에 색연필과 미술관 내의 작품들을 찾아가서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액티비티 카드를 선사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경험은 미술관 밖으로도 뻗어나가게 된다.
모마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참여 가능한 무료 가족 대상 클래스가 많다.
모든 클래스는 모마 홈페이지 내의 패밀리 액티비티 공지를 통해서 게시되며 아이의 연령과 일정 등에 따라 필터링도 가능하다. 가족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기 때문에 family activity는 대부분 토-일에 걸쳐 클래스가 진행되는 편이다. 그리고 모두 "무료"라는 점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해 준다. 선착순 마감되는 클래스의 경우, 클래스가 있는 날 오전 10시까지 에듀케이션 센터 1층으로 가면 나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바로 등록하고 들어 볼 수 있다.
모마 패밀리 클래스 안내 : https://www.moma.org/visit/families
이 날 우리 가족이 들어본 수업은 "A Closer Look for Kids"라는 제목의 5세-10세를 위한 일종의 체험+질문형 도슨트 투어. 3가지 아트 작품을 약 10 가족 정도가 함께 돌아보며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관련된 재료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는 형태.
도착하자마자 데스크로 가서, 등록 후 Yellow(노랑) 팀으로 지정받고 티켓을 받았다. 노란 카드티켓을 들고 기다리면 우리를 인솔하는 선생님이 나타나셔서 이름표를 나누어주신다.
다른 관람객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참고해야 할 주의사항 ('작품 건드리지 않기, 부모님 손 놓지 않기, 조용히 하기... 등등)을 서로 이야기하며 미술관으로 들어가기 전 잠깐의 인트로덕션 시간을 갖는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이 패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들은 도슨트의 인솔 아래 미술관으로 우선순위로 입장하게 된다.
그 날의 테마 작품 앞에 도착한 뒤에는, 먼저 어떤 재료가 보이는지,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도슨트의 지도에 따라 토의가 시작된다. 작품에 따라 씐 재료와 유사한 것을 나누어 주고 이야기를 유도하기도 하고, 작가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느낌인지 묻기도 한다. 또한, 색지나 색연필 등을 나누어주고 그림으로 이를 표현해보도록 유도하기도. 그리고 이 내용을 아이들이 이야기하기 쑥스러워한다면 부모와 먼저 이야기해보고, 그 내용을 아빠나 엄마가 같이 발표하도록 하기도.
약 40분 정도의 활동이 끝나고 나면, 남은 시간은 자유로이 미술관 안에 남아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뿐만 아니라 다음번에도 또 가족 모두가 방문할 수 있도록 "가족 5인 무료 입장권"을 증정해준다. 그 날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닌 "아이와 함께 또 오고 싶은, 올 수 있는 미술관"으로 문을 열어 둔 채 마무리하는 패밀리 워크숍.
이 과정을 통해서 매우 참고할만한 부분으로 눈여겨보았던
패밀리 액티비티를 진행하는 도슨트의 진행 포인트는 크게 2가지였다.
1) '아이'라서 할 수 있는 모든 질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실제 아이들의 감상과 질문은 정말 어른들의 상상 이상인 경우가 많다.
5세에서 10세의 아이들이다 보니 다소 엉뚱하다 싶은 답변도 부지기수고 설명하던 내용과는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끊임없이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 다소 어이없는 답변이라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아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대답"하는 재미를 느끼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2) 아이들 눈높이 진행
집중시간이 길지 않은 대상으로 설명에 이미지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끊임없이 관심을 이끌어낸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다 산만한 아이들이 많아지면, 작가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에 대한 느낌을 묻거나, 작품에 쓰인 재료를 나누어주며 느낌을 묻는다던지, 가족 모두가 만들어내는 간단한 크래프트를 숙제로 주는 경우 등.
그리고, 진행되는 내내 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룹을 바라보는 일반 관람객들의 시선 역시 내 뇌리에 참 오래 남았다. 우선 입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존에 줄 서 있던 사람들보다 먼저 미술관 안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아이를 동반하고 있는 우리에게 모두 기꺼이 순서를 내어주고 아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웃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 그리고, 작품을 둘러싸고 앉아 아이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어수선하고 약간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따뜻한 눈.
그 덕에 이 모든 활동을 참 마음 편히 하고 돌아 나와 "또 아이와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 본 글은, 브런치 북 "뉴욕에서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에 게재된 내용과 동일합니다.
SEESAW 플레이 펀드를 통해 각국의 해외 특파원들이 업데이트 하는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매거진에도 공유되었던 사례로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부득이하게 매거진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매거진을 위해 복수 게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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