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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o Oct 31. 2017

어쩌다 후쿠오카 - 2

Accidental Fukuoka

날이 밝았다.

부산스러운 방을 나와 료칸을 기웃거리며 아침밥을 기다린다.

정원을 앞에 두고 콩만 한 접시들을 비운다. 조용한 대화 소리가 식당을 울리고, 우리의 웃음소리가 그 사이를 메운다. 너-어-무 맛있다는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그 말이 어째 지겹지도 않다.

차 한잔 마치고 나가는 시간을 꾹 꾹 눌러 담아 조금이라도 더 다다미방에 엉덩이를 붙인다.

차가 사라질 때까지 배웅받으며 료칸을 나섰다. 안녕 요요카쿠(洋々閣)

그저 료칸이 있고 불꽃이 있으니 다른 것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는 가라츠 하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성(唐津城)으로 향했다. 조그마한 곳에 사람도 없어 셋의 유유자적을 그렇게나 도왔다. 설렁거리며 가라츠를 걷고, 바다를 걷고 하루 종일 말하며 후쿠오카로 돌아올 채비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어쩐지 귀여워 차를 멈추고 섬신사를 탐방하고,

알지 않으면 찾지 못할 구석에 놓인 음식점을 들렀다. 그저 전망 좋은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차려진 음식들도 맛이 좋아 놀랐다. 이런 일이 흔한 나라는 좋구나, 그렇게 셋이서 다음을 기약했다. 가족들이 조잘대는 해변 곁에서 수저를 들었다.

장모님이라 불러본 적 없는 어머니를 어느 날부터 엄마라고 부르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날짜부터 엄마라고 부른 날을 꼽아보니 고작 일 년이 되지 않았다. 서로가 어색했던 날도 길지는 않았는데, 친해진 기간의 여정이 짧고도 짧았다. 팔짱을 끼고, 반찬을 뺏어 먹고, 엉덩이를 토닥댄다. 번갈아가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짓고, 서로의 표정에 깔깔거린다. 피 섞을 필요 없이 가족이었다. 엄마가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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