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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7. 2023

무기력한 날들

무기력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 나는 이럴 때는 나를 좀 내버려 두는 편이긴 한데, 이번엔 좀 오래간다. 의사한테 다녀온 이후로 술 생각이 정말 덜 날뿐, 더 나아진 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무기력해서 괴롭다. 정말 어질러진 집안을 보면 멀쩡한 사람까지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이다.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집안은 혼돈 그 자체이다. 무기력+집안일=혼돈이다. 언제까지 안 하고 버틸 수 있을까. 으흐흐. 헛웃음이 나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다. 어마어마한 용기를 가지고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민첩하게 시작해야 하는 일이다. 티는 안나도 안 하면 제일 티 나는 일이 집안일이다. 매일 집을 쓸고 닦는 건 어떤 삶일까. 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삶이다. 그런 부지런한 삶은, 늘 유튜브에만 있다.



나는 유튜브를 보며 가끔 좌절하기도 한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고, 집을 늘 반짝하게 만드는 주부들을 보면서 부러움과 동시에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역시 비교는 좋지 않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야. 그들과 나는 같을 수 없어. 라며 자기 합리화도 한다. 살아가기 위해선, 때론 자기 합리화는 필요하다.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그 어떤 일이라고 해도 속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 언제까지 너를 보고만 있을 거야. 이제 일어나야지. 나는 매일매일 생각하며 나 자신에게 속삭인다.

그런데 도무지 이 자아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좀 더 누워있겠다고, 생떼를 쓴다.

불행이 크레페처럼 겹쳐오는 느낌이다. 이럴 때, 나는 내가 너무 슬퍼진다. 유치원생인 우리 둘째도 이렇게 꼬박꼬박 매일을 출석 도장을 찍는데 말이다. 어른인 내가 유치원생도 하는 출석 도장조차도 안 찍는 느낌이랄까. 나의 한심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다. 


오늘은 큰 아이랑 산책을 꼭 해야지.


다짐하며 새벽을 시작한다. 울고 싶은 마음을 겨우 붙잡으며.


마음이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럴 땐 역시 콜라인가. 그래. 콜라를 마셔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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