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추운 겨울날

by 김태연




종일 집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서 아이 문제집을 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혼자 나갔다. 오늘 기온 영하 최저 12도일 것이라고 나오는 차에서 흘러나오는 멘트를 들으며 운전대를 잡았다. 역시 가죽커버를 씌워서 그런진 몰라도 열선을 틀었지만 별로 따뜻해지지 않았다. 목적지에 다다러서야 카드를 안 가져온 걸 확인하고 다시 집으로 돌려 카드를 가져오면서 핫팩을 가지고 나왔다. 이상하게도 핫팩은 쥐고 있으면 별로 안 따뜻하고, 주머니에 넣어두면 따뜻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서점에 가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옷들도 구경하고, 아이 패딩도 구경했다(아이를 데리고 와야 사이즈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점원의 말에 충동구매를 멈출 수 있었다) 작은 마트에 들러서 라면 한 봉지를 사고 얼른 책을 사러 갔다. 찾는 책은 없었지만 아이 문제집은 있었기에 동화책 두 권과 문제집 두 권을 골랐다. 종종거리며 책을 고르는 내 발걸음이 자꾸 가쁘게 느껴졌다. 뭐가 그리 바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돈을 쓸 때마다 남편의 눈치를 보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쓰면 쓸수록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두 발이 종종거렸던 걸까. 빨리빨리 사고 가야 남편의 잔소리가 좀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물론 나만의 생각이다)



아이의 문제집을 사고 돌아오며 느낀 건, 참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지금부터 공부 시작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 자식이 이제 시작인가 싶기도 하고, 책장에 꽂혀있는 아이의 가득한 문제집들이 떠올랐다. 내가 이걸 사주면서도 맞는 건지. 들이 미는 게 지금 잘하고 있는 행동인 건지. 사실 나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건.. 쉽지가 않은 길을 선택하며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의 엄마라면 다 이렇게 한 번쯤은 생각하겠지.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막연한 느낌일 뿐.



원하던 책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터였다. 아마도 큰 서점에 가던가 인터넷으로 시켜야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얼른 집에 와서 밥을 먹고, 한 숨 자고 일어나서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책을 시켰다. 살림, 가계에 대한 책이었는데 요즘 미니멀 이후로 관심 가지고 있는 쪽이라 구매했다(미니멀은 아마도 포기인 듯하다. 내 인생에 미니멀이라는 게 오기는 할까) 하도 가정살림이 엉망이라 뭐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구매했다.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왠지 형광펜으로 박박 긁어가면서 읽어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을지도 몰랐다.

아, 삶이 뭘까.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인가. 자녀 교육도, 살림도, 그리고 내 문제점들도 말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그게 오늘인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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