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책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편독이 심해서 좀.. 골라 읽는 편이다.
그야말로 꽂혀야 읽는다고 해야 할까? 어느 날 에세이에 꽂히면 주구장창 며칠 내내 에세이만 읽는다.
그러다가 좀 쉰다. 쉬는 텀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래서 매번 독서에 진심이고 끊김이 없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라는 여자는 일단 그렇게 끈질기지 못하다. 그래서 좀 쉬어줘야 한다. 책을 한창 잘 읽다가도 안 읽히는 부분이 생기면 덮는다. 그리고선 웬만하면 다시 들춰보는 일이 적다. 흥미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다가 한참을 책과 멀어진다. 이렇게 보면 또 엄청나게, 대단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취미의 한 부분.. 정도랄까? 그렇게 말해야 얘기가 된다. 정말 한참을 멀어진다.
그동안 나는, 밀린 살림을 하며 멍을 때리거나, 취미를 독서가 아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예를 들면 빵에 꽂혀 한동안 주구장창 질릴 때까지 빵집만 찾아댄다거나, 비움에 꽂혀 날마다 비우고 비우고 비워낸다거나 등등.. 여하튼 독서는 그렇게 밀려난다. 거의 끝자락까지 밀려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간 서점에서 정말 우연히 들춰낸 책에 좋은 구절을 찾아냈을 때. 아니면 그 상황이 내 마음을 대변해줄 때. 나는 다시 책을 구입하고, 책을 펼친다. 이유는 그냥 단순하다. 읽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어떤 한 구절이 훅 들어오면, 그 책의 프롤로그가 궁금해서 산다. 대부분 그런 이유다. 앞부터 안 보고 중간부터 보고 고르는 습관이 들여서 그런지, 항상 중간지점에 정말 뼈를(?) 때리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문장이 들어오면 사서 읽는다. 귀찮아서 도서관은 잘 안 간다. 반납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다.
그러면 대부분은 재미가 있다. 중간이 재밌기 때문에 앞부분도 재밌다. 다만, 주기가 좀 짧아서 문제일 뿐.
책을 이런 식으로 읽는 나도, 읽기는 읽는다.
그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니, 새삼 어려운 거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이었다(물론 지금도 엄청나게 생각을 몰두해서 쓴다거나 하진 않는다)
내가 쓰는 글은 거의 일상에 가까운 일기나 다름이 없는 글이다.
학생 때도 귀찮아했던 일기 쓰기를 서른 중반에 갑자기 꽂혀서 쓰게 되다니.
그러나, 나는 오늘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귀찮은 게 아니라 사실은 어려워서 쓰기 힘든 거였나.
글 쓰는 건, 생각 그 이상으로 어렵다. 나의 생각을 문자로 풀어내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타인에게 보인다는 부담감이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으로 온다. 오늘 처음 느낀 느낌이었다.
날것(?) 그대로의 나를 표현한다는 건, 글 쓰는 일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나를 제대로 봐야 다른 걸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것이니 말이다. 아아. 그래서 어려운 거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어려운 글쓰기.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하면서도 어려운 글쓰기. 책 하나를 읽는 나도 이렇게 생각보다 인내심이 길지 않은데, 책 한 권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서 읽고, 또 읽는 행위를 해야 하고 쓰고, 또 쓰는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만원이 조금 넘는 책 한 권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새삼, 어려운 글쓰기에, 진심인 내가 조금 낯설기도 하고, 소심해지기 일보직전이다.
뭘 한다고 이렇게 진지하게 쓰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쓰는 내가 신기하기도 하고, 오늘 사온 책을 펼치니 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지. 나는 생각도 안 나는데. 그런 생각도 드는 싱숭생숭한 일요일이다.
에라, 모르겠다. 쓰면 뭔가는 나아지겠지. 안 쓰는 것보다야 낫겠지.
나는 벌러덩 누워선, 나도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다시 책을 펼쳤다. 음, 이 책은 내일 읽어도 되겠다. 다른 책을 읽어볼까. 에잇, 그냥 과자나 먹을까.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주말에 이런 생각은 왜 하고 있는 건지.
그것도 편독도 심한 내가 말이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