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적든 일단 그냥 적기로 해본다.
사실 오늘은 별로 쓸 말이 없기도 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요리를 했고, 오늘 아침에도 오랜만에 요리를 했다. 문제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 금방 쉽게 지친다는 점이다.
부지런하려면 손도 빨라야 하고,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어야 하는데 나는 게을러서 손도 느리고 손에 물 묻히는 것도 싫어한다(젠장! 그러면 안 되는데!) 애를 키우기엔 적절한 엄마는 아니라는 것이다. 겨우겨우 하루를 살아내는 하루살이의 느낌이랄까.
요즘은 비혼도 많고 딩크족도 많은데,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이 있는 거고 당연히 그 삶을 존중해줘야 하는 거니까. 다만 일부 몰상식한 엄마들 때문에 잘하고 있는 엄마들까지 다 싸그리 몽땅 잡아서 욕먹는 건 좀 속상하다. 다 그런 건 아닌데, 싶은 거다. 어쨌든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건 8살 때까지의 추억이 평생 간다는 말을 요즘 좀 실감하고 있다. 8살 이후부턴 자아가 뚜렷해지면서 귀찮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 게 명확해서 내 자식이지만 얄미울 때도 있고, 속이 터질 때도 있는데.. 딱 8살까지가 말도 그나마 듣고, 잘 따라다니고,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요즘 들어 둘째를 보며 그런 감정을 많이 느끼는데, 둘째 아이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정말 많이 한다. 아,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나?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사랑을 줘야 하지만, 나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 수 있는 것 같다.
게으른 나도 사랑을 알아간다는 게, 참 감정이 복잡한 거구나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분명히 힘든 게 맞는데(정말 힘들다.. 누가 낳는다고 하면 꼭 그래야 하느냐는 말부터 나올 정도로) 행복한 것도 많다. 행복이 20프로라면 그 20프로가 80프로를 이겨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연인 간의 사랑이 아니어도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누가 누굴 사랑하고의 상대방이 아니라, 자식이든, 혹은 다른 것이든 사랑의 형태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요즘 들어 깨닫는 중이라고나 할까..
갑자기 사랑 얘기가 나와서 분위기가 뭐하긴 하지만,
여하튼 내 생각은 그렇다는 거지.
아, 그나저나 유튜브를 찍어보겠다는 나의 의지도 사라져 가고, 요즘은 밀리의 서재에 빠져있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기도 하고, 꼭 소장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남으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서점에 가서 사는 것만큼 최고로 좋은 건 없지만 집에서 도서관을 만나는 느낌이랄까. 괜찮은 것 같다. 세상 참 편해졌다.
최근에는 어플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쓰면서 점점 쓰기 싫어진다. 못난 내 자신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 이걸 마주해야 하나. 이렇게 좌절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만 든다. 가계부쓰는 사람들은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들은 자신의 소비를 어떻게 마주하는 것인가. 절제가 되나. 나는 절제가 안되던데.. 내가 문젠가. 그래! 이게 문제다. 내가 문젠가? 하는 생각만 자꾸 드는 것이다. 가계부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작은 존재로 만드는지? 점점 자신만 없어져가고 살림이 망하고 있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를 마주해야 하는 건 알지만, 이런 식이면 안 그래도 존재 자체로 작다고 생각하던 내가 더 작아지는 느낌이다. 이게 뭐라고!
이 와중에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은 뭘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내일은 마트를 가봐야 하나.
나야말로 받고 싶다. 크리스마스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