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겨울방학이 된 이후로 스트레스가 크게 올라온 게 맞았다. 선생님이랑 차트를 확인해 보니, 작년 여름방학에도, 재작년 겨울방학에도 똑같은 말을 하며 2주일에 한 번씩 있는 예약날짜를 참지 못하고 거의 열흘에 한번 꼴로 병원에 찾아와서 똑같은 말을 했다. 와. 우리 선생님 나 볼 때마다 뭐 안 적으시길래 하나도 모르시는 줄 알았는데, 새삼 그렇게 꼼꼼할 줄이야. 내가 한 말을 거의 전부 컴퓨터 파일에 적어놓고 계셨던 거다. 그런데 하는 말이 다 똑같아. 방학만 시작하면 똑같은 말을 시작하며 약을 타러 병원에 들렀고, 개학이 시작되면 늘 괜찮아졌다고 했다.
선생님께서는 따져 봅시다. 라며 물었다. 남편이 돈을 안 가져오나요? 아니요. 그럼 부모님이 힘들게 하나요? 아니요. 다 빼면 뭐가 남나요? 애들이요.. 맞아요 지금 스트레스가 큰 이유가 그것 때문인 거예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부정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웃으시며 술이 생각나지 않는 약과 불안 장애에 먹는 약을 조금 용량을 올려주신다 하였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같은 패턴의 반복이 무섭긴 무섭네.라는 생각을 한다.
술 먹고 싶은 충동과, 음식을 자제하지 못하는 충동을 약을 먹으니 덜하다. 그렇지만 역시 약 용량이 늘어나 그런지 졸리다. 잠이 쏟아진다. 그래도 아침부터 냉장고 문을 열고 술을 쳐다보면서 더 이상 먹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 그저께만 해도 당장 뜯고 싶은 충동이 일었는데, 그 충동이 줄었다. 한 100 정도 되었다면 지금은 한 40 정도로 줄었달까. 그래도 또 확 올라오면 먹고 싶긴 하다. 선생님은 그러셨다. 이걸 드시던가, 이걸 안 먹고 술을 먹던가. 둘 다 먹는 종류인 셋이 있다고. 그러나 둘 다 같이 먹으면 속이 안 좋다는 부작용이 있다 하셨다. 나는 그것만큼은 막고 싶어서 최대한 술을 참는 중이다. 속이 안 좋은 건 정말 끔찍하니까...
대신 술을 마시면 나른해져서 뭔가 자꾸 한다는 건 있었다. 다만 아침부터 마시고 싶었던 게 문제였을 뿐이었다. 지금은 똑같이 나른한데도, 별로 뭔가 하고 싶지가 않다. 이게 단점이다. 약을 먹으면 너무 졸려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잠만 이겨내는데도 힘들다. 아, 뭔가를 시작하면 무언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참 어렵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술을 선택하지 않고 약을 선택했으니 그에 따른 결과를 따를 수밖에.
그나저나 왜 이렇게 웃긴 거야. 방학 시작되자마자 똑같은 패턴으로 2년을 넘게 똑같은 말을 하면서 병원을 찾았다는 게.. 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