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날

by 김태연



그런 날이 있다. 내가 힘들어서 기분이 내려가는 것인지, 외로워서 기분이 울적한 건지 잘 모르겠는 그런 날.

겉으로는 힘내라고 말하지만 사실 말하는 본인도 누구 못지않게 외롭고 힘든 날.

외로움이 사무쳐도 누구에게 특별히 기댈 수 없는 날.

내가 사랑을 하는 건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좋아서 그걸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건지 헷갈리는 날.

자식이 먼저인지 내가 먼저인지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망설여지는 날.

힘들게 쇼핑하고 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할 때 문 앞에서 들어가야 하나 서성이게 되는 날.

그런,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켜켜이 쌓이면 지나치도록, 사실은 넘쳐흐를 정도로 감정이 얽히고설킨다.

그럴 때는 울 수밖에 없다. 뭔가 다른 걸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럴 때마다, 다른 취미생활을 가져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거나. 혹은 운동을 그날따라 유난히 격하게 하면서 땀을 흘린다거나. 유난히 마음 맞는 친구가 있어서 신나게 수다를 떨 수 있었다거나.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단 나았을까. 그러지 않아서 나는, 우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별 다른 취미가 없으니 감정이 흘러내리는 날에는 눈물도 같이 흘릴 수밖에.



맞다. 나는 요즘 사실 많이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리고 망설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밤이 되고 아침이 돌아온다.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흘러간다. 붙잡을 수 없는 어제와 불안한 오늘의 나의 경계가 흐려진다. 밤의 나와 아침에 나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여전히 눈물이 나고, 감정이 흘러넘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에게 밥을 해주기 위해 억지로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고, 점심을 차리고, 저녁을 차린다.



아무것도 아닌 날들.

별일 아닌 날들.

그런데도 너무 우울한 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울증과 번아웃 증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