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놀이터 탐험 시리즈 (1)
맨해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상징 같이 되어버린 "센트럴 파크"
20-30대 여성들에게는 Sex and the city의 캐리 브래드쇼가 데이트를 하던 곳... 또는, Gossip girl의 세레나와 블레어가 싸우고 화해하던 곳... 등등의 장소로 익숙하겠지만!
아이가 있는 우리에게 센트럴 파크는.
나무가 많고, 동물원이 있고, 넓은 잔디밭이 있고, 곳곳에 놀이터가 있는 종합 놀이공간... 즈음인 듯하다. 특히 놀이터의 경우 센트럴파크 내에만 총 21개가 존재하고 각각의 놀이터들이 모두 다른 특성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서 이 곳들만 투어해 보더라도 각양각색의 재미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모든 센트럴 파크의 놀이터는, 공원 가장자리 입구 쪽으로부터 그렇게 멀지 않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인근 거주지나 도로로부터의 뛰어난 접근성을 보여주는 편이다.
오늘은 그 많은 센트럴 파크의 놀이터 중, 대표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놀이터, Heckscher playground(헤셔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 놀이터를 콕 집어서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는,
높은 접근성
우선, 이 헤셔 플레이그라운드는 관광객이나 여행객이 가장 많은 미드타운에서 가장 가깝게 자리 잡고 있다. 카네기 홀, 콜럼버스 서클, 플라자 호텔 등 미드타운의 주요 관광지와도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접근이 쉬운 편.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와야 하는 가족들이나, 관광 중에 잠시 들러 아이들도 놀게 하고 어른들도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좋은 위치! 그래서, Columbus Circle(콜럼버스 서클)의 워너브라더스 건물 지하의 Whole Food에서 간단히 먹을 음식을 사서 온 가족들이 놀이터 내의 잔디밭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 역시 자주 볼 수 있다.
다양한 연령에 맞춘 다양한 놀이터의 다양한 공간들
헤셔 플레이그라운드에서 권장하는 연령은 6-12 세지만, 실제 6-12세 사이에도 꽤 많은 성장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수준의 놀이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놀이터를 잘 둘러보면 다양한 난이도의 놀이시설들이 구석구석 잘 배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내가 보기에도 가끔 아찔한 높은 미끄럼틀이 있는가 하면
5-6세 아이들이 도전해 볼만한 밧줄 피라미드가 있고,
그 아래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동시에, 더 어린아이들도 놀 수 있는 모래 놀이장이 있는가 하면.
한편에는 큰 나무가 주변에 서서 그늘을 만들어 주고,
바닥에는 나무 조각이 쿠션으로 깔려 있는 그네들이 있고.
그 옆에는 뒤쪽에 거대한 바위를 끼고 있는 미로 같은 작은 성이 있다.
성 안의 좁은 길바닥에는 여름이면 물이 흘러 아이들이 물총을 들고, 물 풍선을 들고뛰어다닌다.
뒷 쪽의 바위산은 너무 가파르지도, 너무 높지도 않아서 보호자와 함께라면 작은 어린이들도 도전할 만!
(물론, 여행으로 온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photo spot 중 한 곳!)
계절 맞춤 놀이가 가능한 놀이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는 한쪽 은 여름철에는 완벽한 물놀이장으로 변신!
또한 물줄기가 너무 세지 않아서, 작은 아이들을 놀게 하기에 불안하지 않다.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노는 성벽 모양의 길 안에도 발목 정도의 깊이까지 마치 수로처럼 물이 흘러, 노는 내내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한쪽 켠에는 영유아들을 위한 물놀이장이 따로 있어서 아이들이 너무 한 곳에 붐비지 않게 해주는 것도 이 놀이터의 좋은 공간 구성 중 하나.
꼭 필요한 화장실과 휴식공간도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놀다 보면 꼭 필요한 곳이 있다.
바로 화.장.실.
기저귀를 하는 아이들이라면 되려 상관없지만... 화장실이 잘 눈에 띄지 않는 센트럴 파크에서, 아이가 "엄마~나 화장실~~ 급해~~"라고 하여 사색이 되었던 적이 있기에 언제나 화장실이 가까이 있는지 여부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양육자들의 주요 관심사항! 그런 면으로, 이 헤셔 플레이그라운드는 공원 입구에 이미 화장실을 구비해 두고 있어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두 안심하고 놀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지만, 보호자들은 지켜보는 것 만으로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보호자들도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나, 잔디밭 등이 매우 필요하기 마련.
헤셔 플레이그라운드는 놀이터 안 곳곳에 크고 울창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그 아래 자연 그늘이 만들어져 있고 이런 곳에는 딱 걸터앉기 좋은 폭의 화단이 있다. 그리고 공원 중앙의 인조잔디밭, 입구 쪽의 그늘 벤치 등이 모두 보호자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놀이 중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과거 한강변의 놀이터나, 서울숲, 어린이 대공원 등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일반적인 놀이터에서 아이를 놀리다 보면... 정작 어른들은 앉을 공간이 없어서 한 여름 땡볕에서 내내 서서 아이들을 지켜보거나 흙바닥에 앉아야 했던 경우가 많았었다. 이는,'가족 구성원으로의 아이들'이 아닌, '독자적인 아이'만을 생각하다 만들어진 놀이터이기 때문은 아닐까? 아이들은 늘 아이들을 지켜봐 주는 양육자와 함께 놀이터를 찾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 오는 양육자들에게도 쉴 수 있는 공간을 구성 안에 포함하는 것은 반드시 고려할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으로 이 놀이터 내의 곳곳의 벤치와 걸터앉을 수 있도록 만든 화단의 폭 등은 매우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 놀이터의 아주 큰 특징 중 하나는, 주요 관광지 및 전시, 미술관, 공연장과 가까운 미드타운에서 가장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센트럴 파크를 방문하는 전 세계의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아주 많이 들리는 곳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온 사람들을 지켜보다 보면 반 수 이상이 현지인이 아닌 관광객인 것을 볼 수 있다. 덕분에 이 공간에 머무는 동안 정말 다양한 나라의 아이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언어들을 듣거나 특별한 복장을 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놀이터에 비해서 더 특별할 수 있는 것! 처음 이사 왔을 때 영어를 못하던 우리 아이도 이 놀이터에서는 어느새 다른 나라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죽이 맞아 깔깔거리고 웃고 같이 뛰어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통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언어는 2차적인 의사소통 도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그래서 꼭! 가족 단위로 뉴욕을 찾는 분들이라면... 이 특별한 경험을 이 놀이터를 통해서 꼭 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눈여겨볼... 놀이터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규칙들
헤셔 플레이그라운드에도, 맨해튼의 다른 놀이터들과 마찬가지로 이용에 관련한 규정이 명기되어 있다.
1. 5-12세 대상 놀이터라는 점.
: 해당 연령의 활동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므로, 5세 이하 연령이 놀 경우 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도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2. 어른의 관찰이 필요한 공간이라는 점. (방임 금지)
3. 헬멧, 끈, 액세서리 등 목에 걸려 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거 한 뒤에 놀이에 임할 것
4. 놀이터 일부 표면이 (태양열로 인해) 지나치게 뜨거울 수 있으니 주의할 것.
1. 맨발로 노는 것 금지
: 이 부분은 맨발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은 미국의 놀이터 특성상 거꾸로 눈에 띄었던 부분. 아무래도 성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센트럴파크의 특성상, 공원 내 놀이터 내에 성인들이 만든 쓰레기 중 일부인 깨진 유리조각 같은 것이 유입되어 아이들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물놀이장이 있어서 이 곳에서 맨발로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럴 경우에도 젤리 슈즈 등을 반드시 착용하도록 권장한다.
2. 12세 미만의 아이를 동반하지 않은 어른 단독 입장 금지
: 아이를 놀게 해 주기 위한 목적 외의 이유가 없는 어른이 놀이터에 들어오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3. 자전거, 스쿠터, 스케이트 보드 등의 탈 것 금지.
4. 무질서한 행동 금지 - 예를 들어 그네를 서서 탄다던지..(사고를 야기할 수 있는 행동들)
사소한 규정 같지만, 이렇게 명시하는 방식을 통해 기본적인 사고를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특히, 아이가 없는 어른이 별도의 다른 목적으로 놀이터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은, 당장 한국에도 반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던 부분이었다. 해가 지면 놀이 공간이 아닌 우범지역으로 바뀌는 놀이터들도 있는 만큼 작은 규정이지만 "법"으로 놀이터에 하나의 테두리를 더 만들어 준다면 아이와 아이를 지키는 양육자들에게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오늘 돌아본 헤셔 플레이그라운드는, 맨해튼 센트럴 파크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놀이터인지라 맨해튼의 놀이터들이 가진 좋은 면들을 모두 약간씩 다 가지고 있는 공간인 듯 하다. 연령별 성장에 맞춘 놀이기구들이 적절히 잘 조화된 것은 물론 기본적으로 필요한 부대시설과 안전을 위한 규칙, 법들까지 한국으로 고대로 가져가고 싶은 부분이 가득한 그런 곳!
혹시 뉴욕을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자라면 꼭 드려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은,
맨해튼을 감싸고 있는 허드슨 강가의 놀이터들을 만나러 가 볼 예정입니다:)
센트럴 파크의 놀이터와는 또 다른 이유로 살펴볼 가치가 있는 허드슨 강가의 놀이터들.
기대해주세요!
* 본 글은, 브런치 북 "뉴욕에서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에 게재된 동일 제목의 글과 동일합니다.
SEESAW 플레이 펀드를 통해 각국의 해외 특파원들이 업데이트 하는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매거진에도 공유되었던 내용으로,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부득이하게 매거진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매거진을 위해 복수 게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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