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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15. 2023

얼굴이 부었다.



얼굴이 부었다. 어제 뭘 먹었나 생각해 보지만, 밤늦게 먹은 건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왜 부었는지..?

제일 마지막으로 먹은 게 종합비타민이었는데, 매일 오전에 먹다가 밤에 먹어서 그런 건가. 어쨌든 얼굴이 부었다. 미리 사놓은 핸드폰 보호필름은 사이즈 미스로 전면카메라를 막아서 떼야할 판이고, 다시 구매해야 한다.

선물 받은 빵은 유통기한이 지났고, 밥 차려먹기는 귀찮아서 토스트를 시켰다. 같이 먹을 거냐는 내 물음에 느낌이 안 좋다며 자긴 안 먹겠다고 하는 큰아이는 새벽에 공부를 끝내고 열심히 게임에 집중 중이다.

사둔 봄 청바지는 맞지 않을까 봐 걱정이고, 입맛을 떨어뜨려줄 거라는 약은 전혀 입맛을 떨어뜨리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토스트를 시킨 걸 보면 알 수 있다) 


요즘은 진한 커피가 싫어서 늘 카페를 갈 때마다 샷을 반만 달라고 부탁한다. 

아침부터 술 마시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서른이 넘은 딸내미에게 잔소리하는 아빠는 여전히 내가 어릴 때의 모습 그대로인 것 같다. 다 커서도 잔소리를 듣고 있다니. 술 끊었어 아빠. 어차피 못 마셔. 약 용량 늘려서 술 생각 안 나. 아빠는 엄마가 아빨 닮아서 술을 먹는 거라며 뭐라고 했다 한다. 나는 아니라고 부정한다. 그런 거 아니야. 아빠랑 나랑 무슨 상관이래. 라며 아빠를 안심시킨다. 안 먹고 있다는 말과 함께.



왜냐면 그 약은 술맛을 떨어뜨려주는 약이기 때문이다. 술이 맛이 없어진다. 속이 이상할 수도 있다 하셨지만 속은 이상하지 않다. 그냥 맛이 없어질 뿐. 생각나면 먹어야 하느냐고 물어봤더니 하루동안은 지속된다며 자기 전 먹는 걸 추천한다고 하셨다. 어차피 그 약을 먹으면 좀 졸릴 거라고 덧붙이는 말씀과 함께.



요즘 둘째의 심경 변화가 왔는지 말을 안 듣는다. 그래, 너도 자아를 찾아가는 거니. 나는 서른이 넘는 동안 찾는 중인데 말이야. 턱 괴고 둘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삼 그 작은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말해주지 않는 요즘 둘째는 일춘기가 온 것 같다. 일춘기도 꽤 생각보다 무서운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선크림을 사러 나가야 한다. 선크림이 없다.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부은 얼굴을 한 여자가 토스트를 기다리는데 오질 않는다. 아.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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