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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30. 2023

진심을 다해 만나기

동네에서 우연히 알게 된 언니가 있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었는데 소소한 일상부터 취향까지 비슷했다. 필요 이상으로 마음을 주게 된 언니는 여전하다. 언니의 이사로 같은 지역에 살게 되진 못했지만, 30분 정도 차로 가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나는 종종 언니네 집에 놀러 가곤 한다. 평소 같았으면 서둘러 채비를 했을 텐데, 오늘은 언니에게 줄 선물을 고르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언니인지라 독립서점 두 군데를 들러서 에세이집을 몇 권 고르고, 언니가 좋아하던 빵집에 들러서 커피와 빵을 샀다. 마음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나는, 언니의 취향을 저격하긴 했을까 잠시 의문을 가졌지만 금세 거두었다.

선물을 받은 언니는 기뻐했고, 나는 그런 언니의 모습에 더 기뻤다. 나라면 이런 선물을 받으면 좋아했을 것 같은 선물들을 했는데 사실 마음에 들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선물하는 일은 꽤 드문 일인데 오랜만에 고심해서 고른 책들이라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가볍게 읽을만한 책들로 골랐다. 무거운 주제나 두꺼운 책들은 나도 안 보는지라 순전히 내 취향적으로만 고른 에세이집이었다. 다행히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며 좋아하는 언니가 꼭 소녀 같았다. 언니는 나를 데리고 가서 맛있는 소바를 사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쿠키를 사서 쥐어주었다. 우리는 꼭 뭔가를 주지 못해서 안달난 사람들처럼 굴었고, 헤어짐이 아쉬웠다. 살면서 마음 맞는 사람 찾는 일이 드문 일인데, 우리는 꼭 말을 할 때마다 척하면 척 알아들었다. 언니는 나의 모든 이유들을 받아주었다. 그럴 수도 있노라며 늘 이해해 주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인연인지, 오늘 또 한 번 깨닫는다.

내가 약을 먹고 있는 것도, 늘 불안해하는 것도, 긴장하며 살고 있을 때의 초조함도 언니는 묵묵히 들어준다.

그런 인연이 살면서 얼마만큼의 확률로 만날 수 있는 걸까. 나는 언니를 볼 때마다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사람이란 이런 걸 지도 모른다고 늘 생각한다.


가끔씩 이렇게 만나고 오면 정신이 환기가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전한 일상 중에 한 관계라고 하면 될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오늘 같이 했던 그 모든 시간들이 참 좋았다고,

꼭 나중에 말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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