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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Oct 31. 2019

친구를 만나면 아이가 함께다

캐나다에 사는 엄마가 한 달 쯤 서울에 들어올 예정이라며 전화를 했다. 4주 정도 서울에서 지낼 예정인데, 혹시 하루 시간 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일주일도 사흘도 이틀도 아니고 하루. 단 하루를 요구하는 우리 엄마는 내가 아는 가장 개인주의적인 사람. 그런 엄마가 갓 결혼한 우리에게 아이 생각은 없느냐고 몇 번을 물었다. 두 해 쯤 씅을 내자 엄마는 다시 묻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되물었을때, 엄마는 엄마도 몰랐다고 했다. 결혼하고 애를 낳는게 너무나도 당연해서 너네도 그럴꺼라 여겼다고 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던 시절의 나도 있었으니, 엄마는 더했을 것이다.

주변의 친구가 10이라면, 출산과 육아를 하고 있는 비율이 어느새 1을 넘어 2가 되어간다. 키우는 이야기를 주워 들으며 살았더니, 어느새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육아하는 친구를 만났을때 나의 몫은 딱 하나다. 친구의 시간을 만드는 것. 키워본 적은 없으니 다루는 법이 성에 찰 리 없지만, 어떻게든 말을 걸고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선다. 엄마를 찾지 않게 한다. 보통은 30분도 되지 않아 아이가 엄마를 향해 양팔을 벌리는 순간 끝이 난다.

애피타이저로 딸기와 당근 그리고 불가사리를 내어주는 사려 깊음에,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대답하고 먹는 시늉을 한다. 창 밖으로 벼와 해가 보이는 곳에서 이틀을 묵었다.

집에 들어오면 바구니를 꺼내 장난감을 바닥에 쏟아붓는다. 오늘은 뭘 가지고 놀아볼까 고심하는 콧잔등.

여행을 가서 남의 차를 타는 즐거움은 전방 시야에 있다. 버스와 기차는 아무리 좋은 자리에 앉아도 옆을 봐야 하지만, 차를 타면 정면을 본다. 지루한 출퇴근 길의 횡단보도를 초록과 산을 다시 본다.

각자의 자리에 컵을 꺼낸다. 가스레인지 위에 주물 냄비를 올린다. 샤브샤브를 시작한다.

서늘한 밤바람에서도, 연결하는 온수 매트에서도, 붕어빵 카트의 개점에서도 겨울의 시작을 알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제일은 샤브샤브라. 양상추 넣는 법을 배워와 주말 마다 육수를 끓인다.

벽돌과 나무로 만들어지지 않은 건물을 더 찾아보기 어려운 아리타의 벽과 벽들.

후미진 곳에 색이 가득했다. 셋 밖에 없는 공간을 빌렸다. 치즈 케이크에는 붉은 후추가 콕콕 박혀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익숙해져 획일화 된 부엌의 모습이 여행자의 눈에는 정갈하기만 했다.

지갑을 열었고, 적정 소비에 알맞은지에 대한 불시 점검을 당했다.

아직 자그마한 친구에게 무얼 더 보여줄 수 있을까. 헤어질 때마다 똑같은 대화를 나누며 돌아온다. 

인스타그램: instagr.am/especially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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