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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4. 2023

그동안 먹은 결과의 비참함



열심히도 먹어댔다. 술을 끊겠다는 의지로 술 생각이 나지 않는 약도 타왔다. 아침부터 술 생각이 나길래 아침에 약을 먹었다. 아침에 그래서 그 약 덕분인지 졸리다. 문제는, 저녁에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아침에 생각이 안 나는 것만 해도 어디야.라고 생각했는데 자고 일어나서 약효가 떨어지는지 저녁에 생각이 난다. 결국 어제도 신랑이랑 같이 맥주를 과자와 곁들였다. 세 캔 중에 두 캔은 내가 마신 것 같았다. 나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맥주를 급하게 먹어댔다. 그 와중에 안 취하는 것도 서럽다. 멀쩡한 정신이라니. 좀 취해야 얼떨떨한 맛으로 아 취했구나 할 텐데, 열심히 과자만 먹으며 배만 불렀다. 배가 불러서 그만 먹어버렸다.


아침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살이 좀 빠졌을까 하는 기대감에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웬걸. 더 쪘네...

속은 가벼운데 몸이 가볍지 않은 몸이 된 거다. 나 이제 야식 안 먹어. 남편은 비웃었다. 그동안 가지고 있는 청바지들을 꺼내어 한벌씩 입어본다. 죄다 겨우 들어간다. 큰일이네 미디엄인데.. 나는 절망하며 머리를 감쌌다. 위에는 그렇다 쳐도 아래 안 맞는 거 너무 슬프다. 이렇게 살이 훅 쪄버리다니.. 빠지기는 엄청 힘든데.. 나는 날씬한 옷가게의 언니들을 생각하며 좌절한다. 옷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멈췄다. 지금 내 몸이 이모양인데 무슨 옷가게람. 술생각 안나는 약을 목안으로 털어버리며 살도 털어버리고 싶단 생각을 한다. 엉엉. 울고 싶기도 하고 허허, 미친 애마냥 웃고 싶기도 하다. 다 내가 자초한 탓이다. 그렇게 먹어대더니만 이럴 줄 몰랐는가! 아니 나는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도 부정하고 싶었던 게 현실이었을 뿐이었다.





그 맛있는 빵도 지금은 그냥 밀가루처럼 보인다. 충격이 컸던 탓이다. 바지가 안 맞을 정도면 말 다했지 뭐.

누가 보면 또 임신한 줄 알겠네. 뱃살은 어떻게 뺀담. 아, 모든 게 다 절망적으로 느껴지다니. 살이 뭐라고 말이다. 나도 연예인처럼 입금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 빠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말로(실로 연예인은 정말 대단하다)


주말 아침을 체중계와 함께하니 우울할 따름이다. 주스도 그만 좀 마셔야지. 


아, 그나저나 정말 저 안 맞는 바지들을 어쩐담. 난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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