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May 30. 2023

좋은 책은 와닿는 책이었다.




서점에서 선물을 고르면서 내 책도 네 권 정도 골라왔다. 그중 두 권은 아이를 위한 동화책이었고, 나머지 두 권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 사실 사면서 별 기대는 안 했다. 사장님이 선물로 산 책을 포장해 주시는 동안 진열대에서 읽어도 되는 책을 우연히 고른 게 계기였다. 중간을 펼치고 읽자마자 이 책이 어딨느냐고 물었다. 표지가 다른 이유는 개정판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나는 집에 와서 애들을 재우고 사온책을 펼쳐보았다. 글자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에 박혀온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생각해내지 못할 말들이다. 취향을 골라 책을 찾으려는 건 어렵고, 취향에 맞는 책을 찾는 건 더 어려운데, 이건 너무 내 취향이었다. 


문장 한 줄이, 장마다 펼쳐지는 소제목이, 넘겨지는 페이지가 아까워서 단숨에 읽히던 손을 얼른 접었다. 나는 재빠르게 sns메시지로 책방 사장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절대 찾아보지 못했을 책일지도 몰랐다. 


그런 날이 있다. 우연히, 의도하지 않은 행동으로 이득을 본 상황이라 하면 맞으려나. 그런 우연하고도 행운 같은 날. 이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뭘 생각하면 이렇게 글을 쓸까, 아무리 내가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이해하지 못할 작가의 머릿속. 그런데도 술술 읽히는 언어들. 나만 알고 싶은 그런 문장들 말이다.


아깝지 않은 훌륭한 소비. 이 한 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이런 마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선물 리스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책인데, 너도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면서 건네줄 때의 두근거림. 


어쩌면 사소한 이 기분 좋은 마음이 하루의 마무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 오늘.

마음이, 기분이, 감정이 참 소소하고도 귀엽네.라고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진심을 다해 만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