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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Oct 04. 2023

은행업은 원래 이런거에요

토스뱅크가 개점 22달 만에 월 흑자를 냈다고 한다. 토스니까 왠지 대단한 방법을 썼을까 싶어 찾아봤는데, 결국 흑자의 중심은 예대마진이었다. 대출을 해주고 받은 이자에서 예금을 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이자를 뺀 값(이자로 번 돈 - 이자로 나간 돈)을 예대마진이라고 한다. 은행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토스뱅크가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웃스탠딩tv에서는 토스뱅크의 소식을 전하며 은행업은 원래 이렇다고 말했다.


· 은행은 업의 특성상 한 번 흑자로 돌아서면 계속해서 흑자가 나오는 특성이 있음.
· 일정 규모가 될 때까지 초기 비용 투입이 필요하지만, 자본금을 확충하고 신용 평가 모형을 구축한 이후에는 흑자 유지 가능.
· 토스뱅크 측에서도 노력보다는 성장성 덕분에 흑자가 이뤄졌다고 말함.


은행은 처음에 구축해야 되는 초기 투자 비용이 높다. 그렇지만 고객이 늘어나서 예금이 들어오면 보증금이 모이게 되고, 그런 다음 신용 평가 모형을 구축해서 대출과 예금의 상관관계를 잘 설계하면 흑자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매출에 따라 고정비가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서 한 번 시작된 흑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은행업이라고 했다. 이렇게 흑자를 내는 것이 은행업의 본질인 것이다. 물론 토스는 기존 은행과 다른 플레이를 하면서 고객을 늘렸고, 중저 신용자 대출 제한 때문에 시도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은행업의 본질인 예대마진으로 토스뱅크는 22개월 만에 흑자를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사업의 본질을 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부터 그랬다.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한다는 건 임대료, 인건비, 세금, 재료비를 합친 금액보다 방문하는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이 더 높게 만들어 흑자를 내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 가게 문을 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손님들의 동선을 고민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전달하고, 가치 있는 시간을 제공하면 흑자가 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이 높아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에 만난 어떤 대표님도 '앱만 만들면 되는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그 분도 일단 앱만 만들면 될 것 같았을 것이다. 앱스토어에 올리면 사람들이 알아서 쓸 것 같고, 앱은 문제없이 돌아갈 것 같고, 결제가 꾸준히 이뤄질 것 같고, 사람을 뽑으면 팀이 만들어질 것 같고, 투자자에게 연락도 올 것 같았을 것이다. 


얼마 전에 맷데이먼과 벤애플렉이 굿윌헌팅 각본을 쓴 이야기를 봤다. 단역도 해보고 오디션도 해보니까 아무래도 자기들한테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출현할 수 있는 영화를 우리가 써야겠다, 생각해서 굿윌헌팅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둘이 출연하는 걸로는 영화 펀딩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할 테니까 어떻게든 로빈 윌리엄스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그래야 투자가 이뤄지니까. 그래야 영화가 만들어지니까. 그래야 우리가 출연할 수 있으니까. 그게 영화업의 본질이니까. 


하루하루 실무를 쳐내다보면 사업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을 바꾸겠다, 엑싯을 해야 한다,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왜 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는지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일단 뭐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은 손님을 맞아야 하고, 은행은 예대 마진을 고려해야 한다. 토스뱅크를 응원한다.


[아웃스탠딩 토스뱅크 흑자 소식 정리]

· 2023년 7월 월간 기준 첫 흑자(10억)
· 출범 이후 22개월 만, 대출 영업 재개 19개월 만
· 2023년 1분기 단기 순손실 280억
· 2023년 2분기 단기 순손실 104억
· 계속 손실을 줄이다가 월간 흑자를 낸 상황

· 토스의 상방기 예금액 21조 5천억
· 상반기 여신 즉 대출액은 10조 460억
· 수신에 비해 여신이 턱없이 작음
· 토스는 대출자가 적으니 채권에 투자해서 돈을 굴렸음
· 채권은 대출보다 수익성이 낮음
· 인터넷 은행은 중저 신용자 대출을 늘린다는 설립 취지가 있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음
· 은행은 대손충당금(돈을 빌려준 뒤 회수 불가능한 금액을 추정하는 것)을 재무제표에 쌓도록 하고 있는데, 중저 신용자가 많을 경우 대손충당금과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재무제표에 영향을 끼침

· 흑자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예금 이자를 지속적으로 줄였기 때문
· 보통은 이렇게 줄이면 이탈하는데, 토스는 크게 이탈하지 않았음. 락인 효과가 탁월했다고 볼 수 있음
· 사업 초기에는 파격적 이자로 이용자 수를 늘리고, 이후 잠금 효과로 이용자를 잡은것

· 외부 환경도 흑자에 큰 영향을 미침.
·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떨어져 손실이 많았음
· 2023년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채권 손실이 줄었음

· 2022년 일반 관리비로 1300억 원을 썼는데, 인건비등 대부분이 고정비
· 인터넷 은행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에 흑자 지속 가능성 높음

·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들의 이용 특성: 토스나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으로 시작하지만, 대출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왔을때 기존 대형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향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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