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비금액과 사용빈도를 확인해 보았다

by 김태연




가계부를 쓰면서 월 소비 금액과 사용빈도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출 쓴 것 말고는 다시 가계부를 확인하면서 점검해보는 시간은 처음이라 긴장했고, 중간중간 액수가 틀리기도 했지만 확실한 건 '와 진짜 많이 썼다. 대비는 전혀 없네.'라는 생각이 점점 숫자를 쓰면 쓸수록 생각도 늘어났다. 이럴 수가. 내 생각보다 훨씬 정말 훨씬 많이 썼다. 월에 천만 원 썼다. 들어오는 돈의 세배를 넘게 쓴 것이다. 이러니 당연히 마이너스지. 생활이 될 리가 있나.


제일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확실히 식비였다. 그건 꼭 먹는 것에만 제한두지 않았다. 필요한 가전제품,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소비들까지 이 부분에 포함시켰다. 말세군 말세야. 금액을 쓰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미친 건지 글씨를 쓰는 내 손이 미친 건지를 모르겠다는 표현이 맞았다. 엄청난 소비를 하면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으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그래,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내 의식이 거짓말을 하던 순간이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지출은 꾸밈비였다. 뭘 그렇게 꾸며대고 난리? 두 번째로 많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금액이었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현실을 마주할 필요가 있는 여자였다. 이쯤 되면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나. 이젠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렇게 쓰려면 역시 쿠팡 알바라도 해야 해.라고 생각하며 꾸밈비에 2번 동그라미를 쳤다. 세 번째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항목이었다. 적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아서 놀랬고, 아마 그동안 내고 있는 대출이자를 쓰지 않았어서 그렇지 그걸쓰면 이게 더 적다고 생각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많은 지출을 하고 있었다. 더 조금 조여야 할 필요는 있었다. 물론 제일 줄여야 하는 건 식비였다. 이상하리만치 엄청난 식비는 최근 내가 태블릿 패드 두 개를 샀다고 쳐도 많은 금액이었다.



정면으로 나를 마주할 시간이 다가오니, 엄습해져 오는 불안감.. 합계를 내고 통계를 냈다. 잘못 쓴 것이기를 바랬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불어 로또에서도 낙첨됐다(젠장) 이제 어떻게 이 빚을 갚아간담. 카드가 다 막힐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절망하며 계속 힘없어했고 나는 그런 남편을 자꾸 다독였다.

조금씩 갚아가면 돼. 아마도 남편은 믿지 않으리라. 열심히 일한 결과가 이거라니. 그가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심정을 나는 알 것 같았다. 무책임한 소비로 인해 남은 건 빚뿐이니 얼마나 아내가 보기 싫을까. 그 심정을 내가 백 프로 이해할 순 없지만 그가 가진 죄라곤 나한테 신용카드를 준 죄뿐이었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나의 소비 씀씀이는 정말 무자비했다.



갚아 나가야 한다. 우리의 부부관계 회복을 위해서라도.

난 이 가정을 깨고 싶지 않고, 아이들에게도 불화를 보여주고 싶지 않다.

변해야 하는 건 나였다.



1월엔 조금 더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


아, 숫자의 한자리가 제발 줄어들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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