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더웠나.. 땀까지 흘려가며 눈이 떠져 오랜만에 아침 샤워를 한다. 요즘엔 씻는 것도 귀찮아서 샤워도 안 한 지 좀 되었는데, 오늘은 왠지 눈 뜨자마자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야 잠도 좀 깰 것 같았고.. 요즘은 핸드폰으로 음악을 켜놓고 자느라 (불면증에 좋은 음악이라던가, 장작소리 같은 거..) 아침에 일어나면 늘 핸드폰 배터리가 많이 닳아있다. 충천기에 끼워두고 샤워를 얼른 끝냈다. 평소에 귀찮아서 바르지도 않던 로션도 몸에 좀 발라주었다. 어제저녁에는 가려움에 정신을 못 차려서, 오늘만큼은 가렵지 않으려면 두둑이 발라둬야 한다. 옷까지 갈아입고 나오니 그새 깬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찍도 일어나네 정말. 나는 사과 두 개를 꺼내어 하나는 아이들에게 깎아주고, 한 개는 내가 깎아 먹는다. 사과맛이. 그냥 그렇지만, 그러려니 하고 먹는다. 몸에 좋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널브러진 옷가지와, 둘째 아이가 흐트러놓은 색종이 조각들을 보면서,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 물론 나 혼자서가 아니라 다 같이 말이다. 다 같이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밥을 먹으며 며칠 묵고 싶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게임 패드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 정도는 가져갈 수 있다. 다만 내가 요즘 생각하는 건.. 타 지역에서 살아봐도 한 번쯤은 괜찮겠다는 생각.. 정도?
원래는 죽어도 내가 사는 지역에 정착을 하면 떠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사람인 내가, 요즘은 좀 변했는지 모르는 곳에서도 살아보고 싶다(물론 너무 외지지만 않으면 된다) 남편이 해외에 나가서 몇 년 동안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해서 그런 건진 몰라도, 처음엔 거부하던 내가 한 번쯤은 살아볼 만할 수도 있겠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을지도 몰라. 뭐 그런 생각을 가진다. 다만 내가 아쉽게 생각하는 건 의사 선생님을 못 보는 것 정도..?
약은 늘 타먹어야 하니까.. 주치의를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다. 나는, 지금 내 주치의 선생님이 제법 마음에 든다. 약도 그냥저냥 맞는 것 같고..(좀 졸린 것 빼곤)
어딜 가든 내가 나를 잘 돌보면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잘 돌보면, 모르는 곳에서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사람 사는 거 어디 가나 다 똑같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 정도?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가 또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게 사람마음이니까.
그래도 나는 요즘엔, 어디론가로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다. 가족 모두 다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