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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Jun 23. 2023

너무 아팠던 어느 닷새.

아픈 영혼들이 너무나 많다..

아프다..

깜깜한 우물 속에서

암흑 밖의 빛을 마주 할 용기가 없었던 것인지...

축축한 어느 날 밤..

난 날 포기하고야 말았다.


Day 1..

약을 먹었다...

눈을 떴다.

아들의 슬픈 눈이 내 눈위로 겹쳐진다.

겁이 나서 다시 눈을 감았다.


Day 2..

울었다.

하루 종일 울기만 했다

우울증이라고 한다

또 약을 먹었다...

이번엔 치료제다...


밤새 뒤척였다.

약이 육체를 지배해 몸은 잠들고 머리는 깨어있는 상태로 밤을 보냈다.

정신병동 103호

미쳐가고 있는 것 일까.....

왜.....

뭐가 그리 힘이 드는 건가...

말없이 남편은 묻고 있다.



Day 3...

주위 사람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모두 멀쩡하다.

그 흔한 링거도, 주삿바늘도 달고 있지 않고 환자복도 입고 있지 않았다.

지나치며 보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간호사들이 오히려 환자같다.

차츰 그들에게서 산소호흡기가 보인다.

다들 무언가를 붙잡고 아주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들 눈에도 내가 그렇게 보일 것이다.

간호사들....

환자들...

모두 지치고 외로운 얼굴들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눈이 외로운 탓일까?


 

Day 4...

하루 종일 퍼즐만 하는 여자가 있다.

룸메이트...

저 여인은 어떤 조각을 찾고 있는 것일까?

어제도 오늘도 퍼즐은 그대로다.

몇 시간째 움직이지 않는그녀의 뒷모습이 울고 있었다.


Pamela

처음 나에게 말을 건넨 여자.

내가 이름을 기억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미소가 따뜻하고 매력적이다.

그녀는 하루 종일 바쁘다. 병동 곳곳을 누비며 쓸고 닦고, 정원의 화분을 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놓았다가 비가 오면 빗물을 먹을 수 있도록 자리도 바꾸곤 한다. 이따금씩 간호사를 대신해 환자들을 보살피기도 한다.

그녀는 모든 환자의 이름을 알고 있다.

첫 날, 병동의 모두를 나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난 아무 이름도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Pamela....

난 이 여자가 병동 도우미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알게 됐다.

내 옆 병실이 그녀의 룸이었음을...

왠지 눈물이 났다.

그녀의 분주함에 그냥 눈물이 났다.


Room# 106 이름 모름  

무척이나 어려 보이는 앳된 얼굴.. 여자다.

늘 공사장 노동자들이 입고 있는 주황색 보호 조끼를 입고 있다.

마치 경고하듯... 건드리지 말라고..

이 아이는 하루 종일 욕을 한다.

다행이다...

그 욕을 다 알아들을 만큼 내 영어가 충분하지 않아서... 하지만 아프다.

그녀의 욕설은 그 자신을 향한 것임을 알 수 있기에  

나도 그러고 있으니까....


한 노인이 휠체어에 묶여있다.

아침부터 온 병동을 뛰어따니며 총을 쏘다가 울부짖듯 비명을 지르며 숨기를 반복하던 그..

두 눈에 공포와 분노를 가득 담은 채 그는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온몸이 묶이고 서야 그의 전쟁은 끝이 났다..

침으로 젖은 그의 턱을 닦으며 파멜라가 말한다. 알츠하이머 환자라고..

이제 그의 눈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가 부러웠다.


Day 5...

휠체어의 노인이 오늘은 무척 신이났다.

그가 슬쩍 커피를 내밀었다. 

내 어깨를 두드리며 다 괜챦다고, 지나갈거라고 말한다.

공허했던 그의 눈이 너무나 맑다.

지금 이 노인은 그의 시간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나도 따라 미소가 지어진다.


의사가 물었다. 기분이 어떠냐고.

모르겠다..

또 물었다.. 죽고 싶으세요?

모르겠다.. 하지만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알 것이다. 나의 대답이 거짓이었음을..


"Choosing faith instead of fears"

그녀의 책표지에 쓰여진 글이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이것 이었을까?



다시 룸메이트.

그녀가 퍼즐을 완성했다.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 같았던 조각들이 하나의 수채화로 다시 살아났다.

울던 그녀의 에 생기가 돈다.

어쩌면 그녀는 천천히 희망을 찾으며 순간을 맞추어 가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겁이 난다..

 익숙함에 영원히 갇히게 될까봐서....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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