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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08. 2023

싫은건, 싫은거예요.



어린이들 세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은,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친구관계라던가... 친구관계라던가... 그래. 친구관계 말이다.

나는 싫으면 놀지 말라는 가치관을 가진 여자라, 내 아이한테도 툭툭 그렇게 말할 때가 많은데, 아이는 그게 쉽지 않은가 보다. 역시 한 공간에 있으니 싫어도 마주쳐야 하는 법이라 어쩔 수 없이 놀아야 하는 것 같다. 하긴, 사회생활도 어디 좋은 사람만 만나서 살 수 있겠느냐만은.. 나도 생각해 보면 어릴 때 학교생활 중 안 맞는 친구가 있으면 그렇게 학교 가기가 싫었던 것 같다. 그땐 학교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더 크게 다가왔으리라. 


아, 정말 피곤한 관계라고 할까. 싫은데도 마주쳐야 하고 심지어 같이 놀기까지 해야 한다니! 불편한걸 늘 언제나 감수하는 게 사회라지만, 정말로.. 내 아이가 그러고 있으니 보는 나까지 피곤할 지경이었다. 놀이터에서 노는 건지 이건 내가 감시를 하러 간 건지. 내 아이를 왜 그렇게 불러대고 자기 맘대로 안되면 징징거리는지. 상대 친구한테 질려버린 내가 먼저 도피하고 싶을 정도였다. 


싫으면 그만인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네가 싫으면 그만인 거라고. 그런데도 말할 수 없었다. 함부로 상대아이가 나쁜 애라는 인식을 심어줄까 봐. 그냥 말도 못 하고 끙끙거리는 내가 한심하고 속상하고. 생각해 보면 감내해야 하는 건 내 아이이고, 내 몫이 아니기에 함부로 말을 못 하는 것도 있었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싫은 건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먹히지 않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란 애들이나 어른이나 다 똑같다.


싫으면 그만인 건데. 그걸 툭- 내버리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관계랄까.

아니면 내 아이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인 건가. 내가 아이보다 그릇이 작은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도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해야 한다고 나는 누가 뭐라 한다 해도 그렇게 가르칠 거다.

싫은 건. 싫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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