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에 우리는 모두 일어난다

by 김태연



미라클모닝. 아침 루틴. 등등 아침을 규정하는 말들이 많이 있지만, 대체로 우리 가족은 새벽기상을 하는 편이라 내게는 미라클 모닝이라던가, 아침 루틴을 꼼꼼하게 되돌아보기 힘들다. 새벽에 일어난 우리는 좀 더 늦잠을 자려고 하는 편은 아니다(그래서 더 하루가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두 아이들 중 큰아이는 일단 눈을 뜨자마자 책장에 있는 문제집을 다 꺼낸다. 그리고 문제를 풀거나, 동시집을 똑같이 따라 쓰거나 한다. 둘째 아이는 일단 요구르트 한 개를 빨대로 꽂아 마신 다음 아이패드를 켜고 게임을 하거나, 요리놀이를 하러 방으로 들어간다. 나는? 나는 그 새벽에 흐리멍덩한 머릿속을 지워내지 못하며 어제 사둔 바닐라 라떼를 얼음에 부어마신다. 아침부터 찬 음료를 먹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더라. 새벽에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얼음물을 마셔대는 난, 언젠가부터 따뜻한 음료를 멀리하게 되었다(화병이 근원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우리 강아지도 그 시간에 일어나서 문 열어달라고 발로 툭툭 쳐댄다.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애들이 일어나니 일어나는데, 가끔 밀린 일을 마저 한다거나, 좀 더 누워있다거나 한다. 어쨌든 새벽시간 5시. 4시만 되어도 큰아이가 꿈틀거린다. 그 덕에 나는 꼭 낮잠이 필요한 여자가 되었다. 도저히 낮잠을 30분이라도 자지 않고서는 몸이 버티질 못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건 물론 좋지만, 잠이 확 깨지는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 그런 건지 딱히 엄청 좋은지는 모르겠다. 제일 좋은 장점은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늦을 일이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다.



새벽형 인간인 우리 아이들은 잠이 없어서 그런지 살찔 틈이 없다. 많이 먹고 잘 자야 하는데, 이 아들들은 잠이 없어도 너무 없다. 처음엔 화가 났고, 점점 포기상태가 되어가는 나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아들들은 여전히 일찍 일어난다. 피곤하지도 않은 걸까. 대체 뭘 하려고 일찍 일어나냐는 물음에 그냥 눈이 떠진단다. 띠옹. 그래 알겠어. 눈이 떠진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 그리고 다시 잠도 안 온단다. 잠이 안 온다는 애들을 억지로 다시 재울 수도 없고, 그냥 다 같이 새벽기상을 늘 하는 셈이다. 이젠 익숙해져서 화라던가, 분노라던가, 하는 감정이 올라오진 않는다. 그냥 좀... 피곤할 뿐?


수많은 책들이 있는 새벽에 관한 좋은 말들이 많은데, 나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때 정신이 맑게 깨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를 하기에 중요한 시간이라고 하는데 딱히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 자기한테 맞는 시간이 있는 게 오히려 맞다고 해야 할까. 가장 또렷하게 정신이 맑게 떠있을 때가 딱 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나는 새벽은 아닌 듯하다. 새벽의 나는 정말 세상 멍청한 얼굴로 식탁에 앉아 오독오독 얼음을 씹어먹는다.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것도 그 시간에는 할 수 없다. 정신이 또렷하지 않으니 뭔가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스스로 깨기 위해서 뭔가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의욕적이지는 않은 여자라 그냥 나를 좀 내버려 둔다.



나는 언제부턴가 나를 내버려 두는 것을 좀 즐기기도 한다. 그래 이 혼란한 세상 속에서 잠깐 멍 때리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지.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부터 몰려왔다. 내버려 두는 나를 좀 멀리서 바라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좀 이따 하면 되고, 안되면 내일 하면 돼.라고 스스로 말한다. 누가 나를 떠밀지도 않고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나의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누가 보면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지 말라고, 아깝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쓰고 싶으냐라는 것이지 뭐.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버렸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내가 나로 만족하면 그만이지.



그래,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해. 잠이 안 오면 안 잘 수도 있는 거지. 물론 성장에는 좀 걱정되지만 말이야. 키가 안 큰다고 해서 스트레스받을 것도 없고, 좀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화낼 것도 없다. 애들은 자신의 속도대로 크고 있고, 나름의 새벽루틴이 있으니 눈이 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새벽을 걸어 나가는 것일지도 몰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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