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전화하고 싶지만

하지 않는 이유

by 수니

감정은 신기하다. 이성적인 생각을 무너뜨리고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다분히 감정적인 사람이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해야 하고, 직접 봐야지 직성이 풀린다. 직장에서나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용감한 편이다. 거절당한다고 내 가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 내가 좋으면 좋은 거니까. 상대방에게 알려야 인연이든 뭐든 시작이 될 것 아닌가.


이런 나는 지금 X에게 연락을 하고 싶다. 미련이 남은 게 사실이다. 그치만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나는 X와의 관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내가 이성적인 그에게 맞추기 위해서, 나는 만나는 동안 최대한 나의 주책스러운 감정을 배제하고 행동하려 노력했다. 만나고 싶어도 당장 보고 싶어도, 자기 목표가 정말 중요한 그이기에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언어의 표현이 중요한 나지만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그이기에, 더 듣고 싶은 말이 있어도 서운한 마음을 애써 눌러 참았다.


그치만 그의 미래에 내가 없다는 그 사실은 맞출 수가 없었다. 그는 본인의 꿈과 목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지만, 그 계획에 나는 없었다. 1년을 만난 시점에 그 사실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마음속 지우개로 애써 흐릿하게 그 사실을 지우려고 혼자서 노력했던 것 같다. 왜냐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모습을 정말 좋아했고, 응원했으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으로 순간의, 잠시의 행복을 즐기며 6개월이란 시간이 다시 흘러갔다. 점점 내 하얀 마음에 때로는 까맣게, 때로는 빨갛게 얼룩이 지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 있기만 하면 그게 사랑이고 행복이라 생각했는데. 내 마음은 공허하고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서로의 가치관을 확인할 때, 그는 나를 위해 본인의 그 목표를 바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타협의 지점이란 없었다. 책임감이 강하다는 건 사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 않은 마음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1년 반의 시간을 뒤로 하고 나도 손을 놓았다. 내게 최선인 선택은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알량히 남아 있는 나의 감정은 나를 또 파고든다. 이 감정은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괴롭히나보다. 그치만 난 이제 X에게 더이상 연락할 에너지가 없다. 이 미련은 마음의 먼지처럼 남아서 언젠가는 다시 또 가끔 튀어나오겠지. 하지만 난 이 관계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그 자체로도 용기있던 사람이었으니 괜찮다고 날 토닥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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