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샀으면 후회할뻔한 책

by 김태연



그런 느낌이다. 아 이거 안 샀으면 후회할 뻔.



시어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렀다. 어머님 댁과 교보문고는 가까운 편인데, 집에서 가려면 마음먹고 가야 하기 때문에 남편에게도 오전에 미리 말해두었다. 여보 나 어머님 모셔다 드리면서 교보문고에 다녀올게.

남편은 흔쾌히 다녀오라 말했고 어머님과 형님을 댁에 모셔다 드리자마자 운전대를 돌렸다. 한시가 급했던 사람처럼 열심히 달려 도착한 교보문고는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매대에 있는 책도 한 권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아이 그림책도 한 권 집어넣었다. 교육방송에서 하는 여름 특강 책도 집어넣었다(사실 이것 때문에 간 이유도 있었다. 동네서점엔 책이 안 들어왔다고 해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올 참이었다. 정말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책 찾는 컴퓨터에 글쓰기에 관한 책을 타이핑했고, 그렇게 찾은 책은 서점 어느 한 군데에 비슷한 부류의 책들만 모아놓은 그곳에 모여있었다. 결국 찾는 책은 사지 않았고,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가 중간만 보는 습관 때문에 다시 집어넣었다가, 살까 말까 하다가 결국에 장바구니에 집어넣은 책 한 권이 있었다.


집에 와서 보는데 와, 이거 안 샀으면 후회할 뻔. 그 생각이 백번도 더 드는 것이다. 이 사람 어디 숨어있던 거지. 어디서 꼭꼭 숨어있었던 거지. 보석 같은 작가네. 하면서 감탄했다. 어휘 하나하나가 쏙쏙 마음에 들었고, 쉽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고심해서 쓴 글이었다. 중간중간 어려운 어휘는 인터넷 국어사전으로 찾고 싶을 만큼 읽힘에는 지장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작가였다. 국어국문학과는 괜히 있는 게 아니구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혀지는 문장의 시간들이 아까웠다. 딱 한 권밖에 안 꽂혀있던 이 책은 분명 그 작가에게는 보물 같은 하나의 책이리라. 나한테도 보물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독자로 하여금 이렇게 감탄할 수 있게 쉽게 글을 쓰다니. 감명 깊었다.


교보문고의 그렇게 많은 책들 중에 그것도 매대에 깔리지 않은 단 한 권의 책을 발견한 나는, 꼭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을 하나 만든 것만 같았다. 가길 잘했다. 남편에게 너무 잘 다녀온 것 같다고도 말했다.

확실히 느낀 건, 글을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어떻게 쓰는지 아는 것 같다. 어떻게 읽혀야 하는지도 아는 것 같다. 그건 꼭 비밀병기를 하나쯤 쥐고 있는 사람 같달까. 가지고 있다가 엄청난 카드(하는 법은 잘 모른다)의 패를 꺼내 들고 단숨에 그 게임을 끝내버리는.. 그런 느낌이다.


나는, 또 한 명의 귀한 작가를 알아서 기분이 좋은 밤이다. 읽혀가는 책이 너무 아깝다. 적어져가는 책의 분량이 아쉽다. 그리고 부럽다 진심으로. 이런 글을 쓴 나의 비밀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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