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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Oct 20. 2017

어쩌다 후쿠오카 - 1

Accidental Fukuoka

셋이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 — 매번 생각했지만 어째 매번 시간이 나질 않았다. 너희 둘 다음 달에 시간 낼 수 있을까? 질문을 듣자마자, 당장 다음 주의 일정을 비집었다. 그렇게 성인 셋의 시간이 겹쳤다. 동거인의 어머니와 어쩌다 떠난 2박 3일의 후쿠오카다.

“엄마, 우리 여기로 가야 해” — 공항에서 우리가 데려간 곳은 렌터카 사무실이었다. 매번 지하철과 버스로 다녔던 일본을 차 몰고 간다 하니 어머니가 두 눈을 그렁했다. “뭐 이런 걸로 울고 그래!” 투닥대며 다음에는 또 어떤 일로 울릴까 작당을 준비했다. 

고속도로를 타려던 와중, 4년을 살았던 그녀의 옛집 풍경을 지나쳤다. 나무 바닥이 예쁘던, 하지만 덥고 춥고 습하던 그 공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누군가가 허기를 외쳤다. 우동집이다! 자전거 타고 자주도 다녔던 가게를 들렀다. 우에스토. 어디에나 있는 프랜차이즈에서 추억을 팔며 여행을 시작한다.

차 안에서 맞는 덥고 습한 여름이 어찌나 쾌청한지, 가라츠 향하는 길에 이토시마를 둘렀다. 전망 밝히는 창이 보여 들어왔더니, 형편없는 음료에 셋 모두 인상을 썼다. 그런들 어떠하리, 삐죽거리는 웃음을 참을 수는 없었다.

이런 풍경 앞에 두니 커피콩맛 우린 물에도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엄마, 딸.

 바다 보며, 바다 따라 가라츠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료칸을 어슬렁한다.

햇살 받으며 저녁상을 기다렸다.

그럼 시작할게요.

가라츠 지역에서의 카이세키는 먹어보는 것만으로는 재료며 조리 방식을 가늠하기 힘든 것들이 많았다. 

한 접시, 두 접시, 어쩔 줄을 몰랐다.

독차지하고, 독차지를 당했다.

서로의 배를 두드리며 근처에서 하는 자그마한 마을 축제 향했다. 한적한 가라츠의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 해변가의 마츠리였다. 불꽃 울리는 소리를 향해, 가족이 연인이 사람들이 걸었다.

빗방울과 함께 불꽃이 터진다.

몇백 미터도 되지 않는 길이의, 서른 개도 되지 않는 노점의, 열개도 되지 않는 품목의 마츠리였다.

펑 —

퍼—엉

하염 없었다.

나란히 펴진 이부자리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엄마가 먼저 조용, 동거인이 다음 조용, 나까지 조용하여 첫날이 멈췄다. 아침이 밝았고, 한 여인이 구루푸를 말고 있었다. 부산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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