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일기

by 김태연



오늘은 남편의 출장으로 인해 큰아이와 함께 학원 가는 길을 서둘렀다. 방과 후 교실이 끝나자마자 학교 앞에서 만나 같이 버스를 타고 학원으로 향했다. 잠시 아이가 학원에 들어간 사이 1층 카페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숨을 고른다. 학원 끝날 시간인데 내려올 기미가 안보이자, 결국엔 내 발걸음이 학원으로 향한다. 얘가 대체 뭘 하길래 안 나오나 했는데, 마침 올라가니 그제야 신발을 신는 큰아이가 보였다.


점심으로는 같이 분식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슈퍼에 잠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고 걷는다. 장바구니에 아이스크림을 담는 것도, 집에 들고 돌아오는 것도 모두 아이 몫이다.

나는 그 옆에서 묵묵히 걸었다.



아뿔싸. 하필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 점검은 뭐람. 40분 정도 남은 점검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지하에서 망설이는 나에게 걸어 올라가자며(그것도 20층을 넘게..) 선뜻 제안하는 아이의 말에 결국 좋다고 말하곤 호기롭게 올라왔는데 웬걸, 3층에서부터 지치는 것이다.

다리는 아프고, 숨은 차오르고, 이렇게 운동부족이었다니. 솔직히 큰아이만 아니었으면 체험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엄마 괜찮아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 한 번만 더 올라가고 쉬자. 어른처럼 나를 살살 달래며 올라가는 큰아이는 힘들지도 않은지 나를 위로하는 말을 다정하게도 했다. 너 원래 이렇게 다정했니. 의외의 면에 놀라면서도 그 놀랄 틈조차 주지 않는 층층이 쌓여있던 계단들이 버겁게 느껴졌다.

너 괜찮아? 묻는 말에는 어 난 괜찮아 나는 운동하잖아. 응? 뭐라고 운동이라니 일주일에 한 번 축구 가는 걸 말하는 거니?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 내 발이 올라가긴 하는 건지, 끝은 어디인지 고작 그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그런 생각들로만 가득한 나보다 훨씬 더 나았던 아이였다. 그냥 올라가면 돼. 금방 갈 수 있어. 라며 나를 다독이는 큰아이가 어느새 훌쩍 큰 느낌이었다.


엄만 틀렸어 미안해 너 먼저 올라가.라는 말에도 아니야 같이 가야지 내가 끌어줄게. 라며 팔을 이끄는 모습이 의외였달까. 내 아이의 또 다른 면이라 그런지 숨이 벅차면서도 새로웠다. 이러려고 내가 널 그렇게 울면서 키웠나 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울고 싶기도 했다.


큰아이를 키우면서 울었던 날들이 참 많았는데, 동시에 웃는 날도 그만큼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렇게 키울 수 있었을까. 하는 매일매일로 달력을 꽉꽉 채우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날마다 고민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까. 지금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벌써 까마득해진 과거의 나의 아이와 내가 보였다. 우리는 서로가 처음이었어. 나도 네가 처음이었고, 너도 내가 처음이었어. 그래서 가능했던 걸 지도 몰라. 우리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건. 지독한 산후 우울증이었지만,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예쁘단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공부를 하는 아이에게 말하니 어. 라며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하는 큰아이의 작은 머리통이 얼마나 귀엽던지.

유모차 안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의 뒷머리를 바라보던 그때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약간, 눈물이 날 뻔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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