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ho Sep 27. 2019

도자기 빚는 마을에 친구가 산다.

동거인의 친구로 처음 알게 된 그녀를 일 년에 한 번씩 본다. 2년에 한 번만 볼 때도 있지만, 때로는 1년에 세 번도 본다. 올해는 다음 주에 처음 만난다. 그녀는 가마 굽는 집안의 남자를 만나 후쿠오카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동네에 살고 있다. 아리타는 전쟁으로 끌려간 한국의 가마꾼이 처음으로 자기 만들 흙을 발견한 동네다.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았다고는 전해지지만, 실제 삶이 어땠을지 나는 모른다. 다만 아직까지도 이곳에서 이천으로 유학을 가고, 아리타 사람들이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기쁘게 맞는다는 지금의 사람들만 안다. 타국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면서도, 자기가 인정받을 수 있는 폭력을 전시하는 사람들은 경계한다. 나는 일본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싫어하는 점도 많지만, 그것은 오랜 시간을 살아온 서울도 밴쿠버도, 1년을 살아 본 제주도에서도 모두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출신 국가를 따지지 않기로 한다. 비행기를 예약하며 작년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후쿠오카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열차로 두 시간이 떨어진 아리타는 도자기로 가득하다.

도자기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말이 어울리는 도시다.

아리타 하우스 — 밥만 먹었지만, 올해는 이곳에 하루를 묵을지도.

입에 소스를 잔뜩 묻히고 있는 친구는 그들의 아이다. 우리는 바다 건너 멀리 있지만, 그녀의 2개월부터 2살까지 벌써 몇 번을 만났는지 모른다. 지금은 우리의 존재가 희미하게 바랬겠지만, 잊히지 않으려고 애쓰며 만나는 시간을 만드는데 애를 쓴다. 그녀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는 성인 두 명으로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오래된 도자기 마을이지만 모던한 모양새도 가득하다. 한국에도 유명한 브랜드가 몇 있는데, 그중에 Arita 1616의 접시는 검색에도 꽤 많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북을 치고 춤을 췄고 세일을 했다. 들어갔다 나온 가게를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재즈 콘서트에서는 술을 하나, 잔을 하나, 안주를 하나 고를 수 있게 준비해 두었다.

친구의 남편은 도자기 회사의 일원으로 이런저런 프로젝트 매니징과 영업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잘 모른다. 분명한 건 저 모나카가 그의 작품이라 했다.

언어를 모르던 아이가 점점 모국어를 공고히 할 때, 나는 어떤 삼촌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일단은 응응~ 그치~ 맞아 맞아~ 그랬어~ 를 절묘하게 섞으며 대답하고 있다.

카레도 커피도 분위기도 키즈-프렌들리도 좋아합니다.

얼마 전 메시지를 보내 우리 10월에 가려고 하는데 시간 있어? 묻자, 언제든 오라며 일정을 챙기겠다고 답장이 왔다. 그런 거 필요 없어, 너희랑 시간 보내려고 하는 건데 뭐! 대답하자, 그래도 너네가 즐거운 게 나를 즐겁게 하니까! 대답을 한다. 서울에서 오랜 삶을 보냈지만, 밴쿠버로 이민을 가고, 홀로 서울로 돌아왔다가, 지금은 제주에서 사는 나는 명확한 고향이 없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을 부러워했는데, 나는 어디든 갈 수가 있었다. 올 가을에는 아리타를 간다.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especiallywhen/
작가의 이전글 제 두 번째 고향은 밴쿠버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